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들

영화, 들 열 네번 째 후기!

작성자
보영
작성일
2018-04-01 22:10
조회
188
영화를 보며 들뢰즈와 만나는 시간. 영화, 들  세미나가 끝났습니다!  마지막 세미나에서는 에세이를 발표하며 얘기를 나누고 그 후에 영화 <현기증>을 보았어요.

영화, 그리고 들뢰즈

이번에 에세이를 쓰기로 한 영화는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 장 르누아르의 <위대한 환상>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그리고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 이렇게 네 편이었습니다. <제너럴>을 다루면서 예슬샘은 기차와 남자주인공의 관계, 그리고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각각 기차라는 기계를 다르게 다루는 방식이 재미있었다고 짚어주셨어요. 한역샘과 건화샘은 <위대한 독재자>를 분석해 글을 쓰셨는데, 한역샘은 마지막 씬에서 남자주인공 찰리의 목소리를 듣고 한나가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감화를  받은 장면을 인상깊게 보았고, 건화샘은 찰리가 모든 리듬을 하나로 획일화하려는 독재에 저항하는 코드교란자라서 자꾸 정해진 리듬을 흐트려놓고 자기 리듬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하셨어요. 지은샘은 <7인의 사무라이>에서 사무라이가 자기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에 주목해 새로운 질문을 맞이하는 인물들의 태도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보셨습니다. 혜원샘은 <위대한 환상>을 이야기하며 환상의 기능이 있다, 환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사람들을 때로는 움직이고 때로는 기존의 구분을 흐리게 한다고 짚어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서로 짚어내는 부분이 다르고, 해석하는 초점이 다른 게 재미있었습니다. 각자 보면서 포착한 부분과 놓쳤던 부분, 혹은 다르게 생각한 부분을 나눠 이야기하고 나면, 이전까지 봤던 영화의 느낌이 확 달라지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나 영화를 들뢰즈와 연결해 읽기는 아직도 많이 어려웠습니다. 책 한 권을 다 읽었지만 들뢰즈는 여전히 멀게 느껴지고 어렵네요. 그래도 분명히 알게 된 게 있는데, 제가 얼마나 제 초점 하나에 매달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절단'해내고 있었나 하는 점이예요. 저는 영화를 볼 때 주로 서사를 따라 파악하는 편이고, 캐릭터 한 두명에 집중해 영화를 보고있었다는 걸 들뢰즈를 읽고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카메라 앵글이나 장면 전환, 각도 같은 건 거의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봤는데 이번 세미나를 하면서 서사가 내용이나 대사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걸 전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다른 결을 띄게 되는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아직 한 번 보면서 그 모든 걸 포착해내기는 힘들지만, 늘 익숙한대로 보던대로가 아닌 다른 식으로 영화를 보는 시도를 계속 해봐야겠습니다.

 <현기증>

세미나 마지막 날 본 영화는 <현기증>입니다. 초고화질 영화를 빔프로젝트로 보니까 정말 영화관에 온 것만 같았어요! 한역샘이 강추하신 이 영화는 그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입니다. 저는 히치콕 히치콕 말만 들었지 영화를 이전까지 한 편도 안봤는데, 정말 강렬한 영화였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도 그렇지만 화면이 아주 과감하고 신선한 느낌이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혼자 지각-이미지, 감화-이미지, 행동-이미지 같은 들뢰즈 책에 나온 개념을 적용해보았습니다. 평소라면 별 생각 없이 보았을텐데 아 저 프레임은 저 인물의 절단면이겠구나.. 이것은 누구의 절단면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특히 얼굴화된 그림자와 그에 반응해 감화-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주디...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쓰면서도 이게 들뢰즈가 말한 그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한역샘이 이전 에세이 때 말씀하신 부분인데, 꿈과 현실의 구분의 위계가 없어진다는 말이 저는 이번 세미나 끝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에요. 꿈과 현실, 삶과 죽음, 움직임과 정지됨 이런 구분에 대해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들뢰즈를 읽으면서 제일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거든요. 눈을 뜬다고 다 보는 게 아니고, 귀가 있다고 다 듣는게 아니듯 저는 얼마나 듣고 보고 있었던걸까요. 영화와 영화 밖, 그러니까 예술과 삶 이런 구분도 다르게 바라보면서 다른 세계의 모습을 절단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들뢰즈가 바라본 세상, 그리고 영화 감독들이 절단한 세계의 단면은 어떤 이미지였을까요. 우리 각자의 세상은 서로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를까요.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그래서 움직이는 만큼 다채로워지는 세상인걸까요?

어려웠지만 새로운 시도, 세미나 끝나고도 계속 삶에 적용해보아야겠습니다. 겨울부터 봄까지 다들 고생 많이 하셨고 같이 영화보고 책읽고 이야기해서 정말 즐거웠어요! 마지막 채운샘 덕에 뒷풀이까지 배부르게 잘 했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세미나까지 잘 지내다가 또 각자의 세계를 나눠보아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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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03 12:48
    보영이의 발랄함이 느껴지는 후기 ㅋㅋ 다들 넘 고생 많았어요~~ 시즌2에도 만나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