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세미나

<명리학 세미나 > 마지막 수업을 마치며

작성자
배현숙
작성일
2020-12-18 11:53
조회
203
 

『滴天髓』 세미나 마지막 수업을 마치며

 

『滴天髓』 세미나 마지막 수업을 마쳤습니다. 지난 初春부터 다시 一陽이 시작되는 冬至에 이르도록 꼬박 네 계절을 머리 맞대고 둘러 앉아 『滴天髓』라는 명리 고서를 읽을 수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 庚子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세미나를 끝내고 미영샘이 준비해 온 작은 케잌에 촛불 하나 밝혀 놓고 둘러앉아 우리들은 서로에게 진심을 담아 덕담을 건넸지요. 이 공부를 이렇게 마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그대 덕이다!’. 그렇지요. 혼자서는 절대 해내지 못할 공부였습니다. 다른 공부와 달리 이 공부는 우주 대자연의 변화를, 緣起와 空과 無常을 매번 점검하고 확인하는 일이었으니까요. 규칙적으로 반복되며 쉴 새 없이 변하는 대자연의 오묘한 변화의 이치를 짧은 머리로 짐작해가며, 그에 맞추어 천변만화하는 사람살이의 우여곡절의 이유와 의미를 따져 물었습니다. 적천수라는 텍스트는 캄캄한 길을 가는 우리에게 한 줄기 등불이 돼주었지만, 그 행간을 더듬는 것은 순전히 우리들의 몫이었기 때문에, 까막눈인 우리들은 매번 책장을 한 장 넘기는 일이 쉽진 않았습니다. 그 어설픔이, 그 더듬거리는 발걸음이 서로의 지혜에 기대어 가는 緣起적 삶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시간에 읽은 ‘小兒’편은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태어나서 자신의 命을 채 알기도 전에 그 무섭다는 마마에 붙들려 일찌감치 다른 生을 향해 떠난 아이도 있었고, 그릇이 부실한 탓에 오는 運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짧은 한 생을 마감했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험한 運路를 만나 가는 길마다에서 넘어지느라 어떤 뜻도 펼치지 못한 채 살기도 했죠. 우리가 만나는 命들 중 열에 아홉은 어딘가 비슷비슷한 데가 있어 어디선가 많이 봐온, 낯익은 그런 팔자들입니다. 사람살이의 모습이 퍽 다른 것 같아도 저마다 짊어지고 나온 고뇌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죠. 오죽하면 부처님께서도 ‘苦’로부터 출발하셨겠습니까. 이 딱한 우여곡절 속에서 어떻게든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실낱같은 통로를 찾아내며 구비구비 한 생을 건너는 것이겠지요. 삶과 죽음의 경계를 궁구하는 ‘삶살이’공부의 초입에 우리는 이제 막 들어선 셈이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年末이라 그런지 뜸했던 이들이 심심찮게 연락을 해옵니다. 사람은 항상 새로운 기운과 만날 때 바짝 긴장을 하게 되지요. 다가오는 에너지가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라면 그저 그러려니 하겠지만, 잘 알지 못하는 낯선 것이라면 긴장도 되고 두렵지요. 당연합니다. 게다가 다가오는 (辛)‘丑’년은 겨울에서 봄으로 나아가려는 채비를 하는 변곡점에 해당되는 해이니 뭔가 더 불안할 테지요. 변화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그 변화를 낱낱이 체감하지 못한 채 삽니다. 그냥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변했다는 걸 새삼스럽게 확인하곤 하지요. 계절이 바뀌었을 때, 해가 바뀔 때, 장소가 바뀌거나 내내 해오던 일들에 변화가 생기면 그제야 변화를 체감합니다. 마치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변화를 겪지 않았다는 듯 호들갑을 떨곤 하지요. 그러나 그런 일은 내 곁에서 수도 없이 벌어져왔던 일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매번 다르게 느낍니다. 맞습니다. 어떤 변화도 똑같이 반복되진 않으니까요. 어느 시간도 같은 시간이 반복되진 않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이 불가역적이고 일회적인 時空의 변화를 이렇게 통찰했죠.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庚子년은 이 변화를 사주명리라는 도구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더듬거리며 얼렁뚱땅 넘기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숱한 오류들이 그 과정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겠지요. 그 흔적들이야말로 우리가 한 발 나아간 발자취입니다. 이 공부를 계속해나가며 우리는 그 오류들을 새삼 발견하고 다시 확인하여 조정해가겠지요. 그리고 그 때 또 한 발 나아갈 겁니다. 모자란 머리로 헤아려보니 모든 공부는 결국 이 대자연의 이치, 삶의 이치에 가닿는 공부라는 걸 이제야 조금 눈치챕니다. 삶이라는 공부인 것이지요.

 

코로나라는 역병의 시대를 건너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다면, 한껏 심란하고 두렵고 불안하다면, 지금이 바로 공부를 시작할 가장 적당한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공부의 場이 활짝 열려 있지요. 내년에도 함께 머리 맞대고 지혜를 나눌 길동무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를 알찌게 채워주신 학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귀한 지혜를 나누어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따뜻한 자비와 성실한 정진의 에너지로 밀어주고 끌어주신 여러분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또 기대어 발을 내딛고 싶습니다.

부디 건강하게 몸과 마음 잘 돌보시며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______^ ♡♥♡♥♡♥♡♥♡♥♡♥
전체 2

  • 2020-12-19 15:57
    샘!

    인연따라ㅡ
    규문에서
    처음
    공부하게 되었는데요ㅡ

    현숙샘이
    선생님이셔서ㅡ
    코로나를 뚫고라도
    가고 싶은 공부가 되었어요ㅡ
    너무
    고생하셨어요ㅡ
    감사합니다!!!
    *^^* ♥! 또 뵈요!!!

  • 2020-12-20 17:25
    짝짝짝~~!!
    역시 쌤은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