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인생세미나3 1주차 후기

작성자
희진
작성일
2021-10-04 11:52
조회
148
인생세미나 시즌3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시즌의 첫 번째 책은 ‘가이아’(제임스 러브록 저)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가이아가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고 그것의 존재를 깨닫게 하는 것에 있다.’라고 말하는데요. 이번 시간에 읽은 1~3장만으로도 가이아의 존재를 충분히 깨달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가이아를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을 위하여 스스로 적당한 물리 화학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피드백 장치나 사이버네틱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총합체”(52쪽)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환경이 비교적 균일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며, 이러한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동적인 자기조절시스템을 가이아라고 합니다.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표면의 온도, 중성이거나 약알칼리성으로 유지되는 산성도, 바다의 일정한 염도수준 등은 생물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며 생물들이 이러한 환경들을 일정수준으로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가이아를 어떤 실체인 것처럼 떠올리게 됩니다. 가이아를 ‘실체’, ‘존재’, ‘초생명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치 생명체들을 넘어선 어떤 존재가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만든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저자가 책을 쓰기 시작한 무렵인 70년대에는 자연을 수동적인 것, 인간에 의해 정복할 대상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와 대비해 지구의 능동적인 자기조절적 힘을 설명하고자 실체, 존재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저희가 가이아를 어떤 별도의 실체로 인식하는 착각에 빠질 때마다 정옥샘이 이를 바로 잡아주셨죠.^^ 예를 들어 저자는 생명의 특성을 ‘엔트로피의 감소와 부산물의 외부 배출’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모든 생명활동은 그로 인한 부산물을 반드시 외부에 배출하게 되는데 이 배출물을 흡수하는 다른 생명활동이 있기 때문에 지구의 항상성이 유지된다는 거죠. 배출-흡수와 같은 여러 힘들의 복합체가 바로 가이아라는 정옥샘의 설명이 저한테는 잘 와닿았어요.

훈샘은 재미있는 질문을 던지셨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 모든 생명활동을 물질적 에너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영’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이 질문에 정옥샘은 오히려 ‘영이 물질이 아닐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을 하셨어요. 모든 생명활동이 에너지라면 정신활동 또한 에너지이고 원소로 구성되었다는 거죠. 저도 정옥샘의 설명에 수긍이 되었는데요. 정신활동을 물질에너지로 이해할 때 정신이 신체와 분리된 어떤 것이 아니라 정신이 곧 신체라는 게 더 잘 이해가 되더라구요.

송이샘께서도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주셨는데요. ‘생물체들이 능동적으로 지구의 환경을 조절한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와 비슷한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이 책에서는 핵, 방사능물질, 산업폐기물 등에 대한 인간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는데요. 지금의 기후위가가 인류에게만 위협적인 상황일 뿐 가이아의 입장에서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능동적 조절작용이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와 같은 생각이었는데요. 그렇지만 가이아라는 게 생물체들의 능동적인 힘들이고 인간도 한 생물종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렇게 허무주의적으로 빠질 수는 없죠.^^

혜원샘은 ‘지구의 자기조절이라는 능력발휘에 인간이 어떻게 일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주셨는데요. 저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복잡한 관계로 구성된 생태계가 몇 종의 자기영양적 생물로 구성되거나 또는 제한된 종류의 생물만으로 구성되는 생태계보다 훨씬 안정되고 견고하다’(72쪽)부분에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아가야 하고 그렇다면 인간이 다른 생물종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기를 배울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고민해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구 생물권에 필수적인 여러 협동업무를 수행하는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오직 탐욕스럽게 먹이를 흡수하고 번식만을 아는 한 종류의 생물종으로 대치되었을 때의 결과는 과연 어떨까?’(108쪽) 제3장에서는 인간의 유전자조작으로 탄생한 식물종이 가이아를 파괴하는 과정을 상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저자 역시 가이아가 저절로 자기조절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들의 협동업무로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죠.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종적 다양성에 대해 더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를 못나눈 비평형상태에 대해서두요. 그럼 다음 시간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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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5 14:54
    그날 있었던 토론을 생생하게 옮겨 놓은 후기네요 ㅎㅎ <가이아>는 당황스러운 책인 만큼 우리로 하여금 정말 열심히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거대한 자기조절 시스템의 일원으로서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계속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