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절차탁마

절탁 서양 2학기 5주차 후기

작성자
홍수경
작성일
2021-06-24 17:56
조회
132
비가 온 뒤 날씨가 조금은 시원해진 일요일이었습니다.

오전에는 1부 정리 15~17까지 낭송을 하고 암송도 하였습니다. 신만이 자신에 의한 원인이고 절대적으로 제일 원인이라는 점, 자유 원인이라는 부분을 암송하였는데요. 암송은 힘들지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오후에는 스피노자의 동물농장 1~3장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스피노자는 하나의 동일한 작업을 놓고, 어떤 것의 역량을 다른 것의 역량과 비교하고 측정하려는 것은 헛된 짓이라 말합니다. 각각의 역량은 공통의 척도가 없는 것이라고요. 스피노자가 말하는 역량이란 무엇일까요? 스피노자의 동물우화에서 거미의 역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미는 거미줄을 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곧 거미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거미로 있음과 거미가 뭔가를 할 수 있음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역량은 자기의 고유한 본성에 따라 존재 안에서 자기를 보존하는 방식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각각의 역량은 공통의 척도가 없다는 것에 대해선 건화쌤의 예시가 인상깊었습니다. 100미터를 뛰는데 가장 빠르게 뛰는 사람은 능력이 좋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상이한 신체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적절한 척도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오래 뛰는데 능한 신체가 있고, 누군가는 급격하게 속도를 변경하는데 특화된 몸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동일한 행위일지라도 각자의 본성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이 됩니다.

'거미줄을 덜 능숙하게 짜는 일은 거미한테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설사 거미가 자신의 의지로 그렇게 한다해도, 그런 악한 일을 하는 데에서 거미는 엄청난 고통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거미의 본성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존재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 못 미쳐 있지 않다. 즉, 모든 존재는 항상, 그리고 매 순간, 자기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된다.' [스피노자 동물우화] p12

스피노자는 어떤 존재도 잠재적으로 있지 않다고 합니다. 역량이 현행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기에 좋은 예시는 동물이 자기의 본성이 하도록 규정한 만큼을 항상 실행한다는 것 입니다. 그럼에도 '잠재력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반문이 드는 이유는 '역량을 능력과 혼동하여 발생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스피노자가 하는 말은 이해가 어렵습니다. 앞서 배웠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앞 페이지로 돌아가고 또 돌아갑니다. 답답한 마음이 크지만 함께하기에 이해할 수 있는 폭은 커질 것이라 믿어요!
전체 3

  • 2021-06-24 18:48
    스피노자와 동물농장이라구요?? 말 되네요 ㅋㅋㅋ 실존이 잠재적이지 않다는 건 잠재력, 그러니까 다르게 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은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실존을 구성하는 원인들과 조건들 바깥(혹은 이전)에 우리의 본질이 선행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렇게 말해도 저 역시 이해가 될듯 말듯 합니다만, 아직 스피노자를 만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차근차근 토론해보기로 해요. 그나저나 암송이 도움이 되고 있다니 정말 기쁜 소식이네요~ (이번주에는 암송 분량을 좀 늘려볼까요? 흐흐)

  • 2021-06-24 21:08
    정겨운 동물농장^^ 자신의 질문을 진지하게 견지해가는 울 수경샘~ 갈수록 더 이해가 안된다는 말은 그만큼 의문과 생각이 깊어져가는 것이기도 하지요. 끊임없이 되돌아가고 답답함이 커져가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이라는 ㅎㅎ 고비고비를 넘어가게 도와줄 학인들을 믿어보아요~^^

  • 2021-06-25 01:35
    시간이 지날 수록 저또한 스피노자가 하는 말이 어렵네요~ 하지만 수경샘 말처럼 함께 하기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처음에 플라톤<국가>에서 시작해 여까지 오는 여정 동안, 다들 이런저러한 우역곡절이 있었겠지만 요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수경샘의 모습을 보면 처음 낯설고 힘들어했던 것에 비해 뭔가 단단해지고 깊어진 느낌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분발하게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