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7월 13일 후기와 공지 #두 개의 자아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7-13 20:17
조회
156

2017.7.13 후기와 공지


# 쓰는 것이 전부인 삶

카프카는 펠리체에게(그리고 장인이 될지도 모르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편지로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카프카가 쓴 편지는 애인에게 보낸 것이든 애인의 아버지에게 보낸 것이든 톤이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즉 자신이 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건 문학이며 그로인해 감수해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을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밝힙니다. 그의 편지는 너무 투명해서 이면이 없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최선을 다해 자신과 결혼하게 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것에 대해 전달하는 노력을 그치지 않습니다.

편지에서 보여지는 카프카는 생이 자신에게 부여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욕망이 분명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프카는 번다한 일을 만들어내지 않고 지금의 조건에서 쓸 수 있는 최대한 에너지를 글쓰기에 쓰고자 했습니다. 사람도 가급적 적게 만나고 먹는건 최소한으로 하는 잉여가 없는 삶. 마감에 쫓겨 글쓰는게 아니라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사는 삶을 죽기전까지 지속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수행승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 두 개의 자아

‘자신은 문학을 위해 사는게 아니라 문학 자체’라고 말하는 카프카이지만, 그도 결혼 앞에서 많은 시간 고민했었습니다. 그는 파혼 이후 펠리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에게는 ‘두 개의 자아’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 개의 자아는 펠리체가 원했던 자아이지요. ‘펠리체의 소원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것을 계속적인 발전을 통해 달성할 수 있을’ 긍정적 생활인으로서의 자아라고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이 자아 덕분에 생활인으로서 결혼을 마음먹어볼 수도 있던 것이겠지요. 또 다른 자아는 ‘글쓰기에 허기를 느끼며’ ‘작업만을 생각하는 자아’입니다. 이 자아의 유일한 걱정은 ‘글쓰기’밖에 없습니다. 카프카 안에선 이 두 자아가 싸우고 있어요. 결국 카프카는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이지요. 제1자아와 제2자아가 싸운다는 것, 이건 자기 안에 들어와 있는 (자신이 구성하지 않은) 모든 것과 싸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 뱀파이어 카프카

카프카의 편지쓰기는 뱀파이어를 닮았다, 이건 들뢰즈와 가타리의 해석인데요. 흡혈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고, 그가 활동하는 시간은 ‘불면’의 시간이었으며, 성스러운 ‘가족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둘은 닮아있다고 합니다. 다만 흡혈귀와 차이나는 점은 카프카가 빨아들이는 피는 펠리체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카프카는 자신이 벌이는 나날의 투쟁을 두 자아의 투쟁이라고 설명한 바 있지요. 지상의 연인을 사랑하지만 그 연인을 흡혈하여 뱀파이어로 만드는 대신, 자기 자신을 흡혈하여 더 깊고 어두운 심연으로 들어가는 자. 결국 파괴된 것은 자신의 육체이지 연인의 육체는 아니었습니다.


# 유혹자 펠리체

펠리체에게 보내는 카프카의 편지가 그의 문학에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카프카는 편지를 쓰면서 어떤 시간들을 만들어냈던 것일까요? 펠리체가 어떤 존재인지를 해석하는 것은 어려웠어요. 카프카가 어떤 면에서 펠리체에게 끌렸던건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치만 이런 상상은 가능할거 같아요. 법을 여러번 작품의 소재로 가져왔던 카프카에게 펠리체는 시민사회나 법 약속을 상징하는 존재이고, 카프카는 그런 표준적인 삶과 법을 넘어가고 싶어하는 자가 아닐까. 한마디로 펠리체는 법의 유혹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지요. (그치만 펠리체는 카프카적 의미에서의 유혹자가 되고싶진 않았을거 같지요. ^^)


다음주 간식과 후기는 장수하실 영우샘이 준비해주기로 하셨어요~

다음주는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읽고 카프카에게 있어 ‘아버지’란 뭔지, 가능하다면 오이디푸스와 연결시켜 과제를 준비해주시면 되어요.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든 괜찮다고 합니다.

과제를 작성할 때는 ‘인용문’을 중심으로 풀어오는데요, 과제를 쓰기에 앞서 중요한건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는 것이니만큼 짧게 쓰더라도 강력한 해석을 해오는 것으로!ㅋ 고럼 다음주에 만나요~~
전체 3

  • 2017-07-14 00:32
    이응이는 후기매니저를 시켜야할 듯. 잽싸게, 깔끔하게 후기 올리는 건 최고로구나. 혜원, 규창, 건화에게 전수하고, 감시하고, 쪼으라~ 쪼으라~!!!

  • 2017-07-14 10:25
    장수하실 영우쌤.... ㅋㅋㅋ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 기대됩니다^^

  • 2017-07-14 10:50
    ^^ 우리들 중 유일한 '아버지'이신 영우쌤의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해석도 기대됩니다. 만약, 은행나무 출판사 판으로 다음주를 준비하신다면, 꼭 뒤에 첨부된 <누이동생 엘리에게 보내는 편지>도 읽어보세요. 카프카가 생각하는 '가족', 카프카가 두려워하는 '오이디푸스'가 조금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