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류학

[시즌2 마무리] 8주차 후기_<리듬 분석>

작성자
혜림
작성일
2019-06-29 09:58
조회
154
<리듬분석>의 저자 앙리 르페브르는 현대사회의 ‘일상성’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그는 맑시즘에 뿌리를 두고 혁명적 사유를 하고 있으면서도, 억압과 재생산의 문제를 생산력과 관계된 하부구조가 아니라 문화와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상부구조에서 찾았습니다. 르페브르가 시도한 일상성의 분석은 ‘일상생활이 어떻게 자본주의적으로 조직되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시간과 공간은 자본의 목적대로 배분되고 구획됩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로 분절됩니다. 르페브르는 몸과 함께 시간과 공간의 종합적 조직화를 포착하기 위해서 리듬이란 개념을 갖고 옵니다. 리듬은 ‘운동들의 연속’ 혹은 ‘동작들의 반복’이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르페브르가 말하는 리듬은 '반복'과 동시에 '차이'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차이와 반복의 두 관계를 동시적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반복에는 차이를 내포하고 있으며 반대로 차이는 반복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일성을 유지하는 절대적인 반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반복만이 아니라 차이를 함께 사유하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일까요? 이 차이 속에서 혁명을 사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이를 사유한다는 것은 일상의 문제들을 더 실천적이고 혁명적으로 생각하게 해줍니다. 일상생활에서 리듬은 두 가지 층위가 있습니다. ‘우리 일상이 어떻게 반복적으로 조직되는지’와 ‘이런 반복 속에서 어떤 차이를 발생시키는지’. 자본이 일상의 리듬을 다른 차원으로 조직화하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발생하며, 이 차이 속에서 신체의 감각을 새로운 리듬으로 조직화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발생하는 차이로 인해 몸의 감각을 다르게 형성할 여지가 내포되어 있는 겁니다. 르페브르는 리듬분석으로 차이를 포착해 냄으로써 감각적 차원에서 혁명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리듬분석의 목적은 각각의 리듬을 분리함으로써 무엇이 ‘자연’에서 왔으며, 무엇이 후천적인 것, 관례적인 것, 정밀하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이 어려운 분석은 ‘윤리적’, 즉 실천적인 영역까지 포괄한다.”(<리듬분석>, 86쪽)

리듬 분석은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조직화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체험의 지식’입니다. 르페브르는 구체적 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 사유의 변형을 갖고 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리듬분석은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형시키고, 개념들이 다르게 기능하도록 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의 감각 체계도 달라집니다. 르페브르는 이 세계가 정태적인 시공간과 사물들로 구성된 게 아니라 리듬들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세계 안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차이와 반복 속에서 무언가로 조직되고 있습니다. 르페브르는 리듬분석을 통해 이 세계의 리듬이, 특히 자본의 리듬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되는지를 포착하려 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자본주의는 계급들, 주인과 하인 부자와 빈자 소유주와 무산자들을 만든다.....” 이것만으로 ‘자본’의 해악적 힘을 가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자본은 삶과 그것의 토대인 몸, 삶의 시간에 대한 경멸 위에서 세워지고 자리 잡는다. 한 사회, 문명, 문화가 이런 경멸감 위에 구축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울 따름이다.” (<리듬분석>, 159쪽)

르페브르가 리듬분석으로 자본주의에서 문제 삼는 것은 무엇일까요? 전통적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할 때 사람들은 부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냅니다. 자본주의를 '자본가가 만든 주의'라고 착각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착각을 하게 되면 자본의 기능이 문제라는 사실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르페브르는 자본이 무엇을 부정하는지에 주목합니다. 자본주의는 모든 살아있는 것을 부정합니다. 그리고 '생명'인 척 가장합니다. 삶, 살아 있음은 목적 없이 차이와 반복 속에서 운동합니다. 자본의 리듬은 목적 없는 변화를 원하지 않으며 변화하는 움직임을 사물화합니다. 이때 살아있는 삶은 상품이 되고, 상품화되지 않는 생명 활동은 배제됩니다.

르페브르는 문화의 영역에서 조직화된 코드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반복되면서 어떻게 주체화되는지, 고유한 행동 양식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말투, 표정, 행동은 사회와 시대마다 달라집니다. 이와 같은 품행을 우리는 보통 내 것이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대의 리듬에 따라서 우리의 품행을 스스로를 조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표정, 몸짓, 말투 등을 모방합니다. 르페브르는 한 사회 집단 국가에 소속된다는 것은 특정한 품행, 행동 양식으로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길들여짐, 조련은 관념을 형성하기 이전에 신체적 차원에서 일어납니다. 반복을 통해 자동실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조련된 리듬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의식적인 선택을 바꾸는 것은 쉽지만, 몸에 길들여진 걸음걸이나 제스쳐는 쉽게 바꾸지 못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은 의식하지 못하는 미세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우리가 의식할 수 없는 미세한 차원을 사로잡습니다. 자본의 리듬은 인간의 비밀스럽고 개인적 영역을 파고들고 신체의 세포 차원에 각인됩니다. 때문에 자본주의를 반하는 실천이라는 것이 의식의 차원에 머문다면 자본의 리듬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아주 미세한 디테일을 문제 삼아야 합니다.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이 '일상성의 분석'이며, 르페브르가 말하는 '리듬 분석'입니다.

예술인류학 시즌2가 끝났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예술이 놓이는 시공간의 조건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근대 이후 출현한 예술은 영화나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 기술과 자본주의라는 시대적 조건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즌3에는 미디어와 관련된 현대 예술에 대해서 더 공부할 예정입니다. 곧 모집 글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7월은 쉬고 8월에 만나요!
전체 2

  • 2019-07-01 16:28
    8월,, 시즌 3 기다립니다.

    • 2019-07-02 14:00
      지민샘~~반갑습니다^^ 시즌 3에 함께 공부하게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