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6주차 후기 '스피노자의 방법'

작성자
윤순
작성일
2021-11-28 11:30
조회
273
4학기 에세이 ‘스피노자를 통해 본 우리 시대’를 쓰는 중인 스피노자팀. 채운샘께서 팀원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점검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글은 아직 새싹정도의 단계인데 2주후에는 완성 초본이 나와야 되니, 이 상황이 이젠 익숙할 만도 한데 걱정 한 스푼을 넣은 듯 무겁습니다. 하지만 팀원들과 함께 글을 써나가는 것, 한 쪽에 믿는 구석이 있으니 가볍기도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신축년의 마지막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에세이가 완성되면서 끝내면 얼마나 기쁠까요?

<지성 교정론>은 지성에 관한 스피노자의 정리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스피노자는 지성의 출발을 참된 관념과 허구적 관념의 구분으로부터 설명하고 있습니다. <윤리학> 보다 읽기 쉬운 것 같지만 지성만이 분리되어 활동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 구분을 따라 읽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윤리학>을 공부한 후에 이 책을 읽어서 다양한 관점으로 토론하며 읽어가고 있긴 하지만 오늘 <지성 교정론> 강의는 이 쉽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채운샘은 이 책이 미완인데 해제가 이 점을 중심으로 잘 설명되어 있으니까 참조하면 좋겠다고 하시고, 마슈레도 <지성 교정론>에서 주목했던 부분인 ‘방법’에 대한 스피노자의 서술을 중심으로 이 책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스피노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시대 '방법'에 대한 기존 개념에 대하여 세 가지로 반박하면서 방법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방법의 무한퇴행의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참됨은 어떻게 보증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방법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경험론을 참조하기도하고 반박하기도 하면서 스피노자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개념을 전개합니다. 그렇다면 베이컨이 방법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조금은 알아야겠습니다. 베이컨은 지성도 자기가 작업할 만한 적절한 것(보증해줄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외부에 적절한 도구가 있어야 지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관찰, 실험, 표 등을 활용해서 귀납적으로 결과를 도출하고 그 결과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실험을 통해 연역해 나가는 과정이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피노자는 어떻게 베이컨과 다르게 방법의 문제를 정리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지성 교정론>에서 위에서 제기한 방법의 무한 퇴행 문제의 해결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는 경험론에서 방법을 지성에 외재적으로 놓고 보아서 무한 퇴행이 생겨났다고 진단했습니다. 지성에 본유적인 것이 내재해 있고, 이 내재성을 가지고 밀고 나간다는 것이 스피노자가 지성을 정의하는 다른 지점입니다. 인간은 신(원인)으로부터 출발하고 신 안에 있기 때문에 신의 역량이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사유에서는 참된 관념을 데카르트나 베이컨처럼 외부의 신이나 외부의 도구가 보증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렇게 스피노자에게는 지성 자신이 산출한 또 다른 관념이 도구이자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유에서 방법의 무한퇴행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존재나 인식이 자연에 근거하기에 신체 자신의 변용이 도구에 포함됩니다. 도구 개념이 신체에 내재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참된 관념은 반성하면 도출됩니다. 도구와 산물이 동시적이고, 산물이 완전하면 도구(방법)가 완전하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스피노자와 데카르트는 정신을 지도하기 위한 본유관념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본유관념을 외재적 신에 의해 보증 받아야 확실해집니다. 현재의 관념이 어제도 그렇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는 ‘과거의 확실성’으로부터 항상 동일하다는 것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기에 그에게는 방법의 무한퇴행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스피노자에게 본유관념은 본유적 도구가 거짓이면 다른 것이 연역되지 않고, 참이면 뒤로 추출되는 것은 참으로 연역되기 때문에 이 이외에 다른 보증이 필요 없습니다. 이 논리에서는 방법의 무한퇴행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신의 역량 안에서의 인간 지성 역량의 활동이기에 무한퇴행의 문제가 해결되고, 외재적 신이 보증해야 되는 본유관념이 아니고 인간은 신과 내재적으로 연결된 존재이기에 보증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스피노자에게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과 신에 대한 인식이 비례합니다. 이에 따라 지성으로부터의 인식이 신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정해 줄 무언가는 필요 없어집니다. 이렇게만 인간은 인간의 모든 것(신체, 정신, 정서)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진리는 바로바로 현시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와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같다는 스피노자 인식론의 단초를 우리는 <지성 교정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참된 관념인 ‘신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지는 지점입니다. 인간은 어떻게 신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을까요? 스피노자에게 이 지점에서 방법이 필요합니다. 스피노자의 방법은 외재적인 특별한 기술을 익히는 것으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외부 대상을 정확히 반영(지시)하는 정신이 스피노자가 말하고 있는 참된 관념이 아닙니다. 관념은 그대로 실제적이고 다른 관념과의 관계입니다. 스피노자에게 자신(지성)의 역량으로 공통관념을 구성한다는 면에서 방법은 필요합니다.
전체 1

  • 2021-11-29 11:15
    하하. 마음에 드는 에세이로 신축년을 마무리하고 싶지만, 어쩐지 신축년이 지나고도 에세이를 붙잡고 있을 것 같다는 강한 예상이 드네요... 쌤들만 믿겠습니다..!
    그리고 강의 중에 진리는 자기 현시적이란 말이 확 꽂히더라고요. 비슷한 단어를 쓰고 있지만 데카르트와 전혀 다르게 개념을 사용하고, 경험론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경험으로 환원되지 않는 측면을 포착하고, 크~ 스피노자가 앞선 철학자들을 배움으로써 자기만의 철학을 형성했지만, 그렇다고 앞선 철학자들을 비평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죠? 아마 배웠으나 여전히 간지러운 부분이 있어서 다른 용법을 사용한 거고, 그게 자기 철학이 된 것이겠죠? 일단 안 풀리는 게 느껴질 때까지 배우는 게 중요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