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7.31 소니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07-25 01:58
조회
121
드디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권이 끝났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비극의 탄생》과 《반시대적 고찰》이 분명한 주제를 통해 명확한 인상을 남긴 것에 비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권은 어슴푸레한 느낌만 남긴 것 같네요. 아포리즘 형식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동안 어느새 한 권이 끝나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야겠죠.

이번 주에는 마지막 챕터인 〈혼자 있는 사람〉을 읽었습니다. 계숙샘이 발제를 맡아주셨는데, 아무래도 선생님은 세미나를 시작할 때 읽었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니체 평전에 제대로 꽂히셨던 모양입니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그려낸 니체의 고독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분명 고독은 마지막 장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체가 어떻게 황량한 고독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데에 이를 수 있었는가, 라는 질문 계속 품고 가시면 좋을 것 같네요ㅎㅎ

저는 ‘배신’이라는 말이 이번 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인식의 돈 후안’이라는 말로 니체를 그려냈었는데, 바로 그러한 면모가 이번 9장에서 가장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니체가 보여주는 인식의 최고단계(?)는 “고귀한 배반자”입니다. 정신의 태만으로서의 신념 속에 갇혀있던 우리는 정의에 무릎 꿇음으로써 의견이 굳어지는 것을 막습니다. 그러나 정의에 무릎을 꿇는 것은 여전히 스스로의 고통을 제물로 바치는 방식이죠. 정신에 의해 정의로부터도 구출된 자는 “배반될 수 있는 모든 사물에 대한 고귀한 배반자로 당파들을 바꾸어가면서 옮겨”다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반자의 다른 이름이 방랑자입니다.

“그러나 인식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을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상태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그들에게 독자적인 견해들을 가져다준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을 고정되고 불변하는 한 개인으로 다루지 않음으로써 많은 것들의 삶과 본질에 대해 인식하면서 관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9장, 홀로 있는 사람〉 中)

니체가 말하는 객관성은 일관성이나 견해의 통일성, 불변성 등에 의해서 증명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오히려 가장 협소하고 주관적인 관점의 결과물들입니다. 일관성과 견해의 통일성 항구성을 갖기 위해서 인간은 스스로의 견해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일을 회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바쁜 직업이라도 갖는 편이 나을 겁니다. 니체가 생각하는 객관성은 오히려 ‘자신을 고정되고 불변하는 한 개인으로 다루지 않음으로써’, 다시 말해 스스로가 믿고 있던 신념과 전제들을 계속해서 배반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식에서 만큼은 돈 후안이 되어야 할 것 같네요.

급 마무리하고 다음 주 공지하겠습니다. 우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물론 책세상)를 서문부터 99절(72p)까지 읽고 옵니다. 발제는 선화샘이 맡아주셨고 간식은 계숙샘이 맡아주셨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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