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탁Q 4학기 에세이 후기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12-19 15:55
조회
242
5a38b7b0c55552004276.jpg

벌써 1주일이 지났군요! 지난 화요일, 17년 절차탁마Q 마지막 에세이 발표가 있었습니다~
9시 반에 시작해서 밤 11시까지!  올해 마지막 에세이 발표인 만큼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제게 에세이 발표는 늘 부담이었습니다. 에세이 발표를 제 공부, 제 글을 평가받는 장으로 느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제 글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에세이 발표 자체가 의미 없게 여겨졌습니다. 다른 세미나에서 몇 번의 에세이 발표를 경험하고 특히 이번 에세이 발표를 마치고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을 협소하게 써왔는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저 자신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저와는 전혀 다른 시공간을 다른 속도로 돌파해오신 분들의 고민과 사유가 펼쳐지는 현장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을 수 없음! 은 이번 학기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던 것 같습니다. 미영샘은 스스로 내면화하고 계셨던 가족주의에 대한 참을 수 없음을 말씀하셨고, 봉선샘은 '병원'이라는 배타적이고 특권적인 영역에 대해 느끼는 참을 수 없음을, 정수샘은 '100세 시대' 담론이 만들어내는 '인도'에 대한 참을 수 없음을, 또 저와 규창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게 없는 신인류(?)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참을 수 없음을(?) 이야기했죠.

개념을 정치하게 이해하고 소화하지는 못했을지라도, 한 학기 동안 푸코와 만나며 각자의 참을 수 없음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채운샘은 참을 수 없음이란 일종의 '수치심'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령 홀로코스트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선악에 대한 판단 이전에 우리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한 어떤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심을 느끼게 되지 않나요? 그러니까 참을 수 없음이란 자신과 무관한 것에 대해 느끼는 불쾌감은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갇혀 있고 또 스스로가 욕망하고 있는 어떤 영토에 대한 본성적인 저항감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채운샘은 참을 수 없음을 느끼는 자리에서 자신의 영토로부터 떠나려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영토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건 그 안에서 타인을 만나는 것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폭력이라고. 들뢰즈가 “다른 사람을 위해 말하는 것의 무례함이라는, 우리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 준 첫 번째 사람”이라고 회상했던 푸코는 스스로의 영토를 고수하고 타자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일의 폭력성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낀 사람인 것 같습니다. 푸코의 '고결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래는 에세이 당일 풍경입니다~ 긴 시간 이어진 발표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샘들의 열정!



무려 새벽 2시까지 진행된 뒤풀이 풍경! (이날의 화두는 '월지 사화란 무엇인가'였습니다)



17년 절차탁마Q는 규문 역사상 가장 훌륭한 팀웍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참새 방앗간의 힘인가요?ㅋㅋ). 20대인 제가 갖다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몸 사리지 않고 공부하시는 선생님의 존재만으로도 제가 올 한해 동안 그나마 공부의 긴장감을 가져가는 데 엄청난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내내 헤이해져 있다가도 수요일이 다가오면 꼼꼼히 읽고 진지하게 고민해서 오실 선생님들이 떠올라 정신을 차리게 되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ㅎㅎ;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고싶습니다! (아직 댓글 안 다신 분들, 어서 신청해주셔요!)

* 길례샘과 금란샘이 함께하지 못하셔서 아쉬웠습니다. 다음주에 다함께 송년회를 한다고 들었는데, 저랑 규창이도 끼워주실런지ㅎㅎ!?
전체 5

  • 2017-12-19 18:25
    후기 읽으니 일주일 전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그 진한 휴유증에서 아직 헤매는 중이에요. 우리 조장님들 1년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푸른 청춘들이 무르익은(?) 도반들 챙기느랴 힘들었지요. 서로 많이 배우고 느낀 한 해를 보냈네요, 감사합니다.

  • 2017-12-19 18:32
    미여쌤. 생긴대로 짱재미난 댓글인데요.ㅎㅎ 청년들이 클스마스에 우리랑 놀겠다니 진심?

  • 2017-12-19 18:48
    나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바꾸고 이전과 같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푸코씨를 만나는 데 실패한 1인-(언젠간 만나고 말거야 부르르르 활활 정념)

  • 2017-12-19 21:48
    우리 거놔, 우리 규창... 이 젊은 청년들의 세대를 뛰어넘는 포용력과 공감능력에 홀려서 일 년이 오또케 지나가버렸는지.... 아! 억만년 전의 저 사진들은 알타미라 동굴에서 꺼내온거신가!!!

  • 2017-12-23 02:31
    아직도 17년 절탁Q의 시작이 생생합니다~ 장소를 못찾아 헤매고 헤매다 찾은 곳에 도착하니 벌써 옹기종기 모여 계시던 분들. 낯설지 않은 얼굴도 있고 채운샘은 넘 가까이 앉아 계시고 ㅋㅋ 샘이 해주시는 점심밥에 청년들의 설거지와 청소 덕분에 가사노동에서 해방된 신세계에서 공부한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그 긴 시간을 마디마디 같이 넘으며 서로의 글과 이야기를 만이도 나눴던 한 해~ 모두들 자신과의 싸움에 치열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한 해 동안 즐겁고 벅차게 공부할 수 있어 샘과 학우들에게 감사한 맴 자랑스런 맴 그득입니다~ 또한 저의 체력이 우스울만큼 모두들 확실한 열정무장 강철체력자들이심에 부러움맴 그득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