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한강

전자방 9~11, 지북유 1~3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03-27 21:49
조회
118
전자방 제9장

列禦寇 爲伯昏無人 射 引之盈貫 措杯水其肘上 發之 適矢復沓 方矢復寓 當是時 猶象人也
열어구가 백혼무인 앞에서 활을 쏘았다. 활을 끝까지 당기자 팔꿈치에 물을 채운 잔을 올리고 쏘아도 화살이 연달아 날아가 바야흐로 앞에 쏜 화살에 맞았다. 이때 열어구는 마치 흙으로 만든 인형 같았다.

-列禦寇 : 열자. ‘어구’는 경찰계통 직업을 말함. 그는 1. 실용주의적으로 살다가 수행으로 삶을 바꾼 사람의 전형. 2. 그런데 <사기>에는 없어서 어떤 위상의 인물인지는 불명확함.
-爲 : ~를 위하여.
-盈貫 : 화살촉이 활에 닿을 정도로 활을 끝까지 당김.
-措杯水其肘上 : 팔꿈치 위에 물을 채운 잔을 올림.
伯昏無人 曰 是 射之射 非不射之射也 嘗與汝 登高山 履危石 臨百仞之淵 若 能射乎
백혼무인이 말했다. “이것은 활쏘기를 위한 활쏘기다. 활쏘는 이유 없는 활쏘기가 아니다. 내가 한번 너와 함께 높은 산에 올라가 위태로운 돌을 밟고 백인이나 되는 연못에 임한다면 이와 같이 화살을 쏠 수 있겠는가?”

-射之射 : 활쏘기를 위한 활쏘기. 자랑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
於是 無人 遂登高山 履危石 臨百仞之淵 背逡巡 足二分 垂在外 揖禦寇而進之 禦寇 伏地 汗流至踵
이에 백혼무인은 마침내 높은 산에 올라 위태로운 돌을 밟고 백인이나 되는 언못에 임해 연못을 뒤로 하고 뒷걸음질 치니, 발의 3분의 2가 밖에 걸쳐졌다. 그 후 어구에게 읍하고 나왔다. 어구는 땅에 엎드려 땀이 흐르는 것이 발꿈치까지 이르렀다.

-逡巡 : 뒷걸음질.
-揖 : 활을 이미 쏘고 난 다음 다음 사람에게 차리는 예의.
-踵 : 발꿈치.
伯昏無人 曰 夫至人者 上闚靑天 下潛黃泉 揮斥八極 神氣不變 今汝 怵然有恂目之志 爾於中也 殆矣夫
백혼무인이 말했다. “지인은 위로는 푸른 하늘을 엿보고 아래로는 황천에 잠기며 우주의 팔방끝까지 휘저으면서도 신기가 변하지 않는다. 지금 너는 벌벌 떨면서 눈에 두려움이 가득하니 너는 화살을 적중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黃泉 : 1. 묘도 2. 깊은 물 3. 저승(3세기 이후)
-揮斥八極 : 우주 사방팔방을 휘저으며 자유롭게 다닌다.
전자방 제10장

肩吾 問於孫叔敖 曰 子 三爲令尹而不榮華 三去之而無憂色 吾 始也 疑子 今 視子之鼻間 栩栩然 子之用心 獨奈何
견오가 손숙오에게 물었다. “그대는 세 번 영윤이 되었는데도 영예로 여기지 않고 세 번 쫓겨났는데도 근심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저는 처음 당신을 의심했는데 지금 당신의 코 사이의 숨결을 살펴보니 자연스럽습니다. 당신의 마음씀은 도대체 어떠한 것입니까?”

-疑子 : 그대를 위선적이라고 의심했다.
-鼻間 : 코 사이의 숨소리.
-栩栩然 : 자연스러운 숨소리.
孫叔敖曰 吾何以過人哉 吾 以其來 不可却也 其去 不可止也 吾 以爲得失之非我也 而無憂色而已矣 我 何以過人哉 且不知 其在彼乎 其在我乎 其在彼邪 亡乎我 在我邪 亡乎彼 方將躊躇 方將四顧 何暇 至乎人貴人賤哉
손숙오가 말했다. “제가 어찌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겠습니까. 저는 높은 벼슬이 오는 것을 물리치지 않고 가더라도 잡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기에 근심하는 기색이 없었을 뿐입니다. 제가 어찌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겠습니까. 또한 그것이 거기에 있는지, 나에게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거기에 있으면 나에게 없는 것이며 나에게 있다면 거기에 없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주저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어찌 사람이 귀하고 사람이 비천한 것에 대해 생각하겠습니까.”

-非我 : 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不知 其在彼乎 : 1. 득실이 거기에 있는 것인가 모르겠다. 2. 도가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方將躊躇 方將四顧 : 도의 세계에 진입한 모습의 전형. 포정해우 참조.
-何暇至乎 : 어느 겨를에 관여하겠는가.
仲尼 聞之 曰 古之眞人 知者 不得說 美人 不得濫 盜人 不得劫 伏戲黃帝 不得友 死生 亦大矣 而無變乎己 況爵祿乎 若然者 其神 經乎大山而無介 入乎淵泉而不濡 處卑細而不憊 充滿天地 旣以與人 己愈有
중니가 그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옛 진인들은 아는 게 많은 사람도 그에게 유세하지 못했고 미인도 그를 동요시킬 수 없었으며, 도둑도 그를 겁박할 수 없었고 복희와 황제도 그와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생사 또한 큰 문제지만 그조차 바꿀 수 없었는데 하물며 작록 따위겠는가. 이와 같은 자는 정신이 태산을 지나가도 막히는 것이 없고 깊은 연못에 들어가도 젖지 않으며 미천한 처지에 처해도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정신이 천지에 충만하여, 다른 이에게 다 주어도 자기가 더 많이 갖는다.”

-無介 : 막히는 게 없다.
-旣 : 盡과 같음. 전부.
전자방 제11장

楚王 與凡君 坐 少焉 楚王 左右曰 凡亡者 三 凡君曰 凡之亡也 不足以喪吾存 夫凡之亡 不足以喪吾存 則楚之存 不足以存存 由是 觀之 則凡 未始亡 而楚 未始存也
초나라 왕이 범나라 군주와 함께 앉아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초나라 왕의 측근들이 말했다. “범나라에 망할 조짐이 세 가지 있습니다.” 범나라 군주가 말했다. “범나라가 망하는 것은 나의 보존을 못하게 하기에 부족합니다. 범나라가 망하는 것은 나의 보존을 못하게 하는 것에 부족하다면 곧 초나라가 갖는다 한들 갖고 있는 것을 보존하기에 부족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범나라는 애초에 망하는 것이 없고 초나라는 애초에 존속이 없습니다.”

제22편 지북유

지북유 제1장

知 北遊於玄水之上 登隱弅之丘而適遭無爲謂焉 知 謂無爲謂 曰 予欲有問乎若 何思何慮 則知道 何處何服 則安道 何從何道 則得道 三問而無爲謂 不答也 非不答 不知答也
知가 북의 현수가에 놀러가서 은분 언덕에 올라 무위위를 만났다. 지가 무위위에게 말했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어찌 생각하고 고민해야 도를 알겠습니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일해야 도에 편안하겠습니까? 어디로 따르고 무엇으로 말미암아야 도를 얻겠습니까?”
세 가지 물음에 무위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답을 몰랐던 것이다.

-無爲謂 : 할 일도 말도 없는 자.
-何道 : 由와 같음. 말미암음.
知 不得問 反於白水之南 登狐闋之上而睹狂屈焉 知 以之言也 問乎狂屈 狂屈曰 唉 予 知之 將語若 中欲言而忘其所欲言
제가 더 묻지 못한 채 백수의 남쪽으로 돌아왔다. 호결 위로 올라 광굴을 만났다. 지가 다시 같은 질문을 했다. 광굴이 말했다. “응. 내가 알고 있다. 말해주마.” 하고는 말하려는 중간에 말하려는 것을 잊었다.
知 不得問 反於帝宮 見黃帝而問焉 黃帝曰 無思無慮 始知道 無處無服 始安道 無從無道 始得道
지가 더 묻지 못하고 황궁에 돌아와 황제를 만나 물었다. 황제가 말했다. “생각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으면 비로소 도를 알게 되며 행동하지 않고 일하지 않으면 비로소 도에 편안하고 따르지 않고 말미암지 않으면 비로소 도를 얻는다.”
知 問黃帝曰 我與若 知之 彼與彼 不知也 其孰是邪 黃帝曰 彼無爲謂 眞是也 狂屈 似之 我與汝 終不近也 夫知者 不言 言者 不知 故 聖人 行不言之敎 道不可致 德不可至 仁可爲也 義可虧也 禮相僞也 故 曰失道而後 德 失德而後 仁 失仁而後 義 失義而後 禮 禮者 道之華而亂之首也 故 曰爲道者 日損 損之 又損之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也 今 已爲物也 欲復歸根 不亦難乎 其易也 其唯大人乎
지가 황제에게 물었다. “저와 당신은 이것을 알고 무위위와 광굴은 알지 못하는데 누가 옳은 겁니까?”
황제가 말했다. “저 무위위는 참으로 옳다. 광굴은 그것과 닮았다. 나와 너는 종내 그것에 가깝지 않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말하지 않는 가르침을 행한다. 도는 언어로 얻을 수 없고 덕은 미칠 수 없는 것이다. 인은 시도할 수 있고 의는 어그러질 수 있으며 예는 서로 행하는 거짓이다. 그러므로 말하길 ‘도를 잃은 후에 덕을 말하고 덕을 잃은 후에 인을 말하고 인을 잃은 후에 의를 말하고 의를 잃은 후에 예를 말한다. 예는 도의 꽃이요 어지러움의 시작이다.’ 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길 ‘도를 행하는 자는 매일 덜어내고 그것을 덜고 또 덜어내면서 하지 않음에 이른다.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이미 사물이 되어 있으니 근본으로 돌아가고자 함이 또한 어렵지 않겠는가. 그것이 쉬운 자는 아마도 대인뿐이리라.”

-是邪 : 옳은가?
-眞是 : 1. 참으로 옳다. 2. 도의 진수.
-致 : 언어로 얻어지지 않는다. 得과 같다.
-虧 : 일그러짐. 不足.
生也 死之徒 死也 生之始 孰知其紀 人之生 氣之聚也 聚則爲生 散則爲死 若死生爲徒 吾又何患 故 萬物 一也 是其所美者 爲神奇 其所惡者 爲臭腐 臭腐 復化爲神奇 神奇 復化爲臭腐 故 曰通天下 一氣耳 聖人 故 貴一
삶은 죽음과 같은 무리이고 죽음은 삶의 시작이니 누가 그 변화의 주체를 알겠는가. 사람의 삶은 기가 모인 것이다. 모이면 삶이 만들어지고 흩어지면 죽음이 된다. 만약 죽음과 삶이 같은 무리라면 내가 어찌 또한 걱정하겠는가. 그러므로 만물은 하나이니 그런데 그 아름다운 것을 신기하다 여기고 그 싫은 것은 썩었다고 한다. 썩은 것은 다시 화해서 신기하게 되고 신기한 것은 다시 화해서 썩은 것이 된다. 그러므로 ‘천하에 통하는 것은 기 하나뿐’이라고 한다. 성인은 그러므로 하나를 귀하게 여긴다.

-紀 : 변화의 주체. 이치.
-一 : 道와 같음.
-貴一 : 一氣를 귀하게 여긴다.
知 謂黃帝曰 吾問無爲謂 無爲謂 不應我 非不我應 不知應我也 吾問狂屈 狂屈 中欲告我而不我告 非不我告 中欲告而忘之也 今予 問乎若 若 知之 奚故 不近 黃帝曰 彼其眞是也 以其不知也 此其似之也 以其忘之也 予與若 終不近也 以其知之也 狂屈 聞之 以黃帝 爲知言
지가 황제에게 말했다. “제가 무위위에게 물었는데 무위위는 저에게 응하지 않았고, 그건 저에게 응하지 않은 게 아니라 저에게 응하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저는 광굴에게 물었는데 광굴은 도중 제게 말하려고 하는 것을 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제게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하려는 것을 도중에 잊은 것입니다. 지금 제가 당신에게 물어보니 당신은 그것을 아시는데 어찌 가까운 것이 아닙니까?”
황제가 말했다. “무위위가 진정 참된 것은 알지 못했기 때문이고 광굴이 비슷한 것은 그것을 잊었기 때문이며 나와 그대가 종내 가깝지 못한 것은 그것을 알기 때문이다.”
광굴은 그것을 듣고 황제가 말을 아는 사람이고 여겼다.

-眞是 : 存眞. 진정 참됨.
-知言 : 현명한 말. (賢言).
지북유 제2장

天地 有大美而不言 四時 有明法而不議 萬物 有成理而不說 聖人者 原天地之美而達萬物之理 是故 至人 無爲 大聖 不作 觀於天地之謂也
천지는 큰 이치가 있으나 말로 표현하지 않으며 사계절은 밝은 이법이 있지만 의논하지 않으며 만물은 내재된 이치가 있지만 말로 하지 않는다. 성인은 천지의 아름다움에 근원하고 만물의 이치에 통달하니 이 때문에 지인은 하는 것이 없고 큰 성인은 작위하지 않으며 천지를 본다고 하는 것이다.

-大美 : 큰 이치. 化育之功.
-四時 : 점진적 흐름.
-成理 : 내재된 이치.
今彼神明至精 與彼 百化 物已死生方圓 莫知其根也 扁然而萬物 自古以固存 六合爲巨 未離其內 秋毫爲小 待之成體 天下 莫不沈浮 終身不故 陰陽四時 運行 各得其序 惛然若亡而存 油然不形而神 萬物畜而不知 此之謂本根 可以觀於天矣
지금 저 신명과 지극한 정은 만물과 함께 백 가지로 변화하며 만물은 이미 죽거나 살거나 모나거나 둥글게 되지만 그 근본을 알지 못하니 온 세상에 만재하고 만물은 자고로 본디 그렇게 존재한다. 육합이 아무리 거대해도 그 안을 벗어나지 않으며 가을 털이 아무리 작아도 도를 기다려서 몸을 이룬다. 천하의 모든 것은 가라앉고 뜨는 것이 없으며 종신토록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음양과 사계절은 운행하며 각자 그 순서가 있다. 어렴풋이 없는 듯 있고, 스멀스멀 형체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신이하니 만물은 길러지면서도 알지 못한다. 이것을 일컬어 만물의 근본이라고 하니, 그것을 하늘에서 살펴볼 수 있다.

-神明至精 : 1. 신이한 명이 지극히 정하다. 2. 신이한 명과 지극한 정.
-扁然 : 욘 세상에 편재한다.
-惛然 : 있는듯 없는듯한 모습.
-油然 : 기운이 일어나는 모양.
지북유 제3장

齧缺 問道乎被衣 被衣曰 若 正汝形 一汝視 天和 將至 攝汝知 一汝度 神將來舍 德將爲汝美 道將爲汝居 汝 瞳焉如新生之犢 而無求其故 言未卒 齧缺 睡寐 被衣大說 行歌而去之曰 形若槁骸 心若死灰 眞其實知 不以故 自持 媒媒晦晦 無心而不可與謀 彼何人哉
설결이 피의에게 도에 대해 묻자 피의가 말했다. “네 몸을 단정하게 하고 너의 시선을 집중하면 하늘의 기운이 이를 것이며, 너의 지식을 거두어 들이고 너의 생각을 하나로 하면 정신이 와서 머물 것이다. 덕이 너의 아름다움이 될 것이며 도가 너의 거처가 되어서 너는 어리석은 모습이 마치 갓 태어난 송아지와 같을 것이니 자신이 왜 그러는지는 구하지 않을 것이다.”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설결은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피의가 크게 기뻐하며 노래를 부르며 떠나갔다. “형체는 마른 뼈다귀 같고 마음은 죽은 재와 같으니 아는 것을 진실하게 하고 옛 것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 어둡고 어두워 무심하니, 함께 이야기할 수 없구나. 저 사람은 누구인가!”

-齧缺 : 부족한 것을 집는다는 의미의 이름.
-被衣 : 도를 옷처럼 감싸준다는 스승의 이름.
-天和 : 하늘의 기운과 조화를 이룬다.
-度 : 形과 비슷한 의미. 마음의 형태, 생각.
-睡 : 거의 잠든 상태.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