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마이너스

[니체 마이너스] 2주차(9.28) 후기

작성자
소소(최난희)
작성일
2019-09-30 12:58
조회
118
의미


하나의 현상이란 외관이 아니며, 결코 출현도 아니지만, 실제적인 힘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기호이며 징후이다.


이렇게 읽었습니다. 의미를 발견하는 장은 구체적인 삶의 장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물을 소유하거나 이용하거나 때로는 그것을 독점하면서 살아가지요. 소유, 이용, 독점하는 힘이 바로 나인 것이죠. 나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게 바로 나라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이 대목은 나라는 불변의 주체가 사물을 의식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하여 소유하거나 이용한다는 상식과는 다른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현상이라고 하면 저기 의미를 지닌 하나의 현상이 존재하고 관찰자인 나는 중립적인 자세로 그것을 관찰하기만 하면 저 현상의 의미가 겹겹이 벗겨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저기 저 대상이 우리의 의식과 무관하다면 그 객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그러니 '일단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생각하죠. “하나의 현상이 외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출현도 아니다”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니체와 들뢰즈에게 현상이란 하나의 욕망과 다른 하나의 욕망이 만나는 순간순간 드러납니다. 니체와 들뢰즈는 그것은 하나의 기호이고 징후라고 합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얻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힘의 배치가 달라지면 같은 현상도 다른 의미를 얻게 된다는 거지요. 그것을 니체는 '의미의 복수성‘이라고 합니다.

채운 선생님께서는 '기호'에 대해 좀 더 깊은 가르침을 주셨는데 얼른 받아 적었습니다. "기존의 기호학에 따르면 대상 자체가 기호이고 우리의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시면서 김춘수의 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를 예로 들어 주셨죠. "그런 의미의 기호론은 대상을 포착하는 자의 욕망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니체와 들뢰즈에게 기호란 힘의지에 포착된 대상인데, 예컨대 신발이 필요한 사람 눈에 유독 신발만 눈에 띈다는 말씀이셨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입니다.

들뢰즈는 니체 철학을 이해하려면 '복수주의'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복수주의를 '하나의 현상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라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대적인 의견들이 있으니 모두 존중하자‘는 식인데, 어떤 실천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요즘 문화의 다양성이니, 다양성을 존중하자 할 때 마치 가장 수준 높은 담론에 도달한 듯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것도 ’다양성‘을 획일화하는 것 같아요. 니체와 들뢰즈, 푸코의 계보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복수주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 같은데요. 니체와 들뢰즈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신들이 존재하건, 단 하나의 유일신이 존재하지 않건, 소위 그것이 신(성)이 아닌가?" 이 말은 다신론을 주장하건 그에 반해 유일신이 없다고 하건 '신'이라는 실체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이 둘의 관점은 비슷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신'은 ’독점하는 힘‘이고 실제적인 힘관계 속에서 '갑'이지요. 어떤 시대라도 실제적인 힘관계 속에서 신은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중세의 신과 현대의 신이 다르고 당신의 신과 나의 신이 다르듯이 말이지요. 그러므로 신이 죽었다 할 때 그 의미는 하나가 아닌 거지요.

들뢰즈가 복수주의(경험주의라고 달리 말할 때, 채운 선생님은 흔히 관념론에 대비된 경험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들뢰즈에게 경험주의는 흄에 따르는데, A가 B보다 크다 할 때 A에게 그 큼이 내재된 것이 아니라 B라는 외부를 얻음으로써 A의 큼이라는 것이 발생한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를 '철학에 의해 고안된, 철학적인 사유방식' 이고 "구체적인 의식 속에서의 자유의 유일한 보증이자 폭력적인 무신론의 유일한 원리"라고 한 대목을 오래 음미해 봅니다. 왜 그것을 자유의 유일한 보증이라고 했을까. 저의 해석은,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어떤 사건, 현상, 말, 생각"을 대상화하거나 스스로 "가치있다고 여기는 믿음, 감정, 생각'으로 무엇을 판단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치라고 여기는 그 믿음, 감정, 생각이 사실은 구체적인 힘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는 어떤 지평을 얻는다는 뜻이 아닐까요, 저에게는 비판으로서의 철학, 철학에 의해 고안된 철학적인 사유방식, 복수주의, 같은 의미로 읽힙니다.

그 외 ’본질‘, ’가면‘에 대한 질문을 채운 선생님께서 자상하게 짚어주셨고, 민호샘의 말미의 ’벗‘에 대한 질문도 상세히 짚어주셨습니다. 함께 하신 쌤들이 충실히 필기하고 이해하신 듯합니다. 그 내용은 ’의미‘를 이해하는데 필수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자세한 기록은 남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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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30 15:49
    "현상이란 하나의 욕망과 다른 하나의 욕망이 만나는 순간순간 드러납니다." 이 말씀에 핵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식이 우리의 욕망, 신체, 존재방식, 힘과 별개가 아니라는 것.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말씀도 깊이 공감이 갑니다~ 신속한 후기 감사드려요!

    다음주에는 <니체와 철학> 1장의 3번 '의지철학'과 4번 '변증법에 반대해서'를 집중적으로 읽어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2번 '의미'에 나오는 '복수주의'를 현실에 적용해보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개념을 렌즈로 현실을 볼 때의 효과가 무엇인지, 그 개념을 통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보게 되는지를 고민해보는 과제가 있습니다. 간식은 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