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세미나

성역 2학기 열 번째 시간(7.2)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1-06-30 12:48
조회
108
3장에서, 푸코는 앞의 장에 이어 헬레니즘-로마 제정 시대에 대한 전반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푸코는 헬레니즘시대와 제정시대를 거치며 본질적으로 남성들의 도덕이었던 자제의 윤리 안에 여자와 타인, 시국과 정치적 · 시민적 활동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해 보는 새로운 방식, 그리고 스스로를 쾌락의 주체로 간주하는 또 다른 방식이 형성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리고 이를 ‘결혼’과 ‘정치게임’이라는 두 영역을 통해 분석합니다.

사회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를 기준으로 하면 인구 30만(자유민 남성은 4만)의 도시국가에서 8천만에 육박하는 로마제국이 되었으니까요. 당연히 엄청난 변화가 있었으리라고 추측됩니다. 결혼과 정치의 영역에서 이런 변화를 살펴보자면, 우선 결혼의 공공화가 있었습니다. 과거 결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름을 물려주거나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제도였고, 오이코스를 영속화하기 위한 실천이었죠. 그러니까 물려줄 이름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국 시대가 되자 개인의 사회적 성공은 가족 간의 협력체제보다 제국을 중심으로 한 관료제도에 더 의존하게 되었고, 따라서 결혼에 부여된 의미가 좀 가벼워졌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더 확산되었고, 결혼의 의미도 부부 사이의 상호적인 애정과 의존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습니다.

정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식의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대신에 ‘귀족 관료계급’이 형성됩니다. 헬레니즘과 로마제국은 지방권력을 제거하거나 속박하려하기보다는 그들을 중개자이자 대리인으로서 이용하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자유민들은 이제 막대한 한편으로는 통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통치 당하는 매개자의 위치에서 막대한 행정적 수요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작은 도시국가들의 공간보다는 훨씬 더 방대하고 덜 불연속적이며 덜 폐쇄적이지만, 3세기의 대위기 후에 사람들이 조직하려고 애썼던 전제적이고 관료제적인 제국보다는 더 유연하고 더 분화되었으며 위계가 덜 엄격한 공간”(104쪽)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변화가 공권력의 강화로 인한 사회의 규약화나 국가기구의 강화로 인한 개인의 정치적 무력화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피상적입니다. 결혼은 공공화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억압적이거나 중앙집권적인 공권력의 강화라기보다는 결혼을 둘러싼 배치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귀족 계급의 남성들은 정치적으로 무력화되기는커녕 더욱 복잡한 정치적 장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일반화된 자기 연마의 윤리를 “공공적 속박과 금지의 증대”나 “사생활에 대한 가치부여를 동반한 개인주의적 자성”(119쪽)으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 푸코는 헬레니즘-로마 시대의 자기 연마를, 더욱 복잡하고 다양화된 정치사회적 배치 속에서 자제의 윤리를 재구축하려는 노력을 읽어내고자 합니다.

그러한 노력과 시도가 흥미롭게 드러난 것은 정치활동에서의 자기 윤리로부터였습니다. 로마 시대 스토아주의자들은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지위와 스스로의 자아를 동일시하지 말 것을 조언했습니다. 자기 존재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나 수행하고 있는 임무, 놓여 있는 위치에 의해 규정되는 것. 그런데 이것은 정치활동 일반에 대한 거부를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는 복잡한 정치 게임의 장 안에서 주체의 활동을 자기 자신과의 관계 속에 오롯이 위치시키기 위해 요청되는 윤리였습니다. 어떻게 복잡다단한 정치의 영역 속에서 주체는 자기 자신일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거기에 지배당하지 않고 그러한 활동 자체를 자기 연마의 실천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헬레니즘-로마 시대 사람들은 스스로 이러한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응답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윤리를 부과했습니다.

다음시간에는 4장을 읽고 오시면 됩니다. 돌아가면서 정리 과제를 발표하기로 했는데, 이번주에는 경혜샘, 소현샘, 후남샘께서 준비를 해주시기로 했고요, 간식은 소현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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