영어&영성 세미나

영어&영성세미나 7주차 후기

작성자
정아
작성일
2021-07-31 06:29
조회
143
세미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한 주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샘들과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분투 정신’과 ‘공동체적 자아’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많이 즐거웠나봅니다.ㅎㅎ 지금까지 무심히 흘려 넘겼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 우리가 얼마나 세상을 개인주의적인 시선으로, 비교와 경쟁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고 있는지도 새삼 깨닫게 된 시간들이었어요. 물론 잘 알지 못하는 사회학자나 철학자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부분들은 원문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아 함께 고민하기도 했었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주에 읽었던 시몬 베유(Simone Weil)의 영성에 대한 심오한 글들도 조금 어려웠습니다. 이름은 굉장히 익숙하지만 시몬 베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대단한 분이시더군요. 시몬 베유는 1909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34년의 짧은 생을 치열하게 살다 간 사상가입니다.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베유는 공장과 농장에서 임금노동자로 일하기도 하고 스페인 내전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고통받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공감하며 자신만 홀로 안온하게 생활하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고 하는데, 2차세계대전 중에 유대인인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망명하지만 결국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합류하기 위해 귀국을 시도하다가 런던에서 결핵과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베유가 생전에 남긴 글과 편지들이 사후에 출간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하네요.

저자는 시몬 베유를 ‘공동체적 영성(communal sprituality)’을 지닌 사람으로 소개합니다. 현대의 기독교적 영성이 신과의 개인적인 관계, 개인의 구원을 강조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굉장히 특이한 경우지요. 그렇기에 베유의 영성은 서양인들에게도 매우 낯설게 느껴집니다. 고통에 대한 그녀의 해석도 그렇습니다. 베유는 개인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수반하는 ‘정화의 경험(purgative experience)’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고, 그런 점에서 기독교 신앙을 ‘고통의 과학(a science of affliction)’과 같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사실 책에 인용된 신앙에 관한 베유의 글들은 저자도 말한 것처럼 성인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었습니다.(“It may take a saint fully to understand this (and it certainly takes one to practice it)...”^^) 하지만 베유가 견지한 기독교적 영성은 ‘모두가 자유롭기 전에는 누구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no one is fully free until all are free.)’고 믿는 우분투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베유는 누구보다 소외되고 배제당한 모든 것들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그런 관심과 사랑 때문에 끝끝내 가톨릭 세례를 받지 않습니다. 다른 신앙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의 태도도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였지요. 베유는 한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 곁에 남아있겠습니다. (...) 보이는 기독교 바깥에 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이 저를 교회 밖에 머물게 합니다.”  (“I remain beside all those things that cannot enter the church. (...) The love of those things that are outside visible Christianity keeps me outside the church.”)

베유의 영성이 공동체적인 것은 그녀가 늘 외부를 향해 열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공동체적 자아’를 형성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이처럼 바깥을 향해, 타자의 욕구를 향해, 외부로부터 오는 것들을 향해 열려 있는 자세를 꼽습니다. 또한 외부를 통해 알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직 외부로부터 영혼을 꿰뚫고 들어오는 것만이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Weil teaches us that only what pierces the soul from without has a chance of revealing to us what we really are).

베유가 말하는 기독교 신앙은 투투 대주교가 말하는 기독교 신앙처럼 우리가 아는 것과는 많이 달라서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저희가 읽기로 한 분량에서 마지막 10쪽 정도가 남았는데요, 베유의 이야기도 조금 더 이어지네요. 마지막까지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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