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읽기

1월 19일 후기 및 2월 2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현옥
작성일
2017-01-31 17:20
조회
348
헤겔은 근대철학사 강의의 스피노자편에서 “그는 데카르트가 멈춰선 곳-사유와 존재, 영혼과 신체의 분리라고 하는 미해결의 문제-에서 시작했으며, 이것을 신적 정신 또는 그가 실체라고 부른 것의 포괄적인 통일로 해소시켰다”고 쓰고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인식이 인간의 사고 안에 미리 주어져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였기에, 이 인식하는 주체인 유한자(인간의 영혼)에서 무한자(신)로, 실제 사물의 생산의 순서를 거슬러 사유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사유가 진행될 경우 필연적으로 자신의 주관성의 관점에 따라 실재를 반영할 수밖에는 없겠지요. 우리가 흔히 그렇듯이 자신의 신체변용의 관념을 그 자체로 진실로 믿고 그 원인을 대상에서 찾게 되는...   실제로 헤겔은 데카르트가 ‘사유’를 인간에게 선험적으로 내재한 것(코기토)으로 보는 데에 반대했으며, 사유(인식)가 과정(운동) 속에서만 필연적으로 생산된다고 여겼다는 점에서 스피노자와 일치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스피노자의 사유에 그토록 관심을 기울였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텍스트를 읽어갈수록, 애초에 데카르트에 반해서 시작한 헤겔의 사유가 데카르트적인 사유와 참으로 유사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어떤 점에서? 바로 주체에 의한 목적적인 사유라는 점에서요. 헤겔에게 사유는 ‘자기활동의 자율적 주체로서의 정신’을 의미하는데요, 절대적이고 합리적인 질서로서의 이 정신은 모든 부정을 극복하고 통합하여 마침내 모든 실재를 전유하고 자기에게로 복귀함으로써 자신을 실현한다고 봅니다. 이런 구도는 사유가 내적 반성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모든 실재 가운데 가장 탁월한 형식이라는 암묵적 전제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하는데... 글쎄요, 우리 역시 늘 반성이라는 것을 하긴 하지만 그게 과연 믿을만한 것일까요?!^^ 스피노자에 의하면 반성이란 우리가 슬픔에 빠졌을 때(그게 실망 혹은 수치심이거나 분노나 미움이거나 간에) 자신의 저하된 행동능력을 도로 끌어올리려는 본능적 노력에 다름이 아닙니다. 반성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을 합리화함으로써 다시 시작해보려는 안간힘 같은 것(코나투스)이랄까요?! 물론 어떤 점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이 ‘내적 반성능력’ 역시 주체의 관점을 떠나지 못하는 한에서는 자신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데에 머물 수 있을 뿐, 실재를 그대로 보게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스피노자는 일체의 인식행위를 주체의 주도권과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 극력 반대합니다. 우리는 물론 사유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지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 지성은 주체의 개별적 능력에 속한 것이 아니라, 신의 속성으로서의 사유양태가 지닌 특성의 역량일 뿐입니다. 심지어 마슈레는 우리의 지성의 역량을 ‘정신적 자동장치’와 동일한 의미로 읽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요, 이 점은 깊이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무언가)와 접속하여 어떤 관념이 떠올랐을 때, 이게 과연 나의 의지로 인해 생긴 내 생각일까요? 우리의 지성이 정신적 자동장치와 동일한 의미라고 했을 때, 이 관념은 내가 의식을 하건 못하건 내 안에 이미 어떤 경로로 들어와 있던 전제들 내지는 당시의 내 신체의 상태에, 나에게 일어난 일을 실제의 원인에 의해 이해하는 내 역량의 정도가 작용하여 생산해낸 정확한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러저러한 재료들이 이러저러한 비율로 섞었을 때 딱 그만큼의 물건을 생산해내는 기계와 똑같다는 거지요! 따라서 진리 안에서 뿐 아니라 오류나 무지 안에서조차 주체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는 것! 모든 관념은 신이 사물을 생산해내는 질서와 동일한 질서에 따라 그렇게 기계적으로 생산될 뿐이라는 것! 생각해볼수록 참으로 놀라운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없으며, 하물며 다른 사람의 생각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피노자에게는 그게 자신이거나 남이거나 간에 대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상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우리의 인식능력이 문제가 될 뿐이지요! 즉 나와 접속한 대상과의 관계를 그 결과(관념)가 발생한 질서대로 얼마나 적합하게 인식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 당연히 이 과정 속에는 헤겔처럼 목적이 개입할 자리 또한 없겠지요. 그저 나라는 정신적 자동기계에서 어떤 생각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 그 질서와 과정을 정신 차리고 가능한 적합하게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지요. 어쩌면 우리가 하고 있는 공부라는 것 자체가 그런 노력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긴 명절 연휴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갖 집안일에 휘둘리면서....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역쉬~ 날마다 공부를 해야 혀!^^

후기가 너무 늦어 죄송해요! 내일 모레가 세미난데...

3부 ‘속성의 문제’ 다들 읽고 계시죠? 발제는 현옥, 간식은 성혜쌤이 맡아 주셨습니다.

낼 모레 뵈어요! 저는 진짜 반가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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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31 22:36
    현옥쌤글 감동적입니다 ^^ 적합한 인식인가 아닌가는 몰라도 일단 정신을 똑바로 차려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