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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탁 스피노자 1월 23일 공지입니다 : <에티카> 1부 정의, 공리, 정리 1~8

작성자
선민
작성일
2019-01-16 19:18
조회
104
스(피노자)님의 절탁이 시작되었습니다.

복학생(현정샘), 신입생(오경숙 샘, 박선영 샘, 최규성 샘)이 불어넣어주신 신선한 바람과 냉철하신 정수샘, 끈기의 윤순샘, 뒷심의 영님샘, 질문왕 봉선샘의 뜨거운 스피노자 사랑 뿜뿜한 시간이었습니다. 간단한 소개와 숙제 발표, 그리고 각자 가지고 가고 싶은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구요. 신, 복종, 정치, 무지의 문제 등등. 앞으로 어떤 토론이 이루어질 것인가 기대가 되는 주제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현정 샘과 윤순 샘께서 이빨에 찰찰 붙는 떡과, 배가 듬직해지는 달걀과 호두과자를 간식으로 준비해 주셔서, 와구와구 먹으며 신나게 공부했습니다.

오늘 강의에서는 ‘피에르 프랑수아 모로’라고 하는 스피노자 연구가가 정리한 스피노자에 관해 공부했습니다.(「모로와의 대화」,『스피노자의 귀환』)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프랑스에서의 스피노자 르네상스에 대한 전체적인 개관이 있었고요. 스피노자로부터 누가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굵직굵직한 소개도 있었습니다. 라캉은 정신분석에서 프로이트와 스피노자(정서들의 물질성과 관련해서)를 만나게 했고, 알튀세는 맑시즘과 스피노자(선험적 주체란 없다는 점과 관련해서)를 연결시켰다고 합니다. 들뢰즈는 실천 철학이라는 문제 의식 속에서 인식론을 윤리학에 종속시켰습니다. 바슐라르의 경우에는 복수의 과학과 과학의 역사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피노자와 만났습니다.

스피노자처럼 이름 높은 철학자들에게 오늘 내 문제를 물어보고 싶은 유혹이 늘 있지요, 우리에겐. 하지만 모로는 그들에게 직접 답을 구할 수는 없음을 강조합니다. 배워야 할 것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가?입니다. 모로는 우리가 과제란 ‘스피노자의 체계 안에서 그의 개념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는 일이라고 합니다.

스피노자도 신, 사랑, 정치, 자유 등 어떤 것도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는 있었던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들어갔던 것이죠. 스피노자는 이런 사랑은 옳고 저런 사랑은 나쁘다라거나, 특정한 개념의 공과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개념들이 작동하는 매커니즘을 분석하려고 했습니다. 한 존재의 개체화, 구체적 형상은 다른 것들과의 마주침에 의존합니다. 스피노자는 개념을 씨앗 모델로서가 아니라 산출의 모델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저 자유, 저 관용이 실은 어떤 조건에서 출현하는 개념인지를 파악하려고 했던 것이죠.

스피노자에게 자명한 것은 없었습니다. 19세기의 상식은 1870년에 보통 선거가 확정되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배제된다는 점에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요. 그런데 1945년 이래로 프랑스에서는 보통 선거에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포함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모든 개념이 역사적 배치 속에서 구성되면서 실정성을 얻습니다. 스피노자는 어떤 개념의 토대를 가차 없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스피노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이처럼 상식이 된 모든 것에 의혹의 눈길을 던지는 것이지요.

우리가 스피노자의 분석을 따라서 17세기 신학의 출현 조건으로서 그 시대의 상상계를 이해하게 될 때, 우리는 오늘날의 신학이랄 수 있는 의학이라든가, 나 자신의 신학을 둘러싼 개념의 배치들을 연구해볼 수 있는 안경 하나를 얻게 될 것입니다. 모로는 한 저자의 사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그 순간부터 현재적인 물음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스피노자처럼 사유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권합니다.

다음주 2주차(1월 23일) 낮12시(!) 에는

읽을 부분 : 1. <에티카> 1부 정의, 공리, 정리 1~8 /  2. 마슈레, <헤겔 또는 스피노자> 서문, 1부, 옮긴이 해제

발제/ 간식/ 후기 : 현정 샘, 윤순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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