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10.12 카프카 공지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9-28 15:24
조회
91
2017.9.28

[관찰](1913) <국도의 아이들>, <사기꾼의 탈을 벗기다>, <갑작스러운 산책>, <결심>, <산으로의 소풍>, <독신자의 불행>, <상인>, <멍하니 밖을 내다보다>, <집으로 가는 길>,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승객>, <옷>, <거부>, <남자 기수들을 위한 숙고>, <골목기로 난 창>, <인디언이 되고 싶은 마음>, <나무들>, <불행> + <사냥꾼 그라쿠스>


<관찰>의 출판년도는 1913년이지만 글이 쓰여진 것은 1912년입니다. (1912년의 중요성!) 1912년은 펠리체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하지요. 당시 카프카는 <관찰>의 교정을 보고 있던 중이었어요. 카프카는 <관찰>의 판형과 작품의 순서에 신경을 썼다고 해요. <국도의 아이들>로 시작해서 <불행>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편집자에게 지침을 주었다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에 적용시켜볼 수 있을까요?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카프카. 저는 이번에 읽은 작품들은 어떤 키워드로 꿰어내야 할지 어려웠어요. 마치 의미화할 수 있는 모든 길에서 도피하기라도 하듯. 작품 속의 공간은 서로 얽혀져 있고 이곳이 안인지 밖인지,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의 경계들도 희미해져서 약간은 땀 흘리며 읽었더랬지요.

그래도 샘들이 [창문, 유령, 속도(시간), 죽음(흐름), 사기꾼(언어), 독신자 등] 여러 키워드로 카프카를 독해해 주셔서 해석해보는 재미가 솔솔했습니다. 이것들을 당장 하나의 주제로 엮기는 쉽지 않지만 한 학기동안 수수께끼의 힌트로 삼아 들어가볼 여지가 생겼으니 말예요.

그럼에도 문체나 내용에서 보여지는 공통된 무언가를 꼽자면 ‘돌연함’이 아닐까 해요. 카프카의 화자들은 돌연히 고개를 돌리고, 돌연히 방향을 바꾸면서 풍경들을, 입각점을 바꾸어내지요. 돌연한 변화에는 왠지 속도감이 느껴지지요. 그 속도란 빠르다/느리다 라고 구분되는 속도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입각점을 바꾸어내는 ‘질이 다른 속도’랄까요. 다르게 말하면 한 걸음을 떼자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순간의 속도’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가을임다. 카프카 작품속 화자들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것처럼 멍때리기 좋은 계절.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눈길’로 하는 산책,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문체, 한 걸음 떼면 달라지는 풍경들.. 카프카 시간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이 가을에 더욱 멍때리며 흐르게 만드네요ㅋ 기나긴 연휴 잘 보내시고, 한 주 쉬고 10월 12일에 만나요~


이번주 후기+다음주 간식은 성연샘~

다음 시간에도 고구마(혹은 감자)를 쪄둘테니 간식 가볍게 부탁드려요 ^^

이번에 읽을 부분은 <법> 특집입니다.

<유형지에서> - 지니, 성연

<신임 변호사>, <법 앞에서>, <만리장성의 축조> - 수경, 이응
전체 1

  • 2017-09-28 18:48
    카 선생님께서는 겨울을 좋아하셨지요. 점점 더 쌀룽해지는 '밤 골목길'이 다가오는군요.
    설마 여기까지? 싶을 정도로 작품 곳곳에 박힌 보석을 뽑느라 오늘도 우리는 열일 하였습니다. '유령'에 대한 논의도 아주 좋았고요.
    그럼, 다음 시간까지 '법' 과 함께 '멍~' 때려보아욧! ^^ 추석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