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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풍구(天風 姤)괘 후기

작성자
최정호
작성일
2019-06-16 19:23
조회
34
  1. 天風 姤 

姤, 女壯, 勿用取女.

‘구’는 여자가 건장함이니 여자를 취하지 말지니라.

彖曰 姤遇也 柔遇剛也

勿用取女 不可與長也

天地相遇 品物咸章也

剛遇中正 天下大行也

姤之時義 大矣哉

단전에 이르기를 ‘구’는 만남이니, ‘유’가 ‘강’을 만남이라

‘물용취녀’는 가히 더불어 오래가지 못함이라.

천지가 서로 만나니 모든 물건이 다 빛나고

‘강’이 중정을 만나니 천하에 크게 행하며,

‘구’의 때와 뜻이 크도다.

象曰 天下有風姤 后以施命誥四方

상전에 이르길 하늘 아래 바람이 있는 것이 ‘구’괘이니, 임금이 이를 보고 명을 베풀어 사방에 고하느니라.

-> 구괘는 상괘는 乾괘, 하괘는 巽괘로 이루어진 괘이다. 건괘는 음이고 손괘는 양이다. 음과 양이 만나서 생성하는 괘이다. 괘상을 보면 초효만 음이고, 나머지 5효는 모두 양효이다. 천풍구괘는 초육이 主爻가 된다. 초육과 다른 효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효사를 풀어나가면 된다.

하늘 아래 바람이 불어서 하늘 아래 모든 만물과 접촉하는 상으로 여기에서 만남의 의미를 끌어낸다. 하지만, 하나의 음과 다섯 양과의 만남이라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처한 때와 장소 그리고 여러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만남을 가져야 하는지 각 효사에서 처신의 도를 말해준다.

참고로 구괘는 주역 64괘 중 1년 열두달에 배열하는 12벽괘의 하나로, 음력 5월에 해당하며, 12地支로는 午火에 해당한다. 음이 초효에 하나만 있지만, 앞으로 점점 자라 나기에 음을 제어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初六, 繫于金柅, 貞吉, 有攸往, 見凶, 羸豕孚蹢躅.

초육은 쇠말뚝에 매면 바르게 함이 길하니, 가는 바를 두면 흉함을 보리니, 마른 돼지가 뛰고 뛰는 것에 믿음을 두니라.

象曰 繫于金柅 柔道牽也

상전에 이르기를 “계우금니”는 유의 도가 끌려가기 때문이다.

-> 음이 제일 아랫 자리에 하나 생겼지만, 앞으로 자라나서 양을 잠식해 가려 한다. 따라서, 이것 하나의 음, 배고픈 돼지를 쇠말뚝에 잘 묶어놔서 제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이 뿐만 아니라 여러 양들에게 추파를 던지며 사귀려 할 것이다. 만남은 專一하여야 한다.
九二, 包有魚, 无咎, 不利賓.

구이는 꾸러미에 물고기가 있으면 허물이 없으니, 손님에게 이롭지 아니하다.

象曰 包有魚 義不及賓也

상전에 이르기를 ‘고기가 꾸러미 속에 있음’은 의리상 손님에게 미치지 못함이라.

-> 물고기와 손님은 무엇일까? 물고기는 음적인 사물로 여기서는 초육을 의미한다. 손님은 구사를 말한다. 구이는 강으로 중을 얻었고, 초육과 相比관계이다. 다른 괘에서는 초효와 사효의 정응 관계를 우선 살피지만, 구괘는 만남의 괘이므로, 초육과 구이의 만남을 먼저 본다. 구이는 초육이 자라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초육과 사귄다. 음이 두 양과 사귀는 것은 요샛말로 하면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므로 의리상 맞지 않는 것이다.

九三, 臀无膚, 其行次, 厲, 无大咎.

구삼은 볼기에 살이 없으나 그 걸음은 머뭇거리니, 위태롭게 여기면 큰 허물이 없다.

象曰 其行次且 行未牽也

상전에서 이르기를  “그 걸음이 머뭇거리는 것”은 가는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

-> 갑자기 볼기짝이 튀어 나왔다. 주역은 가끔 이런 신체 부위의 비유를 들어 뜬금없이 설명한다.여기에서의 상황은 볼기에 살이 없으니 앉기에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갈 수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구삼도 초육과 만나고자 하나 구이가 가로막고 있고, 구이의 질투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좌불안석인 것이다. 그러나, 巽體에 있고, 정에 처하고 있어 망동하지 않으면 큰 허물은 없다.

九四, 包无魚, 起凶.

구사는 꾸러미에 물고기가 없으니, 흉이 일어난다.

象曰 无魚之凶 遠民也

상전에서 이르기를 “꾸러미에 물고기기 없는 것은 백성을 멀리하기 때문이다.

-> 효의 관계에서 초효와 사효가 정응의 관계에 있으면 일단 좋게 풀이한다. 천풍구괘의 초육과 구사는 정응이니 응당 좋게 풀이해야 겠지만, 구사의 구애는 자신의 자리만 믿고 아래로 향하지 않기에, 육효 물고기의 마음은 이미 구이에 가고 없다. 백성의 마음이 이미 떠나고 없다. 장차 흉함이 일어난다. 백성이 멀어진 것은 그들이 그런 것이 아니라 구사 자신이 초래한 것이다.

九五, 以杞包瓜, 含章, 有隕自天.

구오는 박달나무로써 오이를 쌈이니, 빛나는 것을 머금으면 하늘로부터 떨어짐이 있으리라.

象曰 九五含章 中正也

상전에서 이르기를 ‘구오가 빛나는 것을 머금은 것은’ 중정하기 때문이고,

有隕自天 志不舍命也

‘하늘로부터 떨어짐이 있음’은 뜻이 천명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 정이천은 박달나무는 높고 큰 것으로 임금에 해당하고, 오이는 아름답고 낮은 곳에 있는 것으로 현명한 신하에 배속시킨다. 구오는 중정에 처해 있으므로 중정의 덕을 안으로 쌓아서, 성심으로 현명한 신하를 구하면 현자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정이천은 오효와 이효의 관계를 임금과 신하로 풀 때 이와 같이 임금이 자신을 낮추어서 지극한 정성을 다해서 신하를 구하여야 좋은 신하를 만난다고 일관되게 풀고 있다. 역시나, 천풍구괘에서도 자신의 이상(또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풀어내고 있다.

上九, 姤其角, 吝, 无咎.

상구는 그 뿔에서 만남이니, 인색하니 허물할 데가 없다.

象曰 姤其角 上窮吝也

상전에서 이르기를 ‘그 뿔에서 만나는 것’은 윗사람이 궁하여 인색하기 때문이다.

-> 상구는 강으로 구의 끝에 있고, 건체의 위에 있으니 과강(過剛)한 자이다. 자신을 굽혀서 만남을 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마치 자신의 뿔만 믿고 고집을 부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인색해지는 것은 자신이 자초한 것이고, 남을 허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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