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정원

마음 4주차 후기

작성자
혜림
작성일
2018-07-02 13:51
조회
188
4주차 수업은 한눈팔기에서 주목할 점을 알아보고 소세키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평을 각자의 해석으로 채우기 위한 질문들을 주고받았습니다.

글정의 한 학기를 함께 했지만, 질문으로 가득 찬 수업의 방식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답을 빨리 얻고 싶은 조급함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선민 샘이 다른 장소에서 일리치 서평 수업을 하시는데 서평 발표 후에 한 분이 강력한 항의를 하셨다고 합니다. 서평을 쓰기 전에 일리치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진작 알려주었다면 자신이 글을 더 잘 썼을 거라고요. 이에 대한 선민 샘의 답변은 답으로 직진하려는 제 마음을 조금 수그러지게 했습니다. ‘잘난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유의 실패한 궤적이 더 중요하다. 질문하며 헤매는 어둠 속의 시간이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여전히 공부한다는 것을 누군가가 강렬한 빛을 쏴주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은 일은 가르침이 아니라  각자의 지성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질문으로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것은 작품 속 보이지 않는 영역을 해석해 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눈에 보이는 인과 관계를 해석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실적 논증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요. 작가의 창작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내 언어로 해석해 내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이에 대한 선민 샘의 노하우를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책을 읽으면서 더 생각해 볼 추상적 개념을 막연하게 잡습니다. ‘모든 소설에는 질문이 들어 있다’라는 태도로 다시 소설을 읽습니다. 어떤 질문이 이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읽어도 또 읽어도 모르겠다고 하면 철학적 개념, 역사적 배경을 찾아봅니다. 결국 책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고 질문과 답은 나만이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평 쓰는 노하우가 궁금한 것은 어찌 보면 책을 여러 번 읽기는 귀찮고 답은 빨리 알고 싶은 욕심이 작동하는 게 아닐까요.

내가 발견한 질문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것인지 검증하기 위해서 선민 샘께서는 작품의 형식과 구조를 뜯으면서 분석하라고 하십니다. 예를 들어 『한눈팔기』에서 여러 구도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데, 돈을 주고 자식을 거래하는 장면을 통해 ‘계산되는 관계의 영역’과 아기가 추울까 봐 탈지면을 계산 없이 사용하는 장면을 통해 ‘계산되지 않는 관계의 영역’으로 구도를 설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구도를 찾아내고 두 영역을 왜 맞세운 것인지, 그 구도를 통해서 작가가 사회의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지를 쓰면 그것이 바로 서평이라는 것입니다.

작가의 논점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시대를 알아야 합니다. 소세키의 시대에 대한 강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소세키는 제국주의의 문명이 농익어가는 단계에서 태어났고 근대 일본이 서양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영국 유학 중에는 진보를 멈추면 죽는다는 퇴화론의 인식을 경험합니다. 서양이 아닌 일본이 문명화된 사회로 인정받기 위해서, 야만이 아닌 것을 자기 증명하기 위해서 식민지의 통치가 필요했습니다. 국가에만 식민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도 있습니다. 내가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누구를 눌렀다는 자기 확신이 필요합니다. 이 비교열위를 통해서만 작동되는 시대가 근대인 것입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근대라는 거대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더 나은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사회진화론의 인식은 더 견고해졌습니다. 이 시대의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사회가 정한 진보에 발맞추기를 멈춘 개인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근대의 개화기를 살았던 소세키의 질문이기도 하면서 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 과제는 두가지 입니다.

첫째는, 『나의 개인주의』 를 108페이지까지 읽어오는 것입니다. 수업시간에 책 내용에 대한 구두시험을 본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서평의 대주제를 선정하고 이 주제를 풀기 위해 중요한 3가지 장면을 요약하는 것입다. 장면만 보아도 리뷰 쓰는 사람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을 선택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체 4

  • 2018-07-02 14:20
    <나의 개인주의>에 나오지요, 자기본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말입니다. 이번주 토요일에는 '자기본위'와 <마음>의 문제를 많이 다루어보아요.

  • 2018-07-02 14:28
    소세키가 망연자실하고 있을때 그에게 길에 서서 이렇게 가야 한다고 인도해준 것이 실로 그 네글자, 자기본위라네요. 나의 개인주의 재밌어용~
    밀도있는 선민샘의 수업, 핵심만 간추린 혜림샘의 후기. 역시나 글정~
    모든 소설에 담긴 질문과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역시 반복해서 읽는 수 밖에 없군요.

    • 2018-07-02 15:55
      저는 지금까지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소세키는 개인주의라는 개념은 결단코 속인이 생각하듯이
      국가에 위험을 끼치는 행위나 무엇이 아니라, 타인을 존경함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존경한다는 것으로 해석해
      아주 훌륭한 주의라고 말하고 있네요~ ~

  • 2018-07-03 15:37
    소세키 책을 읽으면서 스피노자의 1부 정의 28이 자꾸 떠오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자로서 개인이 아니라 관계로서의 개인. 당연시 여기는 전제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자기 답을 구하는 자기본위의 자세. 여러모로 마음을 뜨끔해지게하는 소세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