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미나

<인생 세미나> 4월 15일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4-12 10:22
조회
119

인생 세미나 개강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온라인 세미나라 걱정을 많이 했고, 역시나 각종 끊김과 튕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ㅠㅠ 하지만 모두 결연(?)하게 포기하지 않고 집중한 덕분에 1시간 30분 동인 밀도 있는 토론을 한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좀 더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먼저 공지부터 하겠습니다. <지구의 꿈> 마지막까지 읽고 인상깊은 구절을 중심으로 쓴 짧은 과제를 숙제방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중간중간 카톡방에 구절 공유하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그럼 목요일에 만납시다!





여기서 우리는 지구를 보호할 궁극적인 능력이 지구에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고찰하는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지구 스스로가 직접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이자 인간인 우리는 지구의 기능에 관련된 아 포괄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제한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구와 인간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우리 인간만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환상을 품고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지구 공동체 전체를 황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현재와 같은 과정을 계속해서 밟아갈 것이다. (토마스 베리, <지구의 꿈>, p.69)




인생 세미나에서 처음 읽은 책은 <지구의 꿈>입니다. 이 책의 주장을 한 마디로 간추리면 '지구를 주체로 한 생태학을 해야 한다'입니다. 제목도 인간이 지구에 대해 꾸는 꿈이 아닌 '지구'가 꾸는 꿈이라고 하지요. 우리는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말을 곧잘 하지만, 정작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주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고, 생각하는 차원도 '인간'이 '지구'에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벗어나지 않았죠. 이 책은 지구를 주체로 생태를 생각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말해줍니다. 바로 새로운 신화를 통해서 말입니다.

베리의 독특한 점은 생태 문제를 물리적인 것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분명 이백 년 간의 산업 문명은 지구를 극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이를 의식한 인간은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거나 오염물질을 규제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방안입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분리수거를 보다 철저히 하고 플라스틱 소재 상품을 의식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베리는 산업 사회가 움직인 동력을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진보'라는 신화를 말이지요. 단적으로 말해 인간은 새로운 신화를 만들기 전까지 이런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속도가 좀 느려졌을지 몰라도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변함이 없고 말입니다.

가령 세미나 중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와 연관된 직업 순위가 껑충 뛰었다고 말이죠. 코로나19는 분명 인간이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영역까지 침범한 것을 계기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창궐했지요. 어떻게 보면 인간 문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 오늘날 이 시국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기술적인 부분으로 다시 커버하려 하고,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보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코로나를 단지 기술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토론에서는 비트코인이나 주식과 같은 투자 열풍이 부는 것도 사실 생태 문제와 연관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것들은 생태와 관련이 없는 문제 같지만, 사실 지금까지 환경을 파괴해 온 인간의 신화와 동일한 동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같이 봐야 한다고 말이죠. 끊임없이 성장하고 더 나은 조건을 만들려고 하는 열망을 동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와 '영끌' 투자 열풍은 사실 같은 선상에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신화의 끝은 자신이 사는 터전을 파괴하는 반생태적인 인간인 것이고요.

이 책을 읽고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지구'라는 것이 언제 생겨난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여기서 지구는 40억년 생겨나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가 푸르고 아름답게 여기는 행성 지구라는 표상입니다. 구글링을 해 보니, 우리가 흔히 아는 '푸른 구슬' 지구 사진이 찍힌 것도 72년의 일입니다. 우리가 지구를 떠올릴 때 푸르고 신비로운 구체를 떠올릴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진이죠. 그때 인류는 어떤 공통의 '지구'라는 것을 표상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와 동시에 '지구'를 위한 생태운동이 본격화 되었다고 합니다. 그린피스가 설립되고 지구의 날이 제정되는 것도 70년대 초반의 일이죠. '지구를 살린다'는 슬로건이 유효하게 된 것은 지구라는 이미지가 동시적으로 각인된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지구는 인간의 탐욕으로 억울하게 착취되며 본연의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주장 역시.

이렇게 보면 베리가 말하는 새로운 우주의 신화를 관념적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보'라는 신화를 끊어내는 방도는 기술이나 도덕이 아닌,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신화이며, 베리는그것이 지구를 주체로 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인간이 지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가 아닌, 지구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발상은 '피해자 지구' 이미지를 쇄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언제나 지구는 당하기만 하는 존재로, 그리고 인간은 그 우위에 서서 지구를 파괴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존재로 설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설령 인류가 멸망해도 지구는 그대로 여기 있을 것입니다. 온갖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인류가 지구를 '탈출'해도, 그건 인간이 지구를 버리는 게 아니라 지구가 인간을 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신화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 경외심을 갖는 사고훈련 같은 게 아닐까요? 가령 베리는 멸종이라는 말을 '영원의 개념'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영원'이란 어느 한 시점을 시작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이란 말 그대로 시작도 끝도 없는 것이죠. 가령 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이 수분하는 꽃도, 열매도 사라지고 그 열매를 먹는 인간도 사라집니다. 베리는 이러한 멸종을 인간의 영적 고갈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벌이 수분한 열매를 못 먹는 차원이 아니라, 벌이 있는 지구의 관계성 속에서 느끼고 사고하는 인간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에 대한 친밀감과 경외심을 잃은 인간은 그 자체로 멸종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설령 이 지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산다 해도 그건 전혀 다른 종이라고 불러야 할 테고 말이죠. 이런 발상으로 사고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 신화를 만든다는 것 아닐까요? 그 결과 인간은 지구를 가엾게 여기기 보다는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볼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 3

  • 2021-04-12 11:20
    자본과 진보라는 신화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베리가 말하는 우주적 신화는 그저 환상이라고 치부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발견하곤 놀랐습니다.
    할수 없는 일, 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심이 제 안에서 계속 일어나더군요. 세미나에서도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거라는 믿음에 대한 토론이 있었죠. 기후변화를 기술적으로 방어한다거나, 코로나는 백신으로 막으면 된다는 사고가 기본에 있다고요. 첫 세미나가 새로운 생각의 길로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세미나는 기술적(?) 보완이 좀 필요하다는.... 아이러니 ㅎ

  • 2021-04-12 20:24
    예상보다 온라인의 세미나가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좀더 밀도있게 준비를 해서 담 시간에 열띤 토론를 이어가야겠네요~^^

  • 2021-04-13 09:18
    '피해자 지구' 그러고보니 정말 우리는 지구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었네요. 그런데 지구에 대해 경외심과 친밀감을 갖는다는 건 뭘까요? 그건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정서를 발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은 인간, 비인간들과 다른 관계를 맺는 게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