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세미나

[청문회] 1학기 에세이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5-21 14:41
조회
124
1학기 동안 달려온 청문회가 지난 금요일 간단한 에세이 발표로 마무리됐습니다~ 함께 공부하신 쌤들 고생하셨습니다. 《장자》를 원문에 치중하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저도 처음이었는지라 많이 걱정됐는데요. 함께 읽었던 텍스트들과 선생님들의 진솔한 고민 덕분에 장자를 새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자기 문제의식으로 텍스트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왕좌왕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어떻게 공부해 가야 할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에세이까지 발표해보니, 장자가 앞으로의 시대에도 확실히 유용한 철학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삶을 사유하는 데 있어서 장자만큼 모델로 삼기에 적합한 스승은 드뭅니다. 그동안 장자를 밍숭맹숭하게만 읽고 있었다는 반성을 하게 됐고, 이제야 장자를 만난다는 반가움이 일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장자를 만나면서 나름대로의 힌트를 얻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호진쌤은 상담가-고객으로 환원되지 않는 관계에 대한 갈증이 계속 생기셨고, 나한쌤은 질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태미쌤은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계시죠. 9주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알차게 즐겁게 보냈습니다. ㅎㅎ 다음에 다른 세미나에서도 계속 공부해요!

그리고 이번 에세이 후기는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에 따라 한마디씩 남기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아래는 함께 공부했던 선생님들의 간단한 후기입니다.

 

태미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빠르다. 그런데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텍스트에서 보는 것은 ‘무엇’이지 ‘어떻게’가 아니었던 것이다. 메모해놓은 것을 보더라도 “장자 - 공간과 시간, 존재에서 자유롭다. 문명을 해체하다. 문명의 관점에서 놓여나다.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생명체의 관점, 인간은 문명으로 닭, 돼지, 소등의 가축의 자유를 한정하였는데, 자신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게 됨” “등이 솟아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존재” 등의 ‘무엇’을 내가 본대로 메모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떻게’를 사고하지 않으니까, 글이 빠를 수밖에, 하지만 공부는 ‘어떻게’를 통한 ‘길 찾기의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글쓰기는 ’어떻게‘를 더듬으면서 샛길로도 한번 가보고, 강 위에 배도 한번 띄어 보고하는 ’어떻게‘를 만들어가야겠다.

 

호진쌤

글을 쓴다는 건 역시 자기와의 싸움임을 상기하게 해준 세미나였다. 장자에게 노동을 묻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장자내편과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의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 이반일리치의 그림자 노동 김종철의 간디의 물레, 조너선 크레리의 24/7 잠의 종말을 읽었다. 에세이를 발표하고 나서 세미나를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일이라는 것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 혹은 생계를 이어가기에 필요한 것으로만 인식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였다. 노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려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다만 노동이라는 개념을 기존에 내가 인식했던 것에서 조금더 확장된 개념으로 생각하고 좀더 세분화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정도를 알게 되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책을 읽고 혼자만의 사유 안에 갇혀있었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텐데 세미나를 통해 다른 샘들과의 소통을 통해 전보다는 조금은 나아갈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물론 여기서 만족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하고 그것에 대한 후기를 쓰는 과정이 하나의 공부이고 훈련이고 문제를 좀더 파고 들어가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막연하게 알았지만 실제로 체험해보니 공부를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작은 깨달음을 행동으로 조금씩 실천해나가는 것이 장자가 말하는 소요유의 삶이 아닐까? ㅋㅋ 여전히 거칠고 대충 퉁쳐서 넘어가려는 성향과 더불어 깊이 파고 들어가려는 힘의 부족은 여전히 내가 가져가야 할 숙제이다.

 

나한쌤

14일 짧은 에세이 쓰기와 발표를 마지막으로 청문회 세미나가 끝났습니다. 독서, 토론 활동부터 에세이 쓰기까지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런 공부를 위한 사고를 키우기에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독서와 토론활동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런 철학적, 사회적 주제를 가지고 진행한 활동에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다고 느꼈지만 샘들의 격려와 많은 도움들로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군 입대를 앞둔 시점에 심란한 마음을 가지고 참여했던 세미나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다음 세미나를 하다가 군대에 가더라도 제대하고 나서든 어떻게든 규문에서의 공부가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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