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4학기 7주차 공지 '아마추어의 철학하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11-27 22:16
조회
190
축하할 소식이 있습니다! 내년 스피노자팀이 연재할 ‘개념들’을 진두지휘할 매니저로 윤순쌤이 뽑히셨습니다~ 아직 에세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어서 좋네요.ㅎㅎ(너무 질척거리는 느낌일까요?) 미리,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지성교정론》 90절(97쪽)까지,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에세이는 절반 정도, 그러니까 서론과 본론 1번을 써 오시면 됩니다. 그동안 느긋하게 있었던 터라 이제 박차를 가해야겠어요. 흐흐;;

강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정리는 윤순쌤께 부탁드리고, 저는 간단하게 토론 때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철학 텍스트를 읽는 어려움은 문체의 난해함뿐만 아니라 다른 시대적·철학사적 맥락에서도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가 ‘형상’, ‘표상’, ‘인식’, ‘본질’, ‘영혼’ 등을 쓸 때, 니체가 ‘민주주의’, ‘여성과 남성의 평균화’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때, 아마 그 시대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었을 맥락들을 모르고 접근하니까 많이 오해하고 어렵게 이해하게 됩니다. 《지성교정론》을 읽을 때는 왜 이런 표현들이 나왔냐는 질문이 거의 매시간 빠지지 않았고, 《선악의 저편》 〈우리의 덕〉을 읽을 때는 여성에 대한 니체의 말들에 대해서도 ‘그 시대 남성의 보편적 시선이다’vs‘계몽을 요구하는 유럽에 대한 비판이다’ 같이 시비를 따지는 식의 토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맞대서 추론하고, 갑론을박을 펼쳐도 대체로 토론은 ‘우리에게 유익한 방식으로 독해하자’는 쪽으로 정리됐습니다. 철학사적·시대적 맥락을 알면 좀 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지금 텍스트를 만나는 조건은 보조 텍스트들을 통해서 맥락을 모두 섭렵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럴 바에야 에세이에 좀 더 힘을 쏟는 게 낫겠죠.

그런 점에서 강의 중에 언급됐던 들뢰즈의 니체와 스피노자 독해를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들뢰즈는 니체와 스피노자의 시대적, 그들의 철학이 전개된 철학사적 맥락을 모두 알고 있죠. 하지만 그는 니체와 스피노자의 시대적·철학사적 맥락에서의 공통점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크로스시킵니다. 채운쌤은 들뢰즈가 ‘사유의 발생’에 주목해서 둘을 읽었다고 하셨죠. 니체는 ‘힘에의 의지’, ‘충동’에서 사유(도덕)가 발생하는 것을 얘기했고, 스피노자는 신즉자연의 내재적 세계에서의 변용에서 사유(관념)이 발생하는 것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들뢰즈는 이 둘을 통해 대상을 모사하는 ‘재현적 사유’를 넘어가려고 했죠.

다시 이번 4학기 에세이 컨셉 ‘스피노자를 통해 보는 우리 시대’로 돌아오네요. 아무리 스피노자나 다른 여타의 철학자들을 깊이 이해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문제를 진단할 수 없으면 소용없는 거죠. 특히 대학에서 논문을 쓰는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겠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스피노자가 말한 ‘참된 관념’, 주어진 지성의 역량을 입증하는 실험도 각자의 고유한 문제제기 속에서 고유한 윤리를 발명하는 것으로만 시도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학기에 《지성교정론》을 읽는 게 여러모로 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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