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들

영화, 들 열세번째 후기

작성자
예슬
작성일
2018-03-21 18:40
조회
150

이번 시간에는 3시간이 넘는 장편 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본 후 책 제11장 <형상들 혹은 형식들의 변형>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950년대 발표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특징적인사건들이 서로 빠르게 교차되며 나타나서 요즘 현대식의 영화와 매우 유사해 보여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7인의 사무라이에서 등장하는 사무라이들은 제가 흔히 생각하던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들은 아니었습니다.


사무라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 치밀한 계획을 짜고 군대를 지휘하는 전형적인 리더의 역활을 하는 사무라이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과 소박하게 어울리는 사무라이, 괴짜 같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 사무라이, 성실하고 과묵한 사무라이, 마을의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는 젊은 사무라이 등 여러 페르소나가 나타납니다.


분명 그 당시 일본에서 추앙받던 존재들이지만, 굉장히 인간미 넘치는 재밌던 사람들이었고, 이러한 캐릭터로 인해 우리와 같은 관객들은 사무라이에 대해서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이런 성격은 애초부터 왜 이들이 마을에 머물게 되었는지에 대한 어떤 이유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가난한 마을 주민들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마을에 머물게 되는데, 이 또한 어떤 경건한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간미 넘치는 성격처럼, 그저 그들은 마을 사람들의 어려움을 함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엔딩을 통해 사무라이들의 존재성이 마을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사무라이와 같은 존재"라고 흔히 얘기될 수 있던 특별한 계급층의 그들은 모든 전쟁이 끝나고 마을에 평화가 찾아오면서 오히려 추앙받기 보다는 그 존재감이 희미해져가는데, 이것은 사무라이라는 존재들이 마을사람들에게 필요가 없어졌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도 사무라이들은 잊혀진 존재인 것 같습니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과 같은 픽션 기반의 기록물들이나 전통축제 등에 가서 보지 않으면 정말 사무라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알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알게되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쟁의 중심이 되는 사무라이들은 마을에서 계속 수련을 해오고 자라서 자연스럽게 그 사회에 속하게 된 사람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 그들은 완벽한 외부인으로, 우연히 요청을 받은 것일 뿐, 사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과는 상관이 없는 마을 주민들을 지키고 그들의 집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대한 전략을 짜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등, 완벽하게 배재된 타인이라 볼 수 없는 행동들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영화는 사무라이가 얼마나 많은 역할을 전쟁에서 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도적떼와 맞서 싸우는 장면들, 용감하게 적을 베는 장면, 불타는 집으로 달려가 숨이 끊어져가는 어머니로부터 어린 아이를 구출하는 장면, 그리고 그 슬픔을 공유하며 오열하던 장면 등을 통해 정서적으로 또한 그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있는 아가씨와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장면등은, 마을에서 그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렸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무라이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현재 여겨지지만, 그 당시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큰 역할을 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들뢰즈는 “횡적으로 끊임없는 움직임을 부각시키며 커다란 기의 공간 안에서 촘촘한 이벤트들을 엮는다”라는 설명으로 작은 행동들이 큰 형식을 만들어 나아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런 횡적인 움직임은 동양 영화의 한 특징적인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쓰인 이유는 사무라이들의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상황을 바꿔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인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비가 축축내리는 가난한 마을 (커다란 기의 공간) 에서 사무라이들의 행동 (끊임없는 움직임) 들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기를 얻게 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행동이 긍정적인 결말로 이끄는지 보여줍니다.


“상황으로부터 그것이 담고 있는 질문을 끄집어내어 비밀스런 질문의 전제들을 발견해야 한다.” (344)


이렇게 마을사람들이 도적때로부터 핍박받는 상황에서 가난한 사무라이들이 그들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그렸다는 것은, 물질적 보상이 돌아오기 힘든 그 상황에서도 헌신하는 사무라이들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진정한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저희는 저번시간에 책에 있는 한 문장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했던 것 같습니다 -  “농부들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들이었다” (347)


제 생각이지만, 농부들이 진정한 승리자일 수 있었던 이유는 사무라이의 존재 이유에 기반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진정한 사무라이 정신이란 약자를 보호하고, 그림자처럼 일반인들을 위험으로부터 감싸는 어떤 희생 정신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들에게서도 가난한 자들에게서도 더 이상 자신들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그림자들”과 같은 희미한 존재가 되었을지라도, 그들의 숭고한 정신은 기억을 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사실 감독이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무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영화의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이미 답변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 2

  • 2018-03-22 10:44
    ㅎㅎ 예슬샘 글에서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다는 게 막 느껴지네요. 들뢰즈가 본 구로사와 아키라의 독창성은 영화에 드러나는 상황 하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질문을 영화를 진행하면서 점진적으로 드러내려고 한 점인것 같아요~

  • 2018-03-23 08:44
    영화 전체가 사실은 마지막에 던져진 ‘사무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해석이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