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철학

뒤늦은 <죽음을 철학하다> 세미나, 세미 마지막 & 마지막 시간 후기

작성자
윤영
작성일
2018-07-06 17:44
조회
157
 

마지막 세미나 이후, 일주일 넘게 지났습니다. <죽음을 철학하다> 세미나의 마지막 시간은 파이널 에세이를 작성하여 각자가 공부하고 배운 것을 공유하였습니다. 저는 "죽음을 향해서, 계속 침착하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으나, 구체성과 직접성이 현저히 떨어지며 글의 앞과 뒤 부분의 논리가 불일치한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또한 감사하게도 여러가지 많고도 뜨거운 의견들을 말씀해주셔서 제게 스스로를 새롭게 겸손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후로 계속 고민했습니다. 나는 왜 계속, "쟤는 또 왜 저러나!"의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나의 문제를 두루뭉실하게 말하는 게 아니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해부하는 방법은 대체 무엇일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글이란 무엇이지? 나의 일상적인 사례를 늘어놓는 것? 무슨 일이 내게 일어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서술해보는 것? 그렇게 방황하며 길을 헤매다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 뭐라도 딴 짓을 해야겠다, 싶은 맘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 제 생각만큼 복잡하고 정돈이 안 된 저의 책상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사랑을... 생각하다>라는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였기에 맘을 좀 재밌게 쉬게 하겠지, 싶으며 생각 없이 읽다가, 깨달았습니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외면했던 '사랑'이 바로 내 고통의 원인이었구나!"

제게, 그리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만큼 말하기 꺼려지는 것이 바로 '나의 사랑'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죽음도, 사랑도,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죽음 앞에서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무력해지듯이, 사랑 앞의 나 또한 너무나도 비이성적이고 이해가 안 되는 존재가 됩니다. 저 또한 직면해보니, 도저히 자제가 안 되는 이 사랑의 마음과 딸려오는 감정들로 인해, "지치고 힘들고 정신 없는", "거대한 불변의 벽", "고통의 쳇바퀴 같은"(제 파이널 에세이에서 '삶'에 대한 표현) 상태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즉, 이성에서 벗어난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든 지점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이게 글로 풀 수 있을지는 아직 큰 과제이지만, 그래서 저의 끝나지 않은 마지막 파이널 에세이의 주제는 "사랑과 죽음"으로 드디어 잡혀졌습니다.

이를 위해서 제가 현재 공부한, 공부하고 있는, 공부할 텍스트는,

- 필립 에리아스, <죽음 앞의 인간>

- 파트리크 쥐스킨트, <사랑을... 생각하다>

- 마리안느 쉬스, <사랑에 대한 칼 융의 아포리즘>

- 우치다 타츠루,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등 입니다. 일단 '사랑'에 대해서도 또 공부해야 죽음과 연관지어 공부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고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전 시간에 채운 선생님의 강의 내용 중에 '사랑과 죽음' 테마가 있었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사랑' 이상으로 사랑에는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다른 다양한 텍스트들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이번 죽음 세미나에서 칼 융의 사상에 관심이 많이 생겨, 그의 <칼 융, 기억 꿈 사상>이라는 책도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여러가지로 부족하기도 하고 갈 길이 많은 계획이지만, 즐겁게 유쾌하게 앞으로 걸어가고자 합니다.

미숙한 학도와 함께해주신 일상의 철학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나 저를 어둠 속에서 기꺼이 헤맬 수 있게 해주시는 교수님께도 항상 감사드립니다. 정진하겠습니다! 또 같이 공부해주셔요! :D

*

P.S. 이미지는 마지막 전 시간에 채운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자료를 나름대로 그림으로 정리해본 것입니다. 자료 텍스트를 아무리 공부해도 자꾸 개념이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느낌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내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로 나온 정리 그림입니다. 더 겸손하게, 능동적으로 사유하겠습니다! ㄴ(ㅇㅁㅇ)ㄱ=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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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2

  • 2018-07-06 18:50
    또잉? 일러스트 후기라니?! 후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군요!

  • 2018-07-06 19:08
    ㄴ(ㅇㅁㅇ)ㄱ !! 카프카 포스터에 이어서 또 놀라움을 주는구려~ ^ㅇ^ 또 공부하러 와요 윤영 >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