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늦은 <문> 후기-란다조

작성자
란다
작성일
2016-11-28 23:36
조회
258
요즘 란다의 글은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문장이 잘 되지 않고 있으며, 조리정연한 생각은 전혀ㅠㅠ 왜 그런지에 대해서 오늘 곰곰히 생각해볼 작정입니다. 그건 그거고, 지난 주에 써야했던 <문> 후기를 일주일이나 늦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키워드 잡는 것이 난관입니다. 뭘로 잡으면 좋을지 매번 머리를 싸맵니다. 토론할 때마다 말이죠. 이번에 건화는 <문>의 키워드로 '불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조원 모두 동의합니다. 근데 소스케 부부는 왜 불안한 거죠? 생활에 쪼달려서? 일상의 권태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그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들 부부는 도시 안에 살면서도 스스로 문명의 이기에 대해서는 포기한 자들입니다. 이런 그들이기에 그들이 겪는 불안은 지금 우리가 겪는 불안이나 소스케 당시 사람들의 불안과는, 구체적으로 보자면 고로쿠의 불안(?)등과는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조는 소스케 부부가 왜 불안한가에 대해서 답을 쥐지 못하고 말았네요. 건화도 거기까지 생각을 진척시키지 못했답니다. 건화야, 다음을 기대할께.

감자는 소스케의 불안이 일상의 소소한 위기상황을 모면하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사실 고로쿠의 학비문제, 오요네의 병, 감원의 두려움 등의 사건은 소스케에게 크게 불안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예고도 없이 다시 불쑥 들이딕칠지도 모른다는 데서 옵니다. 세상이 좁아서 그런건지, 사카이의 입을 통해서 전혀 들을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야스이의 이름 석자를 듣는 것처럼 놀랄 일도 없습니다.

인생에는 나름의 문턱들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넘어진 문턱에서 매번 넘어집니다. 청년 소스케는 너무 빨리 늙어버리죠. 아마도 숙부의 배신에서 알 수 있듯 자기 존재의 기반을 잃어버려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에 적극적이지 않아보이고, 개인사를 계속 미루는 것 같아 소스케 보기가 참 힘겹습니다.

소스케는 적극적으로 그 문턱과 싸워야 했던 걸까요. 그런데 그 문턱이 운명의 장난과 같다면 어떡하죠? "부모미생전, 본래면목"처럼, 자기와 사회, 자기와 과거 사이에 가로놓인 문제라면, 자기 존재의 근거를 묻는 거라면 어떡하죠? 이럴 때, 운명에 능동적인 인물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소스케의 걱정을 분명하게 쥘 수 없는 관계로, 소스케가 상당히 답답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인물로 파악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란다는 소스케의 일요일 풍경에 아주 많이 공감합니다. 소스케에게서 직업은 자신의 시간과 정력과 지력 모두를 돈과 바꾸는 것입니다. 몸을 파는 것은 매춘부만 그런 게 아니었던 듯합니다. 9시에에서 5시까지, 일하고 돌아온 소스케는 집에서 손도 꼼짝 안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보상받으려는 듯이, 일요일이 되면 매번 타던 전차를 타고 시내로 아이쇼핑을 가기도 하고, 힐링하러 가기도 하고, 목욕하러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깝고, 돈도 아까워서 함부로 쓰지도 못합니다. 여유따위는 눈을 씻고 찾으려고 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일주일 중에 일요일 하루라도 좋으니, 거리는 소비하라고 그를 유인합니다. 그렇지만 생활인 소스케는 생활을 위해서 절약해야 합니다. 소비와 절약 사이에서 소스케는 일요일을, 그의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란다는 자신의 일요일이 어떤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
전체 3

  • 2016-11-29 00:44
    정말 소스케의 일요일은 너무나 익숙해서 놀랐습니다. 100년 전에 쓰인 소설 보다는 생활웹툰에서 묘사될 것 같은 풍경.

  • 2016-11-29 10:50
    언니 왜 자꾸 자기를 3인칭으로 불러요? 내가 언니 앞에서 "수경인 이거 쪼아" 이럼 엄청 비웃을 거면서.

  • 2016-11-29 14:00
    춘분은 감자, 문은 건화, 다음 후기에는 이응누나? 아니면 진희쌤을 응원하는 건가요? ㅋㅋㅋ 조원을 응원하는 후기 재밌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