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세미나

11.27 몸-살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11-22 21:13
조회
80
이번에 읽은 부분은 유명한 십이장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몸의 열두 가지 장기들의 역할은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역할과 닮았다고 하는 부분이죠. 시작은 이렇습니다.
한 사람 몸은 한 나라의 형상과 같다. 가슴과 배 부위는 궁실과 같고 팔다리는 교외와 같으며, 뼈마디의 나뉨은 여러 관리들과 같다. 신(神)은 임금과 같고 혈(血)은 신하와 같으며, 기(氣)는 백성과 같다. 자기 몸을 건사할 줄 알면 나라도 잘 다스릴 수 있다. 대체로 백성들을 사랑하면 나라가 편안하고, 자기 몸의 기를 아껴 쓰는 것이 몸을 보존하는 길이다. 백성이 흩어지면 나라는 망하고 기가 말라 없어지면 몸은 죽어버린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망한 나라는 온전한 나라로 회복하기 어렵다.

<동의보감>은 의서이면서도 뚜렷한 정치철학을 드러냅니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자기 몸을 돌보는 것과 같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 사람은 늙어갈수록 기름기가 줄어들고 말라가는데, 그것을 기(氣)가 없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기는 일종의 에너지요 생명력입니다. 그런데 <동의보감>은 이런 생명력과 백성을 바로 같다고 해버리지요. <동의보감>은 의서이면서 정치철학서이기도 한 셈입니다. 왜냐하면 인체를 돌보는 것은 결국 국가라는 체(體)를 돌보는 것과 다른 층위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죠. 모든 것은 자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서로 연동되어 있으니까요.
우리 몸 또한 임금님 심장(心)을 중심으로 하나의 조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하나라도 역할을 못하면 균형이 깨지고 손상된다는 것이죠.
"심은 군주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신명(神明)이 나온다. 폐는 재상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치절(治節)이 나온다. 간은 장군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모려(謀慮)가 나온다. 담은 중정(中正)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결단이 나온다. 전중은 신하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기쁨과 즐거움이 나온다. 비위는 창고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오미(五味)가 나온다. 대장은 전해주는 기관으로 변화가 나온다. 소장은 받아 담는 기관으로 음식물을 변화시키는 작용이 나온다. 신은 강력한 힘을 내는 기관으로 기교가 나온다. 삼초는 도랑과 같은 기관으로 수도(水道)가 나온다. 방광은 물이 모이는 기관으로 진액을 저장하는데 기화에 의해 배출한다. 이러한 12개의 기관은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군주가 밝으면 아랫사람들이 편안하니 밝은 마음으로 양생을 하면 장수하고 죽을 때까지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또, 밝은 군주가 천하를 다스리면 크게 번영할 것이다. 군주가 밝지 못하면 십이관(十二官)이 위태로워지고 길이 막혀서 통하지 않고 형(形)이 크게 손상을 입는다. 밝지 않은 마음으로 양생하면 재앙이 닥치고 어두운 군주가 천하를 다스리면 종묘사직이 크게 위태로울 것이니,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심장이 왕이라고 해서 그것에만 기운을 북돋는다 해도 그의 명령을 대행하는 전중이 역할을 못하면 몸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화(火)기가 넘쳐나서 정신을 다치게 되지요. 우리는 뇌가 정신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기억력은 신장에 있다고 합니다. 신장이 제기능을 못하면 노화가 오고, 기억력이 감퇴되지요. 뇌는 신호가 모여 그것을 처리하는 기관입니다. 뇌만 있다고 인간의 정신 전부를 만들지는 않는다는 거죠. 심장과 신장, 뇌가 제기능을 해야 하고, 또 다른 장부들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리는 질병을 특정 장기와 함께 연결짓는 것에 익숙합니다. 간이 나쁘다고 하면 간에 좋은 약을 들이붓고, 신장이 잘못되었다 하면 떼어내고, 또 어딘가에 종양이 생겼다고 하면 긁어내는 등 그 부분만 처리하면 우리 몸이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얼마나 우리 몸을 모르고 하는 짓인지!
이번에 읽은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서는 '모르는 몸'의 결정체인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서양 의사인 저자는 무조건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정서와 몸을 연관지어 계속 살펴야 한다고 말하죠. 여성의 몸에 대해서는 너무 아는 것이 적고, 또 이야기하는 것도 터부시되고 있는 터라, 생각해보면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_- 인체해부도도 남성을 모델로 그려지고, 자궁이니 질이니 하는 것은 '번외'로 찾아봐야 하지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서는 이런 당당한 무지(?)로 인해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쉽게 하는 세태를 지적합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것이 우리 몸인데 자궁은 은연중에 부가물 취급하고 있는 것이죠. 저만 해도 월경과 같은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문제를 거추장스럽고 '차라리 없으면 좋은 것' 취급을 하고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모르니까 신경쓰지 않고, 어느새 없어도 좋은 것 취급을 하며 내 몸을 돌보지 않게 된 것인데 말이죠. 그렇다면 무지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몸-살림'의 시작이겠죠^^;;

다음 시간은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끝까지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마무리는 세미나 현장과 무시무시한(?) 해부도 시험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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