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 러시아 2학기 5주차(2/13) 공지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20-02-07 12:14
조회
112
소생 러시아 2학기 5주차 (2/13) 공지

입춘도 지났는데 산책길 바람이 꽤 쌀쌀합니다. 겨울보다 쌀쌀한 봄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저희가 읽고 있는 러시아는 지금 혁명의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박노자의 <러시아 혁명사 강의> 1-3부와 <레닌을 회상하며> 1부를 읽었습니다. 두 텍스트가 러시아 혁명을 향해 가고 있어서, 오전에 두 권을 함께 토론하고, 오후에는 에이젠슈테인의 러시아 혁명을 다룬 영화로 1927년에 제작한 <10월>을 보았습니다. 채운샘은 이 영화가 당시의 아방가르드한 예술 감성을 담뿍 담은 몽타쥬 기법의 영화라고 소개해 주셨습니다. 몽타쥬 기법이란 A를 설명하기 위해 B, C를 보여줌으로써 A를 예측하게 만드는 영화적 기법이라고 합니다. 웬만한 영화 평론가들이 모두 한 번씩은 다루었던 주제인 것 같던데요, 예술 강의에서 난해한 이 영화를 풀어주시겠지요? 영화를 본 저희들의 반응은 A를 말하기 위해 A를 보여준 다큐 아니냐는 느낌적인 느낌을 소감으로 나누었는데요, 샘은 영화는 느낌이나 감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분석’을 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분석!’. 혁명 이후 스탈린 체제가 되기 전, 짧은 기간이나마 러시아의 예술이 급속히 만개하던 시절의 영화였습니다. 이 강의도 함께 기대해 보아요. 3학기에 할 예정입니다.

레닌(1870-1924)과 시대

<레닌을 회상하며>는 그의 부인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나제주다 크롭스카야가 쓴 책입니다. 1부는 그들의 일상적 경험들을 중심으로 씌여져 있습니다. 빼쩨르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에서 시작해, 잡지 <노동자의 대의>를 발간하려다 투옥과 시베리아 유형으로 이어지는 생활, 베를린, 뮌헨, 런던을 거치며 누구를 만나고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레닌이 자신의 사상들을 벼리고 혁명을 이루는 과정은 2부 중반부터 나옵니다. 전 레닌의 삶과 사유가 혁명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의미 있게 읽혔습니다. 그가 어디에 있든 군더더기 없이 당 건설과 혁명을 위해 사람들과 부딪히고, 거기서 나오는 생각들을 글로 쓰는 것이 생활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죠. 가방엔 언제나 번역할 책들을 넣어 다니며, 읽고 쓰기에 매진했어요. 그 집중력이 혁명까지 이어지는 지도력을 만든 힘으로 보였습니다.

1870-80년대의 러시아는 중세 잔재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적 발전이 가속화되는 시기였습니다. 그에 따라 자유에 대한 열망이 커지던 때이기도 했고요. 레닌은 부유하고 개방적인 집안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알렉산드르 3세의 암살 기도에 연류되어 형이 처형을 당하면서, 러시아의 차르 체제의 문제 및 사회 문제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다만, 그는 형의 지사적 영웅주의 운동의 한계가 형의 죽음을 불러왔다고 판단하며, 대중적인 운동노선을 견지하게 됩니다. 이후의 활동들은 그 사상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됩니다. 그가 주장하는 ‘전위당론’ 이나 ‘무장 반란론’ ‘노동자 중심의 당’, 그리고 그 당이 최고 심급으로 있어야 하며, 이 운동이 세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논리들을 정교하게 전개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러시아의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던 때에 그는 노동자를 중심에 세웠다는 것입니다. 크로포트킨(1842-1921)이 농민을 중심에 놓고 지역 중심의 소규모 자급자족 공동체를 고민했던 것과 비교되는 지점입니다. 세계는 이미 만국 공통의 ‘자본’이라는 것이 지배하는 시대였고, 그때의 중심 세력은 노동자가 될 것임을 구체적 사회 분석 속에서 알았던 것이죠. 주변부 민중의 흐름들을 예의주시하는 과정에서 세계 혁명 구도를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나제주다 꼰스딴찌노브다 끄룹스까야                                                                                  그녀의 저서 <레닌을 회상하며>

박노자 선생님은 레닌이 엘리트주의의 한계에 갇혀 있다고 평했는데, 조별 토론에서는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모아졌습니다. 지식인이 혁명의 중심 세력은 아닌데, 레닌의 활동을 지식인의 자기 역할론을 넘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저도 토론해 보고 싶은 지점이었습니다. 박노자샘의 견해가 경도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맞지만, 근대적 관점에서 레닌을 해석하는 측면이 있지요. 조별 토론에서는 시대적 배경을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과 현실의 문제들을 타파하겠다는 목적이 분명했다는 점이 얘기되었던 것 같구요, 저희조에서는 지식인으로써 자기 포지션을 주장하지 않았던 것이 주로 얘기되었습니다. 지식인이 흔히 범하는, 노동자를 계몽이나 선동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를 갖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도 노동자를 중심에 놓고 있지만 노동자의 모습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죠. 지식인이라면 자신의 지식을 중심으로 다른 정보들을 논리로 통제하여 자기 의지를 관철시키려고 하는데, 레닌은 아니었습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언어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그 자신도 자기의 주장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그 과정에 분열이나 불화를 감내하면서까지 평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진 논쟁을 벌였던 거죠. 이것은 지식인들의 논리 중심의 입씨름 논쟁과는 다른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또한 크로포트킨과 비교되는 점들도 짚었었는데요, 노동자를 전위에 세운 볼셰비키는 전근대적 러시아를 서구화하겠다는 지향점이 분명히 있었다는 겁니다. 또 혁명을 이루겠다는 확실한 목표와 자본주의의 도래를 목도 했던 점도 결정적 차이가 되겠죠. 반면, 크로포트킨은 전근대가 가진 자율적 힘에 주목해, 자생적 혁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인간의 삶에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발전론보다는 상호부조의 논리를 구축했다고 생각됩니다. 다음 주는 본격적으로 혁명의 대의를 이룩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요, 저는 사실 토론 과정이 훨씬 기대됩니다. 담주 to be continue......

그리고....

오늘의 시험은 우리의 문제 예측 적중률이 최저를 기록하는 날이었습니다. 문제 출제자는 현숙샘이셨는데, 이 분이 사실은 숨은 복병이었어요. 요즘 팥쥐와 사오정님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저와 민호가 헤매고 있는데(민호야 우리 스터디라고 할까??), 이 분도 다른 사람들을 아래에서 받쳐주는 그 어려운 일을 조용히 꾸준하게 해주시던 분입니다. 그간 명사에 집착하기보다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을 보여주셨는데, 최소 다섯 줄을 유지하는 시험 문제가 그걸 잘 보여줍니다. 덕분에 저희는 놓치고 갈 뻔한 것들을 잘 짚었습니다. 저도 슬쩍 보고 지나쳤었는데요, 머리말에 나온 러시아 혁명의 주 세력을 짚어주신 것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보통 노동자 농민 지식인을 혁명 세력으로 꼽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은 노동자, 농민, ‘소수 민족’이 주축이 되었고, 다시 읽어보니 박노자샘도 이 점을 반복해서 기술하였더군요. 우리의 적중률이 빗나간 것은 현숙샘이 ‘명사’ 집착형이 아니란 것에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긴 이름들을 패스했던 것과 ‘여성’에 주목하는 경향을 읽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이후 저희 나름의 분석을 했답니다.

저희가 여행지에서 생존을 위해 조금씩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죠.  좀 더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시원스쿨의 러시아 강좌를 끊었습니다. 문법과 여행 회화를 함께 공부하겠다고 의욕을 냈습니다. 알파벳을 다시 숙지했고, 이건 시험을 볼 예정이예요. (공부는 모름지기 시험이죠)  오늘 회화 첫 타임은, 기내에서 필요한 말들을 배웠는데요, 나중에 물건 구매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겠어요. ~주세요,  ~있나요? 고맙습니다 등과 물, 커피, 담요, 밥, 고기, 생선 같은 중요 명사를 공부했으니까요.  러시아어로 '고맙습니다'는 '씨바쓰바' 라고 하는데요, 규문에 오셨을 때 이런 말이 들리면,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고마워서 하는 말이거든요.

오늘 선민 선생님의 말씀을 잠깐 듣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소생팀의 수장이셨던 선민 선생님이 이후 공부를 함께하지 못하고 중단하시겠다는 말씀이었는데요, 선생님이 세종시로 이사를 하셔서 물리적인 변동이 있었어요. 이와 더불어 선생님이 그간 했던 공부들을 돌아보고 발전시킬, 이후 전망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소생팀과 아주 결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항시 지켜보시고 저희의 발표 때나 출정식 등 주요 자리에 편하게 함께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의 응원이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저희도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이건 뭘까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육지편' 그런 걸 예상하셨나요?  이들은 영화가 많이 힘들 것을 예상했나봅니다. 영화 보기 전  '구르기' 를 통해 양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르기는 독맥을 전체적으로자극함으로써  양기를 보충할 수 있는 좋은 운동법입니다. 소생팀에 아주 유용한 운동법이죠. 다리를 모으고 머리를 최대한 다리에 붙여 누웠다 일어나기를 반복합니다. 따라해 보실까요?? ㅋㅋ

# 다음 주 공지합니다.

- 역사 <러시아 혁명사 강의> 4-6장 / 출제: 영식샘

- 철학 <레닌을 회상하며> 2부 읽어 옵니다.

- 과제 : 2부를 읽고 레닌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A1 한 장에 정리해 옵니다.

#간식: 정옥, 건화

오늘 소개할 그림은 레오니트 크리비츠키 <랍파크의 맨 앞 줄> 입니다. 랍파크는 오늘 시험에도 출제가 되었는데요, 레닌 사후 정권을 쥔 스탈린은 무척이나 억압적인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지도체제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릴 목적으로, 복지와 교육제도를 적절히 활용합니다. 특히 교육은 러시아 선진화와 개발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셰비키도 수용하는 지점이었죠. 농민과 노동자도 대학 과정을 통해 전근대적 신분의 제도를 벗어나 사회 지도층으로 편입할 수있는 통로로도 활용되었는데, 이를 위해  농민 노동자에게도 기회를 주는 대학 입학 할당제와  랍파크(대학 예비 과정)라는 제도를 두었습니다. 나제주다는 <레닌을 회상하며>에서 뮌헨을 방문했을 때, 학교를 돌아본 후 교육제도가 인간을 획일적으로 만든다는 지점을 분명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크리비츠키의 그림은 수업에 몰두하는 이들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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