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읽기

12월 15일 후기 및 22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현옥
작성일
2016-12-20 11:36
조회
321
12월 15일 후기 및 22일 세미나 공지

 

스피노자는 ‘감정이란 신체의 활동능력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며,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신체의 변용인 동시에 그러한 변용에 대한 관념’이라고 정의합니다. 자기 신체에서 일어나는 그러한 변용에 대해 우리가 적합한 원인이 될 수 있다면 능동적 감정이고, 그러한 변용이 나보다 힘이 센 다른 무엇인가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면 수동적 감정이지요. 능동과 수동, 말은 참 간단해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대부분의 변용 및 그에 대한 관념은 수동에 가까운 경우(능동의 최소치)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의 감정은 ‘외적 원인에 대한 관념을 동반하는 대표적인 수동적인 기쁨’이지요. 그렇다면 왜 굳이 능동이어야 할까요? 물론 수동적으로 생산된 기쁨이라도 기쁨은 우리신체의 활동능력을 증대시키기 때문에 슬픔보다는 낫겠지만, 문제는 감정이 끊임없이 이행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의 신체상태는 내부의 운동 및 외부와의 접속으로 인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신체의 변용의 관념에서 생겨나는 감정 역시 끊임없이 이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한 순간에 신체의 활동능력이 증대되어 느껴진 기쁨이 그대로 고정된 채로 유지될 수가 없는 거지요. 보다 정확히 정의하자면 기쁨이란 ‘보다 작은 완전성에서 보다 큰 완정성으로의 이행’을 나타내는 것이며, 자신의 신체역량이 보다 큰 완전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즉 그 기쁨의 감정을 구성하는 형상 안에 자기신체에 대한 긍정의 관념이 더 많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갈망해오던 물건을 손에 넣었는데도 그 기쁨이 왜 일주일밖에 안 가는지, 그토록 사랑하던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도 왜 그렇게 자주 싸우게 되는지, 아이들은 새로운 장난감에 왜 그토록 자주 싫증을 내는지, 사람들은 왜 점점 더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지가 이해되는 순간이지요. 그건 우리가 욕심이 많고 변덕스러워서라거나, 혹은 사랑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 외부대상이 더 이상 우리신체의 활동능력을 촉진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그러니 외적대상에 의해 기쁨을 얻으려면 우리는 끊임없이 강도를 높여갈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 때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인간관계)은 내 마음대로 안되니까 더 많은 돈, 승진, 더 좋은 차, 더 큰 아파트, 새 옷, 더 맛있는 음식 등등을 끝없이 추구할 수밖에요. 근데 사실 이것도 내 맘대로는 안되죠. 이게 뜻대로 된다면 아마 스피노자는 에티카를 쓰지 않았겠지요?^^

결국 우리는 누구나 기쁨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을 긍정하고 행동능력을 촉진하고 싶어서 그토록 나름으로 애를 쓰고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가는 것이지만, 붓다가 말씀하시듯 삶의 고통을 피해갈 재주는 없습니다. 나고 죽고 병들고 늙어가는 괴로움,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것들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괴로움, 너무나 싫고 미워죽겠는 것들과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괴로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손에 넣을 수 없는 괴로움에서 우리의 의지로는 절대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에, 외적 대상을 통해 기쁨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하는 행위 뒤에는 대부분의 경우 슬픔의 감정들(보다 작은 완정성으로 이행)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결국 외부를 통해서 구하는 수동적 기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기도 하지요. 그러니 이제 어째야 좋을까요?

스피노자는 스스로 펌프질을 해서 자기가 원인이 되는 능동적인 기쁨을 생산해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얘기하는 듯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방법은 있습니다.

*정신의 능동은 오직 적합한 관념에서만 발생하며, 정신의 수동은 적합하지 않은 관념에 의존한다.(에티카3부 정리3)

*어떤 원인의 결과가 그 원인에 의해 뚜렷하고 명확하게 지각될 수 있을 때 나는 그 원인을 적합한 원인이라고 부른다.(3부 정의1)

가는 길이 어렵다는 것과 아예 방법이 없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가 아닐까요?!

4부에서 스피노자는 이 능동과 수동의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3부가 감정의 문제에 관한 일반론이었다면, 4부에서는 이 감정들을 우리의 삶에 유용한 방식으로 재배치하고 실천적으로 재구성할 방법을 도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무래도 12월은 네들러의 텍스트를 끝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해요. 아직 스피노자의 개념들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서요.

다음 주에는 에티카 4부와 네들러 8장 읽습니다. 능동/수동과 관련해서 스피노자가 선과 악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 ‘자유’의 개념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유념하시면서 공부하시길!

발제는 은정쌤, 간식은 하동쌤입니다.

* 규문 송년회 때 지성개선론 암송하시느라고 정말 애쓰셨어요! 희동쌤, 은정쌤, 하동쌤, 은하쌤! 멋졌습니다요!!^^

* 22일에는 에티카 5부와 네들러 끝내면서 그동안 쌓인 벌금으로 간단한 송년회를 하려고 합니다용! 다른 일정들 잡지 마시라고 미리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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