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5.27 인생 세미나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6-02 09:05
조회
77

인생 세미나 시즌 1이 끝났습니다. <지구의 꿈>,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인간 없는 세상>, <시간과 물에 대하여>를 읽었습니다. 온라인 세미나를 한 게 처음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오히려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1학기 마지막 시간에 읽은 책은 <시간과 물에 대하여>였습니다. 이 책은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 사유하게끔 합니다. 우리는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막연히 50년 후, 100년 후에 닥칠 재앙을 떠올리면서도 그 시간이 얼마나 우리와 가까운지 실감하지 못합니다. <시간과 물에 대하여>는 그 막연하게 숫자로 존재하는 시간에 다른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시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100년은 먼 시간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조부모의 시간이기도 하며, 또 앞으로 이 지구에서 살아갈 사람들과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지구온난화와 해수산성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글문이 막힌다'고 표현합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과연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를 표현하기에 지금 우리의 어휘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개발', '성장', '이윤' 따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죠. 이 문제에 대해 실감할 수 있는 언어를 고민하고 고안하는 것, 이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이 생태 문제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출발점에 선 기분이네요^^

다음은 인생 세미나 시즌 1을 함께 달리신 선생님들의 소감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온라인 세미나임에도 모두 집중하시고, 진지하게 세미나에 임하셔서 한 시즌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다음 시즌도 함께 달려요~!


송이샘 : 환경 관련된 일을 한지 10년 정도 되었지만, 생태학 혹은 환경주의는 언제나 어렵고 막연하다. 책을 읽어도, 일을 해도 어떤 하나의 개념으로 머리에 잡히지 않는다. 그것이 늘 고민이었고, 사실 아직도 고민이다.

왜 그럴까? 왜 어떤 용어가 하나의 개념으로 머리에 정리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생태학이나 환경주의는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주체들(혹은 대상일까?)을 포함하고, 또 지나치게 넓은 행위와 규칙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그것이 너무 관념적이고 철학적(예를 들어 심층생태학과 같은)이 된 것이 아닐까? 실은 그저 인간의 실존에 관계된,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류학과 생태학을 연결한다는 것은 나의 이런 고민과 잃어버린 방향성을 찾는 데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작한 공부이니, 되도록이면 천천히 가며 잘 이해하고 싶다.


훈샘 : 그동안 지구생태과 자신의 삶과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 채 무지하게 살아왔으나, 이번 세미나를 통해 많을 것을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가까이 플라스틱 물건을 쓰는 일조차 이것이 어떻게 우리의 지구 환경과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되었고, 그것에 대해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이제는 그것이 장차 지구의 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어떻게 하면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다음 2차 인생 세미나를 통해 더 심도 있게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배워가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해 봅니다~^^


정민샘 :전 세계가 윤리의 부재, 도덕적 감수성이 사라진 카오스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의 가속화된 생태계파괴가 이뤄지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인간 중심적이고 도덕성이 결여된 사고 때문일 것 이다. 지구를 파괴한 인간의 오만함에 놀라고 ‘파괴된 것을 막기 위해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는 인간의 무능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지구의 구석구석을 건드려 파괴한 인간의 잔혹함에서 인간의 모순된 선, 악을 보게 된다. 아름다운 꽃을 자세히 보기 위해 꺾어버린 단순한 욕망에서 시작된 것일까? 오만과 끝없는 욕망, 무능, 무지 이런 모든 것이 생태계 파괴를 가져왔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을 듣기 전 과학적 자료와 수치가 중요하고 과학기술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러한 파괴의 시간을 중단 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어서, 윤리적이냐 아니냐,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는 기술을 운영하는 방법,  즉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윤리(도덕성), 철학적 사유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할 만큼 무감각해져서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다. 누군가가 사랑하는 이를 해쳐도 우리는 보고만 있을 것 인가. 이렇게 죄책감도 없고, 넋이 나간 상태로 사유하지 못했는데, 인류생태학 수업을 들으면서 돌아보게 된 실상은 외면하고 싶을 만큼 처참하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인류생태학의 공부는 ‘공존’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까'라는 사유를 위해 필요한 과정 중 하나인 것 같다.


정옥샘 : 인생 세미나는 사실 큰 기대와 준비 없이 시작하였다. 좀 흥미로운 주제, 또 시대의 당면문제니까 알고 있어야지 라는 안이한 마음도 조금 작동했다. 그러다 만난 생태 담론들은 충격과 더불어 계속 나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나는 삶을 존속시키기 위해 너무 것들을 필요로 하고, 인간은 이룩해 놓은 문명을 존속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지구를 파괴해야만 하는 이기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실감해야 했다. 급기야 인간이 사라진 세상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이 사라지면 뉴욕은 이틀이면 물바다가 된다고 한다.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5천만리터씩 맨하턴 습지의 물을 펌프질해 퍼내야 하는데 멈출 경우, 물에 잠기는데 이틀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게 비단 뉴욕만의 일일까? 나의 삶도 기본적으로 공공기반 시설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다. 전기, 수돗물, 가스, 통신, 이중 어느 하나만 단절되어도 아수라장에 진입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래서인지 생태를 공부하고 우리는 모두 불편해졌다고 말한다. 이는 역으로 우리가 얼마나 편리에 젖어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고, 나를 살게 하는 것에 얼마나 무감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하나하나 주변의 사물과, 내가 사용하는 것들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새벽 배송, 일회용품, 소비 욕망 등등 탄소 배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개인적으로 무엇이든 우선적으로 실천이 필요하다 생각하면서도, 그 벼룩만큼의 움직임이 저 ‘거대한 가속’ 앞에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회의가 들기도 하고, 인간의 성장적 욕구를 잠재울 어떤 설득도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 말들을 지렛대 삼아 가보려고 한다. 와이즈먼이 <인간 없는 세상>에서 인간의 ‘탐욕 본능’이 부른 참사를 직시하자 하고, 토마스 베리는 <지구의 꿈>에서 우리에게 지구를 이해할 유전 부호가 내장되어 있으니 지구 과정과 교감할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이를 모색하자고 당부한다. 또 마그나손은 빙하가 사라질 시간이 200년 정도가 남았다고 경고한다. 지구역사에서 인간이 지구에 나타난 것은 단 4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몇 만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그 4초 만에 인간은 인류‘세(世)’를 구축하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상황에서 무관심 속에 이루어지는 ‘아둔한 평화’가 아니라 ‘적대감의 창조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한 베리의 말을 기억해야 할 거 같다. 유기체가 창조성을 낳을 수 있을 만큼의 최고의 긴장 상태가 평화라면, 나 자신과의 평화를 위해 불화를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의 배후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와 결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부를 지속하고 싶다.

(지구 기온의 섭씨 2도 상승이 동식물에게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하고 싶다면 우리 자신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라. 인간의 체온이 언제나 39도였다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아주 간단하게 보여준다. <시간과 물에 대하여>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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