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읽기

22일 후기 및 29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현옥
작성일
2016-12-28 10:01
조회
383
12월 22일 후기 및 29일 세미나 공지

<에티카> 4부의 제목은 ‘인간의 예속 또는 감정의 힘에 대하여’입니다. 어찌 보면 ‘에티카’라는 텍스트의 제목에 가장 부합하는 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피노자는 ‘1부 神에 관하여’, 2부 ‘정신의 기원과 본성에 대하여’, 3부 ‘감정의 기원과 본성에 관하여’를 물 흐르듯 거치면서 유한양태로서의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두 가지의 조건에 대해 우리에게 완전히 숙지시키고자 애쓰는데요, 그 두 가지 조건이란 알다시피 신이라는 ’내재적 조건’과 다른 유한양태라는 ‘타동적 조건’입니다.

“어떤 작용을 하도록 규정된 사물은 신에 의해 필연적으로 그렇게 규정되었다. 신에 의해 어떤 작용을 하도록 결정된 사물은 자기 자신이 규정되지 않도록 할 수 없다.”(1-26,27)

“한정된 존재를 갖는 모든 유한한 것(간접무한양태)은 마찬가지로 한정된 존재를 가지는 다른 원인에 의해 존재하고 작용하도록 규정되지 않는 한 존재할 수도 작업하도록 규정될 수도 없다.”(1-28)

이때 신이라는 내재적 원인은 나 자신의 본질의 현재적 실재화의 정도로서, 다시 말해 나의 현재의 역량(코나투스)의 모습으로 작용하여 타동적 원인(즉 우리의 외부)과의 만남의 결과를 규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서 표현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감정이지요. 따라서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기쁨과 슬픔 혹은 욕망들이야말로 그 두 가지 원인의 작용에 의해 변용된 나 자신의 실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지금 나의 감정과 욕망이 곧 ‘나’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운명적 조건 속에서 나는 나를 위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내 삶의 변화의 여지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바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스피노자는 4부를 특히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에는 아무리 강하고 힘센 것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것을 파괴할 수 있는 더 강력한 것이 존재하게 마련이다.(4부 공리)

아무리 참된 관념이라도 그릇된 관념이 가진 적극적인 것을 제거할 수는 없다.(4-1)

감정은 그것과 반대되고 더 강력한 어떤 감정에 의해서가 아니면 억제될 수도 제거될 수도 없다.(4-7)

스피노자는 우리가 이 이중적인 운명의 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변용상태(예속의 상태)의 지표인 감정을 다시 이용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우연적이거나 가능적인 상황에 대한 감정보다는 필연에 대한 감정이 더 강력하며, 과거나 미래에 대한 관념에서 생기는 감정보다는 현재적인 상황에 대한 관념에서 비롯한 감정이 강합니다. 또 자신에게 부과된 예속의 원인을 모르는 노예보다는 자신의 신체변용의 원인과 질서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자유인의 감정이 당연히 강력하지요.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것은 그저 그런 관념(인식)을 갖는 한에서가 아니라 정서화되었을 경우입니다. 따라서 스피노자는 우리가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을 이해하는 인식(적합한 관념)을 강하게 정서화하였을 경우에만 부적합한 관념에서 따라나오는 정서를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으로 선과 악을 이용하자고 제안합니다.

물론 신 안에서 일어나는 일 속에 선과 악은 달리 있을 수가 없고, 선과 악에 대한 분별은 오로지 인간의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시선(어떤 전제들) 안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모두들 선과 악에 대한 어떤 보편적인 정서를 형성하고 있기에,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는 데에(자신의 본질을 실재화시켜 역량을 키우는 데에)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선으로, 그렇지 않은 것을 악으로 보아 그 정서를 잘 이용해보자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스피노자는 ‘가장 선한 인간의 전형’(그러니까 신으로부터 받아 우리가 미처 펼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본성을 최대한 발현시킨 인간)을 그려보자고 제한하는데요, 물론 이미지긴 하지만 이 이미지는 최대한의 적합한 관념을 기초로 한 것이어야 하지요. 이런 ‘인간전형의 모습’을 마음에 강하게 품고서, 자유를 향해 나아가지고 주장하는 스피노자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이지 눈물겨운 자비심을 느끼게 되네요!

제가 지난주에 22일에 송년회를 하자고 잘못 올리는 바람에 다들 지난주가 올해의 마지막 세미나라고 여기셨던 것 같아요. 저의 정신없음을 나무라주시어요! 흑흑^^

네들러 마지막 9장이 남았습니다요! 여태 힘들게 왔는데 5부 ‘지성의 능력 혹은 인간의 자유에 관하여’를 어찌 빼놓을 수가 있겠습니까?! 후기도 늦는 바람에 바로 내일이네여(죄송!). 이미들 읽고 계시겠지만 네들러 9장과 <에티카> 5부 읽으시고, 공통과제 올려주시어요.

간단한 송년회는 내일 수업 후에 있겠습니다. 지난주에 감기로 못오신 분들 다들 오실거죠?

발제는 만두쌤, 간식은 성혜쌤 같은데?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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