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세미나

5.22 한스컴쌤 특별강의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5-28 21:11
조회
158
170522 한쌤강의후기
5월 22일 화요일, 새롭게 단장한 창경궁로 규문에서 한스컴쌤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두 번의 사전세미나를 마치고 진행된 강의는 한국의 이주문학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한쌤은 2000년대 초반, 한국문학에 이주문학으로 표상될 수 있는 ‘현실’이 귀환했다고 하셨습니다. “한국현대소설에 나타난 현실의 회귀 (The Return of the Real in Contemporary South Korea)”라는 제목의 강의는 문학이나 이주문제가 생경한 문제인 저에게는 어려우면서도, 언어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해 주었는데요, 기억을 더듬어 그때 들었던 강의가 어떠했는지 써 보겠습니다^^;;
이번 강의는 직전 세미나에서 다루었던 <코끼리>, <바다와 나비>, <갈색 눈물방울>을 주 텍스트로 하였습니다. 저는 제발트 책을 읽고 나서 이 단편소설들을 읽었을 때, 분명 이주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부각되는 것은 이주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라고 느꼈어요. 그들을 보는 화자인 ‘나’, 그리고 텍스트를 쓰는 한국인인 작가가 더 많이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제발트는 이주민의 자취를 좇는 화자는 물론 이주민의 존재마저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저어함이 느껴졌는데 이 세 가지 단편소설은 그런 게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쌤은 현대문학에 “현실”에 대한 문제가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이때의 “현실”이란 현실에서 문제 삼는 것들이 문학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리얼리즘 문학이라고 할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거시적인 문제들이 199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에 의해 눌렸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주문제에 관심을 가진 작품이 나오면서 “현실”의 문제가 다시 문학에 귀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귀환한 “현실”이라고 할 때, 단순히 이주문제가 현실문제이고, 그것을 문학에 반영했다고 보기가 영 어렵습니다. 리얼리즘 문학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들, 노동자나 식민지의 고통을 재현하고 또 그들의 말을 지식인이 대신 해주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세 편의 단편소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주자가 말하고 있고, (<코끼리>를 제외하면) 그 말을 듣는 ‘나’가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듣긴 하는데 도저히 들을 수가 없거나 혹은 듣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현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귀환했건만,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한쌤은 “무엇이 현실인가?”라는 정치적인 질문을 이 시점에서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간 리얼리즘 문학에서 다루던 계급적 문제가 아니라 언어 자체입니다.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언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공동체적 상을 가지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읽은 세 편의 소설도 이주자의 문제를 언어의 문제와 결부시켜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코끼리> 같은 경우 우리는 조선인 어머니와 네팔인 아버지 사이에서 난 ‘아카스’의 유려한 한국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가 한국어를 통해서 전하는 여러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의 대화는 거리낌 없이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 각자 자기 말을 가지고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언어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걸 유려한 한국어로 전달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해요.) <바다와 나비>의 경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언어 공동체에 대한 상이 뭉개집니다. 이 작품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남편과 ‘나’사이의 소통조차 단절되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나’와 그전까지는 전혀 소통하지 못했던 중국 문신사 사이의 언어가 통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갈색 눈물방울>의 경우 누구의 말인지도 알 수 없는 언어 공동체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세 작품에서 강조되는 것은 ‘단일 공동체’를 깨는 ‘언어’입니다.
이번 강의에서 제일 강조되던(?) 것은 ‘희망’인데요, 이주민을 등장시켜 그간 언어에 부여하던 단일 공동체에 대한 상을 깰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생각해 봤을 때, 이 세 가지 작품에 희망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셋 다 단일 언어 공동체에 균열을 낼 이주민의 언어를 불안하게 드러내거나, 혹은 솔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보여주니까요. 한쌤은 특히 <갈색 눈물방울>의 경우 스리랑카 여자를 통해 말할 수 있었는데 한국어 화자가 스토리를 주도하는 것도 모자라 스리랑카 여자의 이야기를 영어로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청자를 향해 말했다는 점에서 가장 희망이 없다고 하셨어요. 상호간의 이해가 전무하게 되니까요.
저는 이번 강의 들으면서 흥미롭기도 했는데 모르겠는 부분이 더 많았어요ㅠㅠ 하지만 언어를 통해 공동체에 대한 문제로 천착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어요. 내가 자연스럽게 쓰는 언어는 어떤 지점에서는 특권이 되기도 하고 또 소통을 단절시키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요. 특히 한국어는 정말 다른 언어에 대한 여지가 없는 공동체 언어라는 것을 이번 세미나를 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다음은 강의 당시 사진입니다. 몇장 못 찍었는데요ㅠㅠ 비가 오는데다 새로 이사한 곳인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와 주셨어요^^




예정보다 많아진 인원에 계속해서 책상을 놓게 된 자리배치ㅎㅎ




한쌤의 강의안. 8장이나 되는 것을 또박또박 다시 읽어주셨어요.




한쌤의 쏘울을 읽는 선민쌤과 그리스에서 막 귀환하신 이주민 채운쌤




한국에서의 열흘가량이 마치 반년 같으셨다던 한쌤 ㅎㅎ 멋진 강의 감사합니다.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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