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10.6 인생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10-03 23:38
조회
178

오염이란 흔히 우리가 말하는 도덕적 타락의 산물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생물들의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회피할 수 없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생물 시스템의 낮은 엔트로피와 정교하고 역동적인 조직이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저준위의 폐기물과 에너지를 외부 환경으로 반드시 배출시켜야만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가축의 분뇨는 초목들과 딱정벌레들, 그리고 농부들에게까지 오염 물질이 아닌 중요한 선물이 된다. 우리가 좀더 현명하다면, 산업 폐기물을 꼭 폐기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p.79)


인생세미나 시즌 3 첫 번째 책은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입니다. 생태학의 고전이자, '살아 있는 지구'라는 관념을 본격적으로 대두시킨 선구적인 책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책...막상 읽어보면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토론을 하면서 계속해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지에 진심인 저자의 확고한 태도였지요. 지구를 하나의 초생명체로 상정하고, 지구의 생명활동이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가이아 이론은 언듯 듣기에 무척 낙관적으로 들립니다. 특히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거나 복원하는 활동이 생태계 형성과 유지에 지극히 미미한 영향만 준다는 대목을 그냥 읽으면 갑자기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그동안 자연에게 갖고 있던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느낌도 들지요. 토론을 하면서 이 책을 '심신 안정용으로 읽었다' 고 하는 분이 나올 만큼, <가이아>가 생태계 유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극히 낙관적입니다.

하지만 이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이아는 어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지구상의 생물이 상호관계 맺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특별한 이유는 생명이 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간의 관계 자체가 생명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동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인간이 적당한 물과 식량과 공기를 가지고 화성에 정착한다 해서 화성이 '생명이 사는 행성'이 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종의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우리를 살게 하지, 이 시스템을 벗어나 인간 홀로 살아남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죠.

확실히 러브록은 위험한 말을 많이 합니다. 가령 오염에 대해 그는, 인간의 생명활동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산업 폐기물 또한 자연이며, 이것을 어떻게 생명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만들고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자연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느껴지는 동시에, '정말 이렇게 말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마음이 계속해서 고개를 듭니다. 생명체가 생활하는 가운데 생산되는, 피할 수 없는 오염물질을 어떻게 '자연'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그게 어떻게 자연이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럴 때면 '자연' 에 대한 우리의 표상을 점검하게 되는 한편(이런 점에서 <가이아>는 정말 고전입니다), 인간종의 생존이나 실천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자연의 자기조절능력을 믿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의문도 함께 생겨납니다.



아무튼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가이아>, 계속 읽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6장까지 읽고, 각 장에서 씨앗문장을 하나씩 뽑고 생각나는 바를 짧게 써 오시면 됩니다.



그럼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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