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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놀> 56절의 어려운 문장

작성자
알렉스
작성일
2017-10-11 21:25
조회
148
<아침놀> 56절에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었죠.

“자유정신은 팔을 뻗어 자신이 무시되는 것을 무시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무시하는 금단의 열매를 딴다.”

원문을 찾아보니 오역은 아닙니다. (단어 선택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다만 라틴어로 쓰여진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갑니다.

우선, 세 번이나 반복되는 ‘무시’는 ‘경멸’이 더 맞습니다. 왜냐하면 이 말은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에서 인용한 바 있는, 중세의 금언에 그 출처가 있기 때문이지요. 중세의 버나드라는 사람은 금욕적 수도사의 기본 덕목으로 네 가지를 말했다고 합니다. 즉,

1. 세상을 경멸할 것 (spernere mundum),
2. 어떤 사람도 경멸하지 말 것(spernere neminem),
3. 자기자신을 경멸할 것 (spernere se ipsum),
4. 경멸당하는 것을 경멸할 것 (spernere se sperni)

니체는 56절에서 자유정신을 설명하는 가운데, 이 중에서  3번과 4번을 가져와 새롭게 조합합니다. 니체 원문의 영역본은 이렇습니다.

“His ambition (not his pusillanimity) reaches up even to the forbidden fruits of spernere se sperni and spernere se ipsum.”

그러므로 좀 더 뜻이 통하게 번역하면 이렇게 되겠죠.

“자유정신은,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열정 때문에, 자신이 경멸당하는 것을 경멸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경멸하면서, 금단의 열매에까지 손을 뻗는다.”

56절 전체의 맥락에서 보자면, 이것은 자유정신이란 늘 새롭게 되기 위해서 자신의 견해를 바꾸고 금지된 것을 실험한다는 의미가 되겠죠. 이제까지 나에게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것을 시도하는 것, 그것을 시도하지 못했던 이제까지의 나를 경멸하는 것, 금지된 것을 시도하는 나를 경멸하는 세상에 경멸을 되돌려주는 것, 이것이 자유정신의 특징이라고 니체는 말하려는 듯합니다.
전체 5

  • 2017-10-12 11:20
    감사합니다^^! 여전히 문장에 대한 해석은 어렵지만, 의미는 명료해졌네요~

  • 2017-10-12 11:36
    감사합니다~^^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다른 질문 드려도 될까요?
    제목 말이예요.. 아침에 노을이 있나요?
    아니면 다른 뜻인가요?

    • 2017-10-12 12:33
      국어사전을 보면, 노을이란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이라고 되어 있어요. 우리가 잘 안써서 그렇지 명백히 존재하는 말이지요. 영어로는 그냥 morning glow 입니다. 예전에는 이 책 제목을 <서광>이라고 번역하기도 했지요. 어쨌든 새롭게 밝아오는 빛입니다.

  • 2017-10-12 12:57
    아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2017-10-19 16:13
    알렉스 샘 덕분에 다시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훨씬 명료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