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세미나

[청문회] 2학기 2주차 공지 '정치'와 '양생'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6-21 16:12
조회
109
청문회 시즌2가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뉴페이스 순옥쌤께서 합류하시고, 일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뉴페이스의 등장이 가져온 새로운 바람도 있지만, 확실히 온라인 세미나 방식은 새로웠습니다. 일단 오디오가 겹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말하게 되고, 화면에 있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다 렌즈를 정면으로 쳐다보느라 바쁘더라고요. ㅋㅋ;; 익숙해지려면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다음 주에는 〈서무귀(徐無鬼)〉(65쪽)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이번에 하신 것처럼 메모를 해오시면 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나 에피소드를 잡고 메모하시면 더 토론이 정돈될 것 같아요. 그러면 이번 시간에 나왔던 얘기들을 간단히 정리하는 걸로 공지 겸 후기를 마무리할게요.

 

정치와 민폐 끼치지 않는 삶

‘정치’와 ‘국가’가 이번에 논할 주제였는데, 우선 저희가 어떤 관점에서 ‘정치’와 ‘국가’를 문제 삼을지에 대한 관점을 가져야겠더군요. 저는 이번에 각자가 꿈꾸는 ‘안정된 사회’의 이미지가 무엇일지 궁금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 그것은 악인들이 모두 배제된 정의로운 사회이고, 그러한 사회를 위해 엄격한 법 집행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자에 따르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완벽한 법과 제도를 정비할수록 더 많은 범죄자들을 발생시킬 뿐입니다. 곳곳에서 장자는 정의로운 사회 같은 건 상상일 뿐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 사회를 안정적이라 생각하실지 여쭤봤는데, ‘정치’라는 영역 자체가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죠. 역사적으로 봐도 세상은 혼란스럽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순욱쌤과 호진쌤은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삶, 내 한 몸이라도 간수하는 삶을 목표로 한다고 말씀하셨죠. 그러고 보니, 저도 스피노자를 공부하기 전까지는 딱히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죠.

하지만 나 한 몸 간수하는 삶이 정말 바람직한 삶일까요? 일단, 장자의 양생(養生)은 자신의 수명을 물리적으로 연장시키는 활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본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본성을 해치는 모든 것에 대해 비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장자의 반(反)정치·반(反)국가적 모습은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되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정치적 영역의 자장과 무관하게 ‘민폐 끼치지 않는 삶’을 지향하지만, 장자는 비판하고자 하는 정치적 질서가 명확했습니다. 유가, 묵가, 법가, 병가 등 수많은 지식인들이 특정한 형태의 질서를 꿈꿀 때, 장자는 그러한 모든 중심적 질서를 비판했습니다. 비록 장자가 정치적 출사표를 던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적이 정치적이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죠. 이번 시즌에 ‘정치’와 ‘국가’에 대한 장자의 문제제기를 따라가면서 어떤 새로운 문제의식에 도달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무위(無爲), 굳건한 마음을 위한 실천

이번에 저희가 중점적으로 얘기했던 키워드는 무위(無爲)입니다. 지난 시즌에 저희가 토론했던 내용을 복기해보면, 무위는 문자 그대로 ‘하지 않음’과 같이 소극적이고 방어적 태도가 아니라 의도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인간적 믿음을 해체하는 적극적 실천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는 무위보다는 사실 양생(養生)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얘기했죠. 대략 양생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 같은 것으로 압축될 수 없다는 정도로 그쳤지만요.^^;; 이번 시즌에는 장자의 정치적 패러다임으로서 무위가 등장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상적 통치를 뜻하는 무위가 반복될 텐데, 이번 시간에는 무위를 양생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장자가 생각하는 이상적 통치자는 ‘자신의 몸을 천하보다 아낄 줄 아는 사람’입니다. 즉, 양생을 실천할 수 있는 자만이 통치할 수 있는 것이죠. 왜냐하면 통치자가 자신의 몸을 아끼듯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아끼게 할 수 있다면 그게 곧 평화로운 세계가 되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요 임금과 국경지기의 일화를 가져와서 통치자가 자신의 몸을 아낀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죠. 국경지기는 요 임금을 위해 장수와 부유함, 많은 자식을 이루길 축원하지만, 요 임금은 그것들이 집착과 근심, 걱정의 원인이 될 것이라 말하며 거절하죠. 그러나 진정한 양생은 그것들이 있든 없든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늘이 만백성을 낳으면 반드시 직책을 주기 마련이니 사내아이가 많으면 직책을 주면 될 것입니다. 그리하면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부유하면 다른 사람에게 재물을 나누어 주면 될 것입니다. 그리하면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성인은 메추라기처럼 일정한 거처 없이도 산과 들의 자유를 즐기고 새 새끼가 어미가 주는 것을 받아먹듯 자연에 맡기며 살아가고, 새처럼 자유로이 다니면서 흔적을 남김이 없습니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만물과 함께 창성하고, 천하가 무도하면 덕을 닦으면서 한가로이 삽니다. 천 년을 살다가 세상에 싫증이 나면 떠나서 위로 올라 신선이 되어 저 흰 구름을 타고 상제의 고향에 이릅니다. 두려움, 일, 욕됨 세 가지 근심이 이르지 않아 몸은 늘 아무런 재앙도 없을 것이니 무슨 욕됨이 있겠습니까!”(〈천지〉 6장 中)

 

이 일화를 보면, 양생이야말로 통치자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덕입니다. 양생할 줄 아는 통치자는 어떤 조건 속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리 긴 수명과 많은 자식, 부유함을 누리게 되더라도 그로부터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죠. 그런 점에서 양생을 실천하는 통치자의 무위지치는 그가 얼마나 굳건하게 자유를 실천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장자는 양생을 정치적 차원까지 끌어올리는데, 저희는 양생을 어떤 것들과의 연관 속에서 생각하게 될까요? 아직 ‘정치’도 ‘양생’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 키워드들을 안고 가야겠습니다. 일단 장자에게 저 두 가지 키워드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더 명확하게 정리해야 저희에게 소화될 수 있겠죠? 아직도 많은 것들을 토론해야겠네요. 다음 시간이 기대됩니다!
전체 2

  • 2021-06-22 23:38
    주제가 '국가' ' 정치'인걸 세미나 제목에서만 눈으로만 읽고 지나가버려 여지껏 이 세미나의 주제가 '국가' '정치'라는걸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네요 ㅡ.ㅡ;;
    그저 자료 주신 글 그것도 회차별 목록만큼만 읽는 것조차 벅차서 ....^^;;;;;

    • 2021-06-23 21:12
      다른 주제로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으니까 어떤 키워드로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다만 이번 시즌에 맞게 텍스트를 편집했으니까 '국가', '정치'를 완전하게 피하실 수는 없을 겁니다. ㅋㅋ
      최대한 여러 주제를 뽑아서 읽어주세요~ 금요일에 수다 떨듯이 토론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