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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10-10 19:56
조회
25
'알 수 없다'는 제국주의적 태도


이 선사 시대의 인간이 우리를 저주하고 있었는지, 우리에게 기도하고 있었는지,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우리는 주위 환경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정상인이 정신 병원에서 일어난 격렬한 폭동을 대할 때 그렇듯, 궁금해하면서도 내심 겁에 질린 채 유령처럼 미끄러져 지나갔다네. 우리는 그들과 너무 멀어져 버렸기에 이젠 이해할 수 없었으며, 태초의 밤을, 아무런 흔적도 기억도 없이 사라져 버린 시대를 여행하고 있었기에 기억할 수 없었던 것일세. (79)


말로는 분명 콩고강을 거슬러 올라갔지만 정작 콩고강에서 만난 원주민과 밀림이라는 낯선 환경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곳은 말로가 살던 곳과 다른 시공간이자(태초) 인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살고 있는 '꿈'이자 '알 수 없는' 공간이다. 아프리카에 들어갔다 나온 말로가 그곳을 '어둠'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도 우리는 끝내 그곳을 알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을 '알 수 없다'고 규정하는 것은 말로의 판단이자 말로가 그들에 대한 태도로 선택한 것이다. 말로의 그들을 '알 수 없다'로 말하는 이야기는 지도에 빈 곳이 있어서 그곳에 가고싶고 정복하여 지도를 채우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는 제국주의의 것과 비슷하다. '알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어둠'에 신비한 매력을 부여하고 더더욱 그곳에 가서 가장 먼저 빛을 비추는 사람이 되고싶어 하는 열망을 부추기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신비에 사로잡힌 이들은 '어둠'으로 표상된 그들을 자신과 동등하지 않은 존재로 대상화 하게 되며 '그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욱 밝혀내고 규정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지어 말로는 빤히 보이는 자연과 인간을 놓고도 '누가 말할 수 있겠나' 라고 이야기하며 '태초'의 시공간으로 그들을 분리시킨다. 이로써 말로는 서양과 식민지를 분할하는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전체 1

  • 2017-10-11 08:35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이 태도 자체의 신비주의와 계몽주의를 지적했군요.
    말로는 유럽에 대해서도 많은 말을 남기고 있는데, 그 '알 수 있음'과 대비해서 '알 수 없음'을 함께 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