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차탁마Q 11월 22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11-19 19:30
조회
134
감시와 처벌은 뒤돌아보면 재밌지만, 정작 읽을 때는 죽겠습니다. 읽으면서 이게 지금 뭔 소린가 싶지만, 채운쌤 강의를 들으면서 캬~하고 감탄을 하게 되네요. 하지만 정작 책은 안 읽혀도 강의에서는 ‘좋다!’ 생각만 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뭔가 아는 것 같지만 책을 대충 읽어서 사실은 느낌만 남았어요. 이번에 미니강의(?)할 때 그게 뽀록이 났죠. 이말저말 꼬이고, 개념은 반복되고........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말이라도 외웠는데, 지금은 어중간하게 느낌만 아는 데서 그치고 있었더군요. 공부하는 데 안 좋은 버릇 생기는 건 순식간이네요. 에세이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남은 시간 아주 바쁘게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

 

일단 위법행위와 범죄(비행)의 구분이 어려웠습니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위법행위를 문제 삼는 건 사법기관이고, 범죄를 대상으로 삼는 건 감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위법행위와 범죄를 저지르는 건 같은 사람이지만, 둘이 문제 삼는 것은 약간씩 다릅니다. 감옥이 대상으로 삼는 지점은 위법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의 행동양식(생활태도)입니다. 그리고 이때 그가 범죄를 저지른 것은 우발적인 행위가 아니라 그의 삶 속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감옥이 문제 삼는 것은 범죄라는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이력이 됩니다. 그래서 누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의 삶 속에서 형성된 어떤 비정상성이 문제가 됩니다. 감옥은 그러한 비정상성을 문제 삼고, 그것을 치료합니다. 그래서 치료 및 교정이라는 행위는 엄밀히 말해 그가 이전과는 다른 습관을 가진 신체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곧 ‘순종적인 신체’로 생산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앎의 대상이 됩니다.

인간이 앎의 대상으로 만들어지면서 같이 출현한 것이 ‘앙케이트’라는 새로운 조사방식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앎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은 표본을 통해 통계를 내는 거죠. 예를 들면, 이 당시에 등장한 학문 중 하나로 ‘골상학’이 있는데, 두개골의 형태 및 크기가 범죄와 연결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아종들에 관한 동물학, 독특한 관례와 언어를 지닌 악인들의 문명에 관한 민족학이 환골탈태의 형태를 한 모습으로 윤곽을 드러낸다.” - 387

 

갑자기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이 떠올라서 잠깐 딴소리를 해보겠습니다. ㅎ 굴드도 통계학에 대한 에세이를 썼고, 그 중에는 골상학에 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거기서 굴드가 발견한 것은 이런 학문들은 대체로 확고한 사실을 가지고 연구에 들어가기 때문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통해 사실을 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유색인종은 열등하고 야만적이기 때문에 그들이 범죄를 일으킨다는 전제를 가지고 “그들은 정상적이지 못한 인간이다.”라는 담론을 생산하면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이죠. 푸코와 연결한다면, 우리는 담론의 배치, 권력관계 속에서 어떤 주체로 생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부 2장을 보면, 나병환자를 다룰 때와 페스트환자를 다룰 때 두 가지 모델이 나옵니다. 여기서 푸코가 주목하는 것은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병자, 광인, 죄인을 사회 밖으로 추방하고, 격리시켰습니다. 반면에 페스트환자를 다룰 때는 단순히 억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전에 어둠 속으로 숨겨뒀던 이들을 사회로 들어내고, 세밀한 차이를 통해 구분하면서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범죄율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실패한 것처럼 보여도, 실상 감옥은 자신의 권력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있었던 것이죠. 감옥의 운용은 경찰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것과도 연결됩니다.

푸코는 ‘위험인물’이란 개념을 얘기합니다. 위험인물이란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자들입니다. 따라서 위험인물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항상 감시의 대상이 되고, 경찰은 이들을 감시한다는 명목 하에 사회 어디든 개입할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즉, 위험인물을 관리하는 과정 속에서 경찰의 권력이 생산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 위험인물과 공생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텍스트에 범죄자들은 때론 경찰의 정보원이 되기도 하고, 비상시에는 제 2의 군대가 되는 등 여러 방식으로 활용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채운쌤은 성매매가 범죄자뿐만 아니라 경찰의 이익 등 사회의 여러 영역과 긴밀하게 연결돼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성매매도 여러 복잡한 관계와 같이 생각하면서 접근해야 하죠. 푸코가 왜 철학은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게 아니라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지 곰씹게 되네요. 단순한 하나의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영역과 맞닿아있다는 것일 테죠. 스피노자 식으로 말하면, 공통관념을 형성하는 일이라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 곧 다양한 언어로 사유하는 일이겠죠. 우선 푸코의 언어부터 치밀하게 이해해야겠습니다.

 

다음 시간 숙제는 자신이 이해한 만큼 푸코의 권력 개념을 정리해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있어야 합니다.)을 다섯 줄 정도로 써오시면 됩니다.

나눠드린 프린트물은 읽어오시되 현정샘이 정치와 이성을, 소영샘이 주체와 권력을, 정수쌤이 성의 역사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를 발제를 맡아주셨습니다~(짝짝짝) 간식은 이번 주 감기로 못 오신 봉선쌤과 이림쌤입니다. 수요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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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20 23:10
    십장생을 그러서 선물해주고 싶은 규창이가 푸코형님과 공통통념을 형성하는 중이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