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세미나

12.11 몸-살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11-29 20:24
조회
137
12.11 몸-살림 세미나 공지

 
상고시대 성인이 가르침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허사(虛邪)와 적풍(賊風)은 떄에 맞추어 피해야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허욕을 없애면 진기(眞氣)가 보전되고, 정신이 산란해지지 않으면 병이 어디서 생기겠는가. 그러므로 마음이 한가롭고 욕심이 적으며, 마음과 정신이 안정되어 사물에 대하여 조금도 겁내지 않게 된다. 또 힘든 일을 해도 권태증을 느끼지 않으며, 기(氣)도 순조롭게 되어 욕심도 모두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음식이라도 달게 먹고 의복도 분수껏 입으며, 풍속을 즐기고 직위가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소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욕이 눈을 괴롭히지 못하고, 음사(淫邪)가 마음을 유혹할 수 없으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영리한 사람이나 착한 사람이나 착하지 않은 사람이나 할 것 없이 사물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양생 도리에 부합하여 100살 이상을 살아도 동작이 굼뜨지 않다. 이것은 그들이 양생을 바로 하기 때문에 병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이번 시간에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부분입니다. 병이란 무엇인가? 어느 부분이 쑤시고 아픈 것?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 <동의보감>에 의하면 병은 마음과 깊은 연관관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은 기(氣)가 보전되는 것과 연관되는, 무척 신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반드시 우리 몸의 기운의 동요를 동반합니다. 정신이 산란해지고, 지치고, 또 갑자기 안 하던 짓들을 하게끔 행동패턴이 뒤틀리죠. <동의보감>에서 중시하는 건 좋은 옷이나 편안한 거처 이런 것이 아닌, 기(氣)의 순조로운 운행입니다. 한마디로 '병은 경거망동에서 온다!' 정도 될까요? 이때 경거망동이란 계속해서 자극을 좇고, 흥분하며 '오버'하고 혹은 권태에 눌러 늘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면서 긴장이 풀리고, 그 사이를 병이 채운다는 것이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프레이즈는 무척 오래되었습니다만, 여전히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열심히' 뭔가를 했다면 반드시 그만큼 일상을 '떠나' 줘야 한다는 생각을 마치 합리적인 것인 양 하면서 살지요. 하지만 그 '열심히'와 '떠남'의 갭이 클수록 우리는 기대와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뭔가에 힘을 쏟는만큼 우리는 그 대가가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지요. 또 그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고요. 그런데 뭐가 됐든 <동의보감>에서는 이러한 기의 동요 자체야말로 병이라고 합니다. 스피노자식으로 말하면 '정서에 예속' 되는 것이랄까요. 뭐든 큰 기대와 두려움을 품게 되니 지금 내가 하는 일, 먹는 음식, 걸치고 있는 옷에 만족할 줄을 모르고, 더욱 큰 것을 바라며 무리를 하게 됩니다. 혹은 '열심히 했다'는 생각에 긴장을 탁 놓아버리게 되고요. 그때 병이 찾아오고 말입니다.
<동의보감>을 읽을수록 신체란 단지 잘 먹고 따뜻한 데서 별일 없이 살면 그만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설령 모두기 '최적'이라고 말하는 상태에 놓여 있더라도 내가 그 환경에 적응하고 만족하지 못하면 병이 생겨나기 때문이지요. 혹은 그 불만족 자체가 병인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다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 몸을 우리가 정말 모른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임신과 출산 같은 경우는, 대개 '잘 모르는데 여성으로 태어나고 결혼을 한 이상 해야 하는 일' 같은 것처럼 다뤄집니다. 병원은 불임 클리닉이니 시험관 아기 같은 기술을 홍보하면서 불안을 부추기기도 하고요.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불임이나 난임에 대한 불안을 '생명력을 나누고자 하는 열망'으로 생각하며 간직하라는 부분이었습니다. 결코 어떤 결여가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나누고자 하는 욕망이 불임에 대한 초조함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불안감은 덜고, 나누고자 하는 힘을 쓰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저자는 우리 몸에 대해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말 몸과 질병은 이해하면 할수록, 걱정거리로만 남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현정쌤께서 책을 읽고 할 말을 메모해 오셨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우리 모두 메모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몸으로 본 중국사상>은 <동의보감>을 읽는 데 좋은 참고가 될 책인데요, 이 책을 읽으며 이해가 되었거나 몰랐던 부분을 짧게 정리해서 나눠보면 어떨까요?^^ A4 반장 정도 짧게 메모하셔서 토론시간에 그 메모를 토대로 이야기를 나눠 보아요~

 

다음 시간은 <몸으로 본 중국 사상> 107쪽까지 읽어옵니다.

 

미리 말씀드린대로, 12월 4일은 스피노자팀 에세이 관계로 쉽니다. 12월 11일에 만나요~
전체 1

  • 2019-11-29 21:35
    오..감정에 예속되거나 망상을 짓거나 자극을 좇는 등의 상태에 대해 농담삼아 '병이 깊다'고 하는 말이 웃을 일만은 아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