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에이징 세미나

10. 1 예스에이징 세미나 공지 '나이듦과 우정'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9-24 14:09
조회
101
함께 공부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조합의 세미나 분위기는 기대됩니다. 다행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는데요. 또 너무 오디오를 차지한 것은 아닌지 살짝 자의식이 듭니다만, 뭐, 세미나는 서로가 서로를 공유하는 장, 연회 아니겠습니까! 니 말 내 말이 어딨겠어요! 모든 것이 공유되고 있는데! ㅋㅋ... 재밌었다는 얘기입니다~

공지부터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3~4장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이번에 나누지 못한 2장도 다시 환기하시면 좋고요. 메모하신 내용은 ‘예스에이징 숙제방’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자세한 후기는 난희쌤께 부탁드리고, 저는 간단히 소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청년인 저에게 ‘나이듦’이란 사실 와 닿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는 있었지만, 나이 든다는 것은 언젠가 실감하게 될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나이듦’을 노년과 등치시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매해 나이가 들고, 노년이 아니더라도 몸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있죠. 20대로서의 유통기한이 2년 남은 저에게도 30대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지니까요. 30대가 되면 신진대사율도 더 떨어지고, 위도 작아지고, 맘 놓고 얻어먹을 수는 없을 것 같은 자의식이 듭니다.^^;; 그래서 ‘나이듦’을 노년에만 한정시킬 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겪을 수밖에 없는 사건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청년도 와 닿을 수 있는 ‘나이듦’을 얘기하는 것이 이번 세미나에 참여하는 저의 목표입니다!

앞으로 남은 3주 동안 저희가 읽을 책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지혜롭게 나이 드는 것’을 위한 논의들이 담겨 있습니다. 꼭 저자들의 논의를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나이듦을 지혜롭게 맞이하기 위한 핵심 문제들을 환기하기에 매우 좋은 책인 건 분명합니다. 당장 저자들만 해도 의견이 안 맞잖아요? ㅋㅋ 하지만 의견의 차이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우정에서는 서로가 건강해질 수 있는 조건이라는 누스바움의 얘기를 상기하면, 누스바움이 키케로와 대화한 것처럼 저희도 누스바움과 레브모어와 지적 대화를 실천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하하!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세미나 토론 시간은 우정을 실험하고, 나이듦을 지혜롭게 맞이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장인 것 같습니다. 세미나 시간은 다른 의견, 다른 경험, 다른 기질을 적극적으로 그러면서도 평등하게 수용되는 장이죠. 태미쌤도 지적하셨지만, 실제로 다들 세미나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더 예리하게 다듬어지는 걸 경험하셨을 거예요. 평소 개인적으로 특정 문제에 대해 고민하던 것을 다듬을 수도 있지만, 토론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의식이 발생하기도 하죠. 신기하게도 함께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난단 말이죠? 그래서 저에게는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저에게 유용한 사람들이고, 제가 우정을 맺을 수 있는 상대방입니다. 다만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는지(conviviality), 신뢰를 구성하기 위해 내가 어떤 행동들을 취할지는 계속 실험해봐야겠지만요.

난희쌤께서 말씀하셨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평생 우정’을 목표로 한다 해도 사실 우정도 시절인연이죠. 어떤 끈끈한 우정도 어느 순간 생각지 못한 사건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이듦을 겪으면서 우정을 맺는 지평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우정에 대한 정의는 차치하고,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우정을 맺고 살아갑니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의 우정, 활동과 비젼이 일치하는 사람들과의 우정, 정서적으로 서로에게 의존하는 사람들과의 우정 등 다양한 우정이 있는데, 사람마다 그리고 연령대마다 조금씩 비중이 달라집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공부하면서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사람들로 우정의 지평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우정이 더 중요한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죠. 다만 장자가 지락(至樂)에 대해 물은 것처럼,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과 어떤 우정을 나누는 것이 나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일입니다. 누군가와 우정을 맺었는데 오히려 불편하다면 굳이 그 우정을 지속할 이유가 없는 거겠죠.

선생님들과 토론하면서 ‘나이듦’과 ‘우정’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연회의 장으로서 세미나 시간을 만들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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