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4학기 2주차 공지 '영원한 정신'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10-22 15:15
조회
185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4학기가 시작됐습니다. 3년간 절차탁마했던 스피노자와 일단락을 짓는 순간이네요. 흠. 싱숭생숭합니다. 고대 중국의 텍스트를 베이스로 삼겠다고는 했지만, 어쩌다 보니 스피노자를 가장 찐하게 만난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어떻게 일단락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니체는 10대에 플라톤, 20대에 헤겔과 쇼펜하우어를 찐하게 만나고 떠났는데, 저는 스피노자와 어떻게 만나고 떠날지 좀 더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다음 주부터 4학기 에세이가 진행됩니다. 먼저 문제의식이 담긴 서론 한 쪽 써 오시면 됩니다. 《에티카》는 이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고, 《지성개선론》은 25번까지, 《선악의 저편》은 〈2장 자유정신〉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간식은 정옥쌤께 부탁드릴게요~

채운쌤께서 강의해주신 니체와 스피노자를 같이 읽어 볼 만한 포인트 정리는 정옥쌤께 바톤을 넘기고, 저는 간단하게 《에티카》에서 거론되었던 논쟁 지점을 짚어보겠습니다.

현재 저희는 “신체의 실존과 관계없는 정신의 지속”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5부 정리20의 주석) 양태는 실체처럼 본질이 실존을 함축하지 않습니다. 개별적 주체의 몸이 흩어지면 당연히 개별적 주체의 정신도 흩어집니다. 하지만 적합한 관념으로 이행한 순간 양태의 정신은 신의 관념으로부터 따라 나옵니다. 이 정신이 흩어지면 마찬가지로 신의 관념도 흩어진다고 해야 하는데, 신의 관념은 필연적으로 실존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이러한 정신은 흩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때 정신은 어떤 정신일까요? 인격적 정신이라고 하면, 윤회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인격적 정신이 아니라면 무엇일 수 있을까요?

토론에서는 ‘역량으로서의 정신’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토론 내용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는데, 대략 사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 개별적 주체의 정신으로 표현되는 전체의 정신 같은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들으면서 지난 일요일 주역시간 때 채운쌤께서 코드로서의 정신, 코드의 현실화로서의 물질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인간은 거의 비슷한 유전자 코드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매우 다르게 펼침으로써 상이한 삶을 살아갑니다. 이때 모두에게 공통된 유전자 코드가 스피노자가 말한 영원한 정신 같은 것과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기존의 인식 체계를 넘쳐 흐르는 미(微)규정적 사유 활동을 전개하는 애벌레-주체 같은 것과도 연결되는 것 같고요.

여전히 정리되지는 않지만, 《에티카》 끝부분에 와서는 생명력이 갑자기 물씬 느껴집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참 새로운 것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생명력이 느껴지는 건 들뢰즈와 니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도 우리의 의식과 무관하게 항상 꿈틀대고 작용하는 힘이 있음을 강조하죠. 이렇게 정리하니 너무 퉁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 이런 잠재적 힘들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는지 분명하게 이해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에티카》를 다 읽고 새삼스럽지만 다시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제기된 문제의식을 다시 점검하게 되네요. 왜 우리는 ‘ethics’를 고민해야 할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서양의 ‘ethics’라는 단어와 비슷한 문제의식이 담긴 단어가 고대 중국에도 있는지도 정리해보고 싶고요. 흐... 공부할 게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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