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Q 11.29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11-24 14:53
조회
170
지난 시간까지가 《감시와 처벌》을 세부적으로 독해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시간에는 한 발짝 물러서서 좀 더 큰 그림을 살펴보았습니다.

푸코를 읽으며 빠질 수 있는 함정은 푸코의 사유를 소비하는 것만으로 뭔가 혁명적인 사유를 하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점이 아닐까요? ‘권력’이라거나 ‘참을 수 없음’, ‘규율(불복종)’, ‘주체화’ 같은 개념들을 가까이 하고 있으면 뭐랄까 굉장히... 이른바 ‘전복적’ 내지는 ‘탈중심적’인 사유를 하고 있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 달까요. 푸코를 읽으면서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푸코의 ‘멋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푸코는 자신의 작업으로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그것은 그 자신의 소관은 아닐지라도 (어떤 방식으로는 푸코 자신과 연결되고 관련을 맺는다는 점에서) 자신의 흥미를 끄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푸코의 작업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다시 말해 우리가 읽은 《감시와 처벌》을 우리의 현실에서 작동시킨다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규율권력을 나의 현실에 대입해보아야 할까?’ ‘푸코의 분석틀을 이용해서 조야한 분석이라도 시도해봐야 할까?’ ‘아니면 일단은 푸코의 텍스트를 정치하게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들.

그런데 어쩌면 제 질문은 공허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푸코의 사유를 현실 바깥에 위치시키고, 그것을 어떻게 여기에 적용할 것인가를 물었습니다. 제가 푸코의 텍스트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면 이런 관념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겠죠. 푸코가 현재적 문제로부터 시작한 것처럼, 저도 제 현실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푸코를 다시 읽으며 저의 ‘참을 수 없음’을 능동적으로 감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도하기 전에 방법이나 가능 여부를 묻지는 말아야겠죠. 채운샘은 ‘나는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 다르게 살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가’를 질문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나를 규정하고 있는 방식들’을 물고 늘어져 보라고도 말씀하셨죠.

저는 제가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실제로 경험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늘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대안학교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제가 중심적인 힘으로부터 이탈해 있거나 그것에 저항하고 있다고 의식-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사회-권력-자본주의’ 같은 것들은 학교 바깥에 있었고, 그래서 저는 늘 실체화된 ‘사회’와 그것 바깥에 있는 ‘나’라는 구도로밖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 들어갈 것인가?’ 혹은 ‘사회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나의 영역을 만들 것인가?’ 이런 관점으로는 제가 놓여있는 권력관계, 제가 이미 참여하고 있는 권력게임에 대한 사유에는 결코 이를 수 없었죠. 제가 권력의 피안에 놓여있던 게 아니라면 저는 어떤 방식으로 규정되고 있었는지, 그리고 나아가 대안교육이라는 시도는 전체 권력의 그물망 속에서 어떤 효과로 작용하고 있었고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것들이 궁금해지네요.

이번에 읽은 자료들 중에서 저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가 흥미로웠습니다. 거기서 푸코는 계보학을 정의하고 있죠. 푸코에 따르면 계보학은 반(反)과학입니다. “과학적이라고 간주된 담론에 고유한 권력 효과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계보학이죠. 채운샘은 계보학은 ‘anti-science’가 아니라 ‘counter-science’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앎’에 대항하여 ‘비(非)앎’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엘리트에 맞서 민중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죠. 계보학은 과학적 지위를 획득한 앎의 계보, 그 투쟁의 역사를 돌려줌으로써 과학, 객관, 중립의 경계선을 계속해서 재생산합니다. 일상적 차원에서 계보학을 실천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당연한 생각들을 의심에 부치는 일이 되겠죠.

* 다음 주에는 갖고 계신 자료집 중에서 들뢰즈의 《푸코》(〈새로운 지도제작자―『감시와 처벌』〉)와 진태원 선생님이 쓰신 〈생명정치의 탄생―미셸 푸코와 생명권력의 문제〉를 읽고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에세이 개요를 써 오셔야 합니다. 키워드는 ‘내가 나를 규정하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주체화되는 방식들을 불러내기’가 이번 에세이 미션입니다.

* 채운샘께서 선민샘이 이번에 올리신 카프카 연재글(http://qmun.org/?mod=document&uid=3942&page_id=534) 일독을 권하셨습니다. 권력의 작동과 연관해서 생각해보시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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