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에이징 세미나

예스 에이징 세미나 시즌 2 첫번째 시간 후기

작성자
소소 (최난희)
작성일
2021-09-24 15:47
조회
152
어제가 추분이었다고 하네요.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점. 그러면 오늘은 어제보다 밤이 낮보다 조금 더 길어졌겠지요. 삼라만상이 이렇듯 변화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 변화를 삶에 끌어오지 못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예스 에이징 세미나가 시즌 2를 앞두고 있고 준비된 텍스트를 보면서, 읽고 함께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추석명절을 기점으로 깜박 잊고 있어어요. 어제 아침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분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보니 정옥샘인 것 같았어요. 함께 해보자 손을 내밀어주시는데, (실뜨기를 하자며 패턴을 내밀어주시는 듯 했어요) 그걸 안 받는다는 건 뭔가를 유기하는 것이고, 그 유기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를 못 찾겠더군요. 그래서 하지 못하겠는 여러 자잘한 조건들을 싹 물리쳐버리고 덥석 그 패턴을 받았습니다. 어떤 패턴의 실뜨기를 할 지가 무척 기대됩니다.

우리는 나이듦에 대해 어떤 관념을 형성하고 있을까요? 나이듦이라는 것과 노년을 단번에 연결시키고, 노년은 또 다종다양한 무력함과 연결시키고 있지나 않은가, 그래서 나이듦에 대해서는 되도록 숙고하지 않고 그저 때가 되면 어련히 마련되는 것이 ‘성숙’이고 ‘지혜’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는지 되물어봐야 한다는 말로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 시대만큼 안티- 에이징을 모토로 달려가는 미친 사회가 있을까, 평소 저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때가 많았습니다. 나이듦, (저는 나이듦을 시간성을 살아간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소를 구분하고 나이 들지 않는 존재란 없겠지요) 그 필연성을 우리 사회는 왜 한사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까요. 무엇이 우리를 차근차근 변화해가는 몸을 받아들이면서 그 몸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잊게 만들까요. 나이듦을 늙음으로 환원하고 그 늙음에 대해 정서적으로 저항감을 느끼는 우리들, 정옥샘은 그래서 이 문제를 담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규창샘이 짚어오신 텍스트의 한 구절이 연결되네요.

“나이듦이란 무언가를 경험하고, 지혜를 획득하고, 사랑하고,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피부가 쭈글주글해지더라도 자기모습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 사람이 나이가 들면 관심사와 행동과 취향도 바뀌는데, 대개의 경우 공통의 경험을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더 유능해지는가, 덜 유능해지는가? 영적인 사람이 되는가? 나이가 드는 과정에서 더 검소해지는가? 빈곤해지는가? 남을 부러워하게 되는가? 인내심이 많아지는가? 넉넉한 마음으로 베풀게 되는가? 우리 자신의 변화들을 인식하고 그 변화들이 바람직한 것인지 점검하기 위해서는 친구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고립된 개인은 본인의 변화를 관찰하고 사색한다고 해서 자신이 더 자기중심적으로 변했는지, 비판을 수용할 줄 알게 됐는지, 남들에게 위협적인 사람으로 변했는지, 가족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정과 대화가 필요하다.”(지혜롭게 나이든다는 것 9~10p)

자연스럽게 1장의 ‘나이듦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로 연결이 되는데, 정우샘께서는 평소 우정에 대해서 일로 만난  ‘아는 사람’과 내밀한 삶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친밀한 사람, 즉 친구를 구분한다고 하셨습니다. 규창샘은 이 텍스트의 저자 중 레브모어가 논하는 우정에 왠지 동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는데요. 이 논의에서 ‘우정의 도구적 성격’(72p)이라는 개념이 마치 개체가 삶의 이해관계를 따져보면서 장기적인 보험상품을 하나 들어놓는 것 같은 맥락으로 관계 맺는 것을 우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여기서 만약 니체적 관점이라면 이런 우정을 어떻게 볼까, 각자가 구축한 안정된 삶을 흔드는 그 모든 불확실성으로부터 끼리끼리 뭉치는 ‘무리 도덕’을 너희는 우정이라고 생각하느냐? 이렇게 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 니체에 빙의해 본 생각이었습니다. 말이 다소 과격했다면 용서바래요~~^^ 아무튼 공부해가면서‘우정’에 대한 다른 해석이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미나 첫 부분에서 저로서는 규창샘이 준비하신 장자를 돌아가면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빼곡이 쓰인 텍스트를 빠른 시간에 많이 읽고 머리 속에 왕창 뭔가를 닮는 것이 습이 되다 보니 예전엔 동양 고전을 천천히 읽고 구절을 소처럼 되새김질 하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신체성이 달라진 걸까요. 오늘 천천히 소리내어 장자의 지락편을 읽는데 구절들이 마치 몸에 스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읽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장자(莊子) 아내의 장례식 장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혜자가 유가적 관점에서 “아내가 죽었는데도 곡을 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괜찮으나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하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라고 하니 장자는 “저 사람이 천지의 큰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데 내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사람들의 습속(習俗)을 따라 울어대는 것은 스스로 천명(天命)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기에 그만두었다네.” 라 답합니다.  규창샘은 장자의 이 행동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볼 수 있고 정치적이라 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정치적인 행동을 꼭 광화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이미지로만 환원할 수 있을까요?  저는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정치란 우리가 관계 맺고 있는 각종 삶의 조건들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관점에서 장자와 혜자는  삶과 죽음을 보는 관점이 크게 차이가 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고 보면 삶과 죽음에 대해 우리가 떠올리고 있는 관념들은 그 자체로 천명(天命)이기보다는 습속(習俗)에 따른 표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든다는 것을 저마다 언제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라는 정옥샘이 질문을 환기하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저에게 나이듦은 ‘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언젠가부터 침묵하고 있던 몸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고 몸을 살피지 않으면 다음 걸음을 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부터 ‘아, 내가 나이들어가는구나’. 전환이라면 대전환이지요. 그 전환으로부터 많은 언어들을 새롭게 바꿔써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요. 예컨대 ‘독립’이라는 말도 홀로 스스로 서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그 독립을 가능케 하는 관계 즉 ‘서로에게 의지해 있음’이라는 ‘의존’과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평생 젊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려는 사람들로 사회가 가득해지면 어떻게 될까? 각 개인은 자신의 노력만으로 삶을 꾸미게 될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의지할 만한 상대방이 멸종하게 될 것”이라는 규창샘의 과제 글귀입니다. 반려종의 멸종! 생각만해도 스산해집니다. 금요일 아침,  반려종의 DNA를 깨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글을 마칩니다.

 
전체 2

  • 2021-09-24 19:11
    난희 쌤도 빨리빨리파였군요^^ 함께 공부하게 되어서 좋습니다.~
    독립성을 크게 생각해 본 1인으로써 조금 변호를 하자면, 독립되지 못한 존재는 함께 하기도 못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피부가 쭈글주글해지더라도 자기모습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세상의 가치매김에서의 독립성이 아닐까요? 때문에 독립의 상태에서 실뜨기를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노년의 삶은 서로의 의존이 필요하겠지만 그 속에서조차도 본질적인? 독립이 먼저일 듯 합니다.

  • 2021-09-25 10:27
    댓글에서도 지적 토론이 이어지는군요! ㅋㅋ 독립과 의존을 각각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둘의 관계는 무관한 것인지 차근차근 얘기해보죠. 난희쌤이 말씀하신 것처럼 '독립의 필요조건으로서 의존'이 이번에 저희가 읽은 텍스트와 맞닿은 내용 같은데요. 태미쌤께서 독립과 의존을 어떻게 정리하실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아마 정옥쌤이 말씀하신 '돌봄'이란 키워드와도 어떻게 연관이 될 것 같은데, 그건 텍스트를 읽어가면서 발전시켜야겠죠? 아무래도 존재론적 이해가 필요한 것 같은데, 그건 또 장자를 읽으면서 해보죠. ㅎ
    할 이야기도 많고, 읽을 것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네요! 이제 겨우 '나이듦'이란 화두를 집어들었는데,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