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탁Q 푸코 6주차 수업 후기

작성자
호정
작성일
2017-11-19 17:23
조회
148
맛있는 점심 식사 후 조별 토론 내용 발표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발표를 듣고나서 채운쌤은, “사고 훈련은 개념 훈련이다. 느낌으로 아는 것으로는 안 된다. 이런 훈련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내 언어를 갖게 되는 것이다. 법률위반과 규율 불복종이 어떻게 다른가를 말하려면, 먼저 규율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정의가 있어야 한다. 규율권력의 특징을 이야기하려면 규범화, 신체에 대한 훈련, 순종적인 신체 등의 내용이 나와야 한다. 규율에 대한 불복종을 대안으로 말하기 전에, 규율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안이라는 것은 관념적으로 가기 쉽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항상 대충 퉁치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라, 개념 정의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상식과 느낌에 의지한 공부습관 때문인지, 구체적이고 세밀한 책읽기와 정리가 버겁습니다. 매번 숙제와 후기는 힘든 고개 넘기입니다. 오늘도 한 고개를 힘겹게 넘어보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범법행위와 범죄가 어떻게 다른지, 감옥은 어떻게 범죄를 출현시켰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사회를 유지하는 질서인 법을 어겼을 경우 우리는 적법한 사법절차에 의해 처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형벌제도는 단순히 위법행위들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법행위들을 구분짓고, 배열하고 활용합니다. 즉,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페스트가 발생한 도시에서 환자를 다루는 방식처럼, 위법한 행위를 한 자들은 사회 밖으로 추방되지 않고, 감옥에 격리되어 관리되고, 교정된 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집니다. 자, 그러면 제 머리 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법을 위반하고, 경찰에 붙잡히고, 검찰에 의해 기소되고, 판사에 의해 판결을 받은 후 감옥에 수감된다.

처음부터 이런 그림이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법이 감옥을 전형적인 형벌제도로 규정하기 이전부터 감옥은 존재했습니다.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징역이라는 형법제도로의 이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미 만들어진 강제권의 메커니즘 쪽으로 형법제도의 문이 열린 것일 뿐입니다. 개인들을 분류하고, 배치하고, 등급을 매기고, 그들의 신체를 훈련하고, 연속적 행동에 규칙을 부과하고, 빈틈없는 가시성의 영역에 가두고, 그들 주위에 온통 관찰, 등록, 평가의 장치를 조직하고, 그들을 집중적인 조사 대상으로 삼아, 축적되고 수집된 지식을 만들기 위해 사회체제를 통해 여러 방법들이 치밀하게 구상되었을 때, 사법기관의 외부에서 감옥 형태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법기관의 외부에서 감옥 형태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감옥이 위법행위가 아니라, 범죄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범죄성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입니다. 범죄자는 그를 특징짓는 올바른 판단근거가 그의 위법행위라기보다는 그의 생활태도라는 사실에 의해 범법자와 구별됩니다. 법을 어기면 사법적 절차에 의해 처벌받습니다. 범법은 판결의 영역인 것입니다. 그러나, 판결을 받아 감옥에 수감된 수감자는 그의 위법행위가 아니라, 감옥에서의 생활태도에 따라 판단됩니다. 법률상의 징벌은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처벌의 기술은 생활태도를 대상으로 합니다. 감옥은 처음부터 교정이라는 보조적인 역할을 갖고 있는 합법적 감금이었고, 합법적인 체제 안에서 자유의 박탈을 통해 개인의 변화를 계획한 것이었습니다. 교정기구로서의 감옥에서 참된 재교육이 되려면 감옥은 철저한 규율과 징계의 기구여야 합니다.

감옥은 규율권력의 작동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감옥은 신체 훈련, 노동 능력, 일상 행동, 도덕적 태도, 적응력 등 개인의 모든 문제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감옥은 어느 정도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기관들인 학교, 공장, 군대보다 훨씬 더 빈틈없고 전방위적 체제인 완전규율의 체제입니다. 감옥은 엄격한 시간표의 준수를 통해 규범을 수감자의 신체에 새기고, 철저한 관찰과 감시를 통해 수감자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순종하는 신체를 만듭니다. 수감자에 대한 관찰은 그가 저지른 범행의 상황뿐 아니라, 그 원인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며, 성격, 신분, 교육 등 개인의 전기에 대한 인식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의학, 심리학, 범죄학 등 관련 학문이 발달했으며, 범죄성이라는 개념이 출현합니다. 어떤 기질과 성향을 가졌는지, 어떤 골상을 타고났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에 따라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하는 겁니다. 개인의 범죄 가능성을 판단하는 거지요.

전기적인 요소의 도입으로, 범죄 이전에, 때로는 범죄와는 별도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인간이 존재하게 됩니다. 범죄자의 전기가 범행상황 분석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되면서 범죄의 경중을 평가하는 것이 문제일 때, 형법 담론과 정신의학 담론 사이의 경계가 뒤섞입니다. 범죄자는 범죄의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본능, 충동, 성향, 성격이라는 복잡한 요소들의 전체적인 결합을 통해 범법행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범법자와 구별됩니다. 감옥의 대상은 범죄자의 행위 자체가 아니라, 범죄자와 그가 저지른 범죄 사이의 관련성입니다. 사법은 범법자와 관계하지만, 감옥은 비정상의 유형을 대표하는 범죄자와 관계합니다.

감옥은 범죄를 감소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그런데 왜 감옥은 없어지지 않을까요? 감옥이 범죄자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생산된 범죄자를 관리하기 위해 감옥이 필요한 것이지요. 감옥의 성공, 이것은 법과 위법행위들을 둘러싼 투쟁의 과정에서 ‘범죄’를 특성화시킨 점에 있습니다. 범죄자가 먼저 있고, 감옥이 생긴 것이 아니라, 일련의 실천과 담론 속에서 범죄자가 출현한 것입니다. 즉, 감옥이 법과 위반, 재판관과 범법자, 수형자와 형벌 집행자 사이의 상호작용 안에서, 범죄라는 비신체적 내용을 그러한 상호작용의 관계 속에 이끌어 들였다는 점에서입니다. 범죄는 범법행위로 가지 않아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개인의 기록의 집합체, 즉 앎의 차원이라는 의미에서 비신체적입니다. 감옥은 범죄와만 연관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작동하는 규율권력 시스템 전체와 연관된 것입니다.

푸코는 법개혁이라든지 정당정치가 무용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선거행위나 위법행위 일반에 대한 평가도 하지 않습니다. 위법행위 그 자체가 규율 불복종이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그때 다르다는 거죠. 그는 사건을 둘러싼 복잡한 양상들을, 다양한 역학관계들을 보여줄 뿐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화해할 수 없는 그 모든 힘들을 그대로 노정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푸코는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 박식한 수다쟁이 철학자 푸코씨가 자신이 아는 것들을 여러 층위에서 풀어놓아, 다양한 역학관계들을 세밀하게 묘사할수록, 오히려 저는 길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후기 마무리로, 지난주 수업 후기를 빵꾸낸 제게 갱생의 기회를 준 규창이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규창이는 제가 규문 체제 안의 정상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장본인이죠. “규창아~~. 규창이. 이, 이노무 시키. 시베리안 허스키가 물고 온 이십팔색 크레파스로 개나리, 십장생을 그려 선물로 주고 싶은 규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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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19 19:45
    깔끔한 후기! 마지막은 화룡정점이네요. 무엇보다 제가 '규문인'을 하나 만들어낸 건가요? ㅋㅋㅋ 앞으로도 빈틈없는 규율권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_ _)

  • 2017-11-20 23:02
    조곤조곤 설명해주시는 것 같아 좋네요ㅎㅎ. 어떻게 푸코가 어렵게 제기한 문제를 가장 구체적으로 전유할 수 있을지... 저도 넘나 어렵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