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세미나

1.22 몸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01-18 03:04
조회
125
이번에 읽은 <동의보감>은 약에 대한 파트였습니다. 다종다양한 약들이 나왔는데, 이 약들의 효능은 하나같이 '장복하면 오래 산다'였지요 ㅎㅎ 그런데 약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말도 못하게 복잡합니다. 재료를 말렸다 쪘다 달였다 끓였다 등등 복잡한 조리(?)과정은 물론이요 약을 만드는 동안 여자를 보면 안 된다든가, 개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든가 하는 등등의 제약도 많지요. 읽다보니 이렇게 약을 만들고 있으면 어느샌가 병이 달아나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나 닭 울음소리가 닿지 않는 아주 조용한 곳에 있어야 하고, 또 이성을 만나 정을 소진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동의보감>은 의사를 부르기 여의치 않거나 약재가 너무 비싸 약을 쓸 수 없는 백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입니다. 즉 한 가지 병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는 여러가지 처방을 적어놓았지요. 백성마다 구할 수 있는 약재가 다를 테니까요. <동의보감>에 나온 수백년에 걸쳐 임상한 사례들, 처방들을 보고 있으면 사실 병과 결국 인간이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긴 것인데, 약 또한 그 환경에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이나, 전국을 돌아다녔던 편력 의사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회적인 병원병은 의료의 관료성이 스트레스를 증가시킴에 따라, 불능을 초래하는 의존성을 배가시킴에 따라, 새롭고 괴로운 요구를 낳음에 따라, 불쾌와 통증에 대한 인내의 정도를 저하시킴에 따라, 심지어 자기 관리의 권리마저 포기함에 따라 불건강을 낳을 때, 건강 관리가 표준화된 항목과 특색이 되었을 때, 모든 고통이 '입원되어' 가정이 출생, 병, 죽음에 대하여 적합하지 않은 것이 될 때, 사람들이 자기의 신체를 체험하면서 사용하는 언어가 관료적으로 빙빙 둘러서 하는 것이 될 때, 고통, 비통, 치유가 환자의 역할 밖의 것이 되고 일탈로 규정될 때 융성하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반 일리치, <병원이 병을 만든다>, 50쪽)

 

이번에 읽은 <병원이 병을 만든다>는 병을 단지 병원의 처방으로 환원시켜버리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고통은 단지 '입원'되었고, 인간은 의료제도를 거치지 않은 병, 출생, 심지어 죽음까지도 두려워하게 되었지요. 이 책은 단순히 '병원이 과잉진료를 한다'는 식의 고발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 몸에 대해 어떠한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병원에 맡겨버리는 무능력자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관료적 의료는 일종의 의례로서 현대에 자리잡습니다. 일리치는 이를 '흑마술'이라고 했는데, 죽어가는 것을 통해 더 큰 힘을 얻는 마술행위가 지금의 의료라고 하는 것입니다. 마치 죽어가는 환자가 있는데 기도만 올리며 교회쪽을 바라보는 중세 유럽인처럼, 우리는 누군가가 죽어갈 때 병원쪽만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이반 일리치는 의료를 특권화하고 전문화하는 이 현상에 브레이크를 걸 것을 제안합니다.

 
자주 적용되는 새로운 고안은 지극히 단순한 것으로서 할머니들의 마지막 세대가 가르쳐준 것들이다. 의료의 신비화에 압도되어 무능력하게 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그 사실을 벌써 오래 전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보이스카우트 훈련,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률, 자동차마다 구급 장치를 달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오히려 구급용 헬리콥터보다도 고속도로 상의 사망을 감소시킬 것이다. 이런 비전문가의 의료적 개입은 초보적인 치료의 일부 정도이고, 비록 전문가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 해도 커다란 집단에서 그 유효함이 증명되었다면, 만일 내가 이웃 사람에게 언제 그것이 필요한가를 판단해서 최초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책임을 갖게 되었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이반 일리치, <병원이 병을 만든다>, 50쪽)

 

현대 의학의 문제는 인간이 자신의 몸에 대한 상상의 범위를 너무나 협소하게 만들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타인은 물론 자신의 응급상황에 앞에서도 전문가를 거쳐야만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을 뿌리내리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의료를 거치지 않은 출생과 죽음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무능력을 탈피하는 방법은, 그 신비화를 해제하는 것입니다. 직접 배우고 익혀서 내 몸을 책임지고 장악하는 것! 이를 위해 몸-살림 세미나, 계속 같이 달려 봅시다^^

 
다음 시간에는 <병원이 병을 만든다> 3장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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