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4.8 니나노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04-05 21:44
조회
144
<에고이즘 소론>에는 당시 화제가 됐던 유괴범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녀들을 납치한 유괴범이 그녀들을 살뜰히 보살피며 별다른 구속도 없이 데리고 다녔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스톡홀롬 신드롬일까요? 당시 유괴되었던 소녀들은 유괴범이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각자 알아서 살림을 꾸리며 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나름 유력자의 자녀가 납치되었던 일이기도 했고, 범인이 잡히고 이런 내막이 드러나자 사회가 시끄러워진 것도 사실이고요. 1946년 9월, 패전 직후에 일어났던 일입니다.

안고는 이번에도 '안고했다'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그는 범행의 죄질이 어떻고에는 통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을 둘러싼 반응들에 더 관심이 많지요. 어떤 동화작가는 이 사건이 전쟁 탓이라고 했습니다. 일본 사회가 퇴폐하고, 아이들 역시 부모 곁을 떠나 집단 피난을 감에 따라 발랑 까지게 되었다고 말이죠. 안그럼 귀족집안 따님이 노숙을 견뎌가며 자길 납치한 남자를 따라다닐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반면 누군가는 아이의 아버지탓을 합니다. 당시 납치당한 아이의 아버지는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면서 휴가갔던 온천지에 그대로 눌러 앉아 있었다는 겁니다. 아버지가 이리 냉혈안이니 딸은 오히려 납치범에게 더 정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안고는 이 모든 것들이 표면적인 단상일 뿐이라고 하지요. 특히 동화작가처럼 모든 것을 전쟁 탓으로 돌리는 것을 안고가 그냥 두고 볼 리 없고요. '다른 사람도 아닌 문학가가 그런 표피적이고 틀에박힌 말만 하느냐!'며 가차없이 까버립니다.



이 모두가 유괴라는 사건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며 비판하고 있지, 이 사건의 성격을 진정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는 잡다한 일들에는 항상 이와 같은 안이하고 저속한 비판으로 의미가 부여되어, 인성 혹은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난 숙명 그 근저에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나 질문은 결여되어 있고, 이것은 패전의 비극보다 더 심각한 비극이다. 특히 문학자가 퇴폐한 도의 같이 틀에 박힌 말로 이 사건을 정리하는 것은 죄악에 가까운 안이함이다.


그렇다면 안고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안고는 가정에 의지하는 태도를 문제삼습니다. 자녀는 안전하게 부모 곁에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납치된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생각에 대해 반론합니다. 납치된 아이들의 욕망을 살피지 않고 그저 납치범을 가해자, 소녀들을 희생자라고 생각해서는, 적어도 문학자로서는 이 사건을 표면만 본 것이라고 말이죠. 이 사건은 사실 가정이라는 것이 (굳이 '정상가정'이 아니라도) 아이를 구속하는 부모의 인습적 망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사실, 그리고 인간은 근본적으로 그런 것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물론 소녀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가정에 있는 것을 좋아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안고는 말하는 것입니다.



가정은 부모의 애정과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으나, 실제는 인습적이고 형식적인 것으로 부모의 자식에 대한 헌신은 부모가 망상적으로 확신하고 있을 뿐이며 오히려 아이들에게 복종과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 더 많다. 대개 부모는 아이들의 개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으며 아이 A의 장점으로 아이 B를 훈계하면서 맹목적으로 아이에 대한 헌신과 애정을 확신하는 막무가내 독재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이 글에서 유괴 사건은 일종의 미끼인지도 모릅니다. 안고는 그 다음으로 위대한 천재와 승리자들에 대해 말합니다. 석가나 그리스도는 박해받고, 사회로부터 이해받지 못했고 고흐와 고갱은 예술을 위해 가시밭길을 걸었다고 말입니다. 허나 그것은 세간의 상식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성격을 한껏 발휘한 것이었습니다. 허나 한편으로 그들의 승리는 사실 사회의 상식의 반대편에 위치한 예술과 영성에 헌신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에고이스트가 아닌 한편 '진정한 에고이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에고이즘 소론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부디!!). 수요일에 만나요//
전체 1

  • 2020-04-06 11:30
    "안고했다" ㅋㅋ 맞네요. 안고 했다를 이해하기 위한 관전 팁!! 지난 시간엔 유괴 사건에서 시작했죠. 이 이야기가 흘러 어떻게 에고이즘까지 연결되는지 따라와 보세요.
    비근한 것에서 시작하는 글쓰기의 전형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이 기대되죠? ! 니나노 재미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