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에이징 세미나

10.28 몸, 살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10-24 21:56
조회
71
가을이 되니 몸이 좀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 따뜻한 곳에만 있고 싶어하고 앉았다 하면 일어날 줄을 모르겠네요 ㅎㅎ 해도 짧아졌고요. 수요일 저녁, 따뜻한 규문각에서 오금희를 하고 <동의보감>을 읽고 몸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까 금방 2시간 30분이 지나가 버리곤 합니다. 물론 침을 놓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죠!


이번 시간에는 드디어 <동의보감>의 몽(夢)편으로 들어갔습니다. 의학서인데 꿈에 대한 한 파트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만큼 꿈이 수면에서 예외적인 상황이고 또 병을 진단하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겠지요. <장자>에 따르면 도의 경지에 이른 진인(眞人)은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하는데 <동의보감>의 몽(夢)편에서도 그 이야기를 가지고 옵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그만큼 몸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산란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동의보감> 몽(夢)편은, "꿈은 모두 혼백이 사물에 작용하여 생기는 것이다. 또, 몸[形]이 사물을 만나면 일이 생기고, 신(神)이 사물을 만나면 꿈이 된다고 하였다"라고 시작합니다. 여기서 신(神)은 육체와 대비되는 정신이 아닙니다. 오히려 육체가 상할 때 날아다니고 어지러워지는 '정신줄' 같은 이미지가 강합니다. "심(心)이 실하면 걱정하거나 놀라거나 괴이한 일에 대한 꿈을 꾼다. 허하면 혼백이 날아다니고 어지러운 꿈을 많이 꾼다."고 바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 바로 "사기(邪氣)가 들어와 혼백이 불안해지는 것은 혈기가 적기 때문이다. 혈기가 적은 것은 심(心)에 속한다. 심기(心氣)가 허하면 두려움이 많고 눈을 감고 자려고만 하며, 멀리 가는 꿈을 꾸고 정신(精神)이 흩어지며, 혼백이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음기가 쇠약하면 전질(癲疾)이 되고, 양기가 쇠약하면 광병(狂病)이 된다."라고 나오죠. 심장은 우리 몸의 군주지관이자 정신과 신명을 주관하는 기관입니다. 이것이 허하면 그야말로 혼백이 날아다니며 정신줄 놓게 되고 그것이 꿈으로 드러나는 것이죠.


오늘날에도 꿈에 대해 제대로 파헤쳐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꿈을 꾸고 나면 잠을 자도 어쩐지 정신이 피곤하고 제대로 쉰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드는 것은 동서고금 공통된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꿈에 직장동료가 나오는 것', '출근하는 것'을 악몽의 일종으로 꼽으셨는데, 그런 이미지가 주는 스트레스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꿈에 대해 읽으면서 몸과 정신의 연관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의 침자리는 조해(照海)와 음릉천(陰陵泉)입니다. 조해는 바깥쪽 복숭아뼈에서 두 치 아래에 있는 자리입니다. 신장을 주관하는 자리 중 하나죠. 또 같이 본 자리는 음릉천으로, 족삼리 맞은편에 있는 혈자리입니다. 신장은 족소음신경, 음릉천은 족태음비경에 해당합니다. 조해는 이름처럼 아래쪽 물을 위쪽으로 끌어올려주는 혈자리입니다. 신장이 오장육부의 정(精)을 저장하고 수액을 조절한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그 수액의 순환을 좋게 하는 중요한 혈자리라고 할 수 있죠. 음릉천 역시 비장을 튼튼하게 해서 습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두 혈자리를 자극함으로써 부기를 빼고 신장을 보하는 것입니다. 침을 놓으면 살짝 찌릿찌릿 합니다^^ 누군가가 침을 놓으시면서 "몸도 결국 물관리다"라는 명언을 하셨죠;D 기운이 통 없다거나 몸이 자주 붓는다 하시는 분은 이 두 혈자리를 공략해 보시길!


<극단의 생명>을 드디어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미생물의 종류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우리 몸을 안다는 것은 단지 '나'라는 개체에 국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지난 시간에는 미생물 이야기를 하다 말고 플라스틱을 걱정했다면, 이번에 읽은 부분은 이 지구와 미생물과 떨어져 살아가는 인간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가끔 황폐화된 지구를 일회용 쓰레기 처럼 버리고, 다른 별을 개척하는 SF소설 같은 것을 봅니다만, 미생물의 차원에서 보면 그건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지구에서 관계하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똑 떨어져서 다른 환경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미생물들이 들락날락 해야 이 몸이 구성되고 작동되며, 이 프로세스는 수십억 년 동안의 진화 끝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무시하며 살 수 없다고, 이 책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침묵의 봄>을 읽습니다. 절반 분량인 8장까지 읽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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