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4학기 1주차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10-16 20:56
조회
154
벌써 4학기가 시작됐네요! 방학은 잘 보내셨나요~ 아직 ‘내가 만난 스피노자’가 완전히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두 번째 에세이에 돌입하게 됐네요. 흐흐. 이럴 줄 알았습니다. 묵은 짐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는데 새로운 짐이 생겨버렸어요. 하지만 길이 보이면 어떻게든 할 수는 있겠죠. 끝까지 마무리 잘 지어보죠!

4학기에는 니체의 《선악의 저편》을 읽습니다. 첫 주에는 서문과 1장 〈철학자들의 편견에 관하여〉를 읽어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에티카》는 5부 끝까지 읽어 오시면 되고요. 《에티카》 다음에는 《지성교정론》(김은주 옮김, 길)을 읽을 예정이니 미리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4학기에 어떤 주제로 어떻게 쓸 것인지 문제의식과 개요를 잡아 오시면 됩니다. 토론 때 꽤 많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으니 대략 감은 잡으셨리라 믿습니다. 간식은 정희쌤께 부탁드리겠습니다. ㅎㅎ

간단하게 토론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만 정리해보겠습니다. 스피노자에게 윤리적 주체는 ‘현자’, ‘자유인’입니다. 이들은 이성의 인도에 따라 삶의 질서를 재조직하는 자들이죠. 여기서 이성의 인도란 실제로 자기 삶을 적합한 관념에 따라 구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5부에서 스피노자는 수동적 정념에 휩쓸리지 않는 것을 강조하죠. 그런데 수동적 정념에 휩쓸리며 살아가던 우리가 갑자기 어떻게 수동적 정념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성이 무적이 되는 문턱을 넘지는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각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상황들에서 그럭저럭 살아간다는 데 있죠. 그런데 스피노자가 말하는 이성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는 것, 푸코가 말하는 주체의 자기 배려는 그런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단번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삶의 규칙을 설정하고, 앎이 정서화되는 일련의 수행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토론 중에는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땅이 만물을 품을 수 있는 역량을 발휘했다면, 땅에 뿌려진 씨앗은 어떻게든 싹을 틔워야 합니다. 그것만이 씨앗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고, 유일한 과제죠.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신의 자기표현입니다. 모든 인간은 코나투스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수동에서 능동으로 전환할 최소한의 역량을 잠재하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상 코나투스의 성공을 욕망하지 않을 수 없고, 역량을 더 크게 증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윤리적 주체가 되지 않겠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습니다.

확실히 《에티카》는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주희가 《논어집주》 서문에 정이천의 말을 인용하면서 ‘논어를 다 읽고도 변한 게 없다면 이것은 곧 읽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는데, 《에티카》도 똑같이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행히 《에티카》를 읽으면서 조금씩이라도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얼마나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소중하게 여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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