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7.27 공지와 후기 # 아버지의 세계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7-23 16:32
조회
94
# 아버지(법)의 세계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는 보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창작이 왕성하던 시기에, 이렇게 긴 호흡의 편지를 쓰고 보내지 않은 것은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문학작품으로 읽을 수 있는 가능성. 실로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는 <법 앞에서>나 <성>과 비슷한 구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법은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있다는 점이나,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연결시켜볼 지점이 있지요.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세계를 세 가지로 나누었지요. 하나는 아버지로 상징되는 <법의 세계>, 법의 구속을 받는 <노예의 세계>, 이 두 세계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사람들이 사는 세계>가 그것입니다. 카프카 자신은 <노예의 세계>에 속해있으며, 아버지는 <법의 세계>에 속해있다고 말하지요. 흥미롭게도 이것은 카프카의 작품을 관통하는 구도와 겹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카프카는 <법의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지만 끝내 벗어나지 않습니다. <법 앞에서>의 시골사람이 ‘문지기’를 넘어가지 않고,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의 원숭이가 감옥을 탈출할 시도를 하지 않는 것 처럼요. 감옥을 빠져나간들 펼쳐지는 것은 망망대해이고 죽음 뿐이니까요. 이렇게 카프카의 작품 속 인물들은 넘어가는걸 목표로 삼지만 넘어가지 않습니다. 넘어간다 하더라도 그곳은 다시 또 다른 성 안에, 법 안에 갇혀 있음을 알게되기 때문일까요?

이런 구도는 카프카에게 있어 ‘결혼’이라는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카프카는 3번이나 약혼했지만 결국 결혼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도 다시금 자신이 ‘아버지’가 될 가능성을 갖게되기 때문입니다. 감옥이 싫어서 나왔지만 내가 또 다시 감옥을 짓게 될 위험성. 그렇다면 <법의 세계>를 탈출하지 않는 카프카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카프카의 작품 속에는 ‘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아들은 투쟁을 게시할 때 아버지에게 맞섬으로써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살게 만드는 것도 죽게 만드는 것도 오직 자신 뿐입니다. 아버지라는 세계는 강력하지만, 그 아버지에게 투쟁한다고 해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버지와의 투쟁에서 쟁취한들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아버지(로 상징되는 법)’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투쟁’뿐입니다. 자신의 가족이나, 이웃이나, 세계를 문제삼기보다 차라리 ‘벌레’가 되어 그들로부터 떨어져나오는 방식. 이것이 카프카만의 투쟁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 읽어올 범위는 <밀레나에게 쓴 편지> 225쪽까지입니다.

간식은 이응^^ 다음주에 만나요~~
전체 2

  • 2017-07-25 13:14
    카프카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법의 초월성, 그 무자비함, 무엇보다 그 다채로운 빈틈과 어그러짐을 사유했지요!
    단 한 걸음이 최선이자, 전부라고 생각했던 카프카님이여! 계속 만나겠나이다~ ^^

  • 2017-07-26 10:35
    주변에 예비 부모가 있다면 (조금은 예민한) 자식의 입장을 생생히 들어볼수있는 이 책이 아주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특히 아이를 기숙학교에 반드시 보내라는 카프카의 당부... 그 부분이 참 좋았답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