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세미나

11.13 몸-살림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11-11 01:44
조회
141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몸-살림 세미나'! 이 세미나의 목적은 '지속 가능한 공부를 위한' 몸 공부인데요, 연구실에서 단체로 신장이나 폐가 영~ 제기능을 못한다는 판정을 받은, 몸상태 '바텀' 친구들이 모여 동의보감도 읽고 몸과 건강에 대한 책들도 읽어보기 위해 기획되었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호응! 몰려드는 인파!! 드물고 귀한 뉴-페이스들의 등장!!! 놀라고 흥분된 마음으로 방석과 책상을 깔고 규문각에서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에는 자기소개와 함께 자기 몸의 역사(?)에 대한 솔직한 몸 토크(!)로 시작했지요. 뭐랄까, 아무리 건강해 보여도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문제를 하나씩 품고 있더군요. 생각나는 이야기만 풀어보자면 : 겉으로는 몸집 크고 건강한데 속은 허한 저부터 시작해서 '몸은 비루하나 정신은 은화처럼 맑겠다'고 다짐하셨다가 뒤늦게 몸의 역습(?)을 받으신 채운샘, 탈모와 노화를 구분해야 한다는 요지의 값진 경험담을 들려주신 현숙샘, 신장이 제기능을 못해 연애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민호가 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이와중에 요가와 단식으로 다져진 고수(?!) 현정샘과 만화샘도 계셨고요. 최근 가슴이 뜨겁다 못해 답답한 연구실의 팥쥐언니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이미 들은 것이 많으신(?) 승우샘도 오셨습니다. 물론 자고 일어나면 세상 다 싫고 우울한데 병원에서는 몹시 건강하다는 진단을 들으셨다는 선영샘을 빼놓을 수 없고요^^ 듣다보니 사람이 살아온 궤적이 다른만큼 건강문제도 똑같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이란 일정 수치나 증상으로 환원할 수 없는, 그 사람의 삶과 더불어 함께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선종대왕은 몸을 다스리는 법도를 대중을 구제하는 어진 마음으로 확장시켜 의학에 마음을 두시고 백성의 병을 걱정하셨습니다. 병신년(1596)에 태의(太醫) 허준을 불러 하교(下敎)하시기를, "근래에 중국의 의서를 보니 모두 조잡한 것을 초록하고 모은 것이어서 별로 볼만한 것이 없으니 여러 의서들을 모아 책을 편찬해야겠다. 사람의 질병은 모두 섭생을 잘 조절하지 못한데서 생기는 것이니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은 그 다음이다. 여러 의서들은 번다하니 요점을 가리는데 힘쓰라. 궁벽한 고을에 치료할 의사와 약이 없어 요절하는 자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약재가 많이 산출되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니 종류별로 나누고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명칭을 병기하여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고 하셨습니다. -<동의보감> 서문 中


이번에 처음 읽기 시작한 <동의보감>은 서문부터 감동적입니다. 의서들이 제각각 다른말을 해서 의사들의 처방이 제각각인 가운데, 의술은 배우기 힘들어 의사는 몇 없고 죽어가는 것은 돈 없고 아는 것 없는 백성들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를 위해 <동의보감>을 지었다고 하지요. 훈민정음급(?) 애민정신으로 시작한 <동의보감>! 저같은 신장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어린백성을 어디로 데려가 줄지 기대가 됩니다.


《건착도》에, "하늘[天]의 형(形)은 건(乾)에서 나오니, 태역(太易), 태초(太初), 태시(太始), 태소(太素)가 있다. 태역은 기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이고, 태초는 기가 시작하는 것이며, 태시는 형이 시작하는 것이고, 태소는 질이 시작되는 것이다. 형기가 갖추어진 다음에 아(痾)가 생긴다. 아란 채(瘵)이고, 채란 병을 말하는 것으로 병이 이로부터 생기는 것이다. 사람은 태역으로부터 생기고 병은 태소로부터 생긴다"고 하였다. -<동의보감> 신형(身形) 중


서문을 다 읽고나서 건강해지고 말겠어! 내 몸은 내가 치유한다! 하고 야심차게 펴든 <동의보감>. <동의보감>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집례(集例)와 사람의 몸과 천지의 형상을 함께 보는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인체와 질병에 대한 다이제스트인 신형(身形)이 나옵니다. 신형(身形)은 인간의 몸과 병을 우주의 시작과 함께 사유하는 어마무시한 스케일에서 시작합니다. 우주가 생겨나는 가운데 형체가 시작되고, 병이 생깁니다. 이중 인간의 병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상태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비정상이 아닌, 형태를 갖고 태어난 존재에 이미 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병이 육체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형체가 있기에 병도 있는 것이라니? 이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찾아내서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잡아 죽여야 하는 병이 또 그렇게 두려워할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병통치약이 없듯, 병 없이 완전 건강한 육체는 있을 수 없는 것이죠. 실제로 간이 아파서 간을 보호하는 약을 먹으면 그것이 위장을 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해요. 간만을 위하는 약도 없고, 온 몸에 절대적으로 이로운 약도 없는 것이죠. 이미 내 몸은 서로 다른 기운을 가진 장기들이 이루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보면 병은 서로 다른 신체부위들이 활동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아닐까요? 동의보감은 그 관계를 우주적 차원에서부터 밝혀나가는 엄청난 기획의 책이고 말입니다.

내 몸을 돌보겠다고 펴들었는데 갑작스럽게 우주가 펼쳐지는 놀라운 책, <동의보감>! 앞으로도 이 책을 천천히 읽어 나가며 서로의 건강과 몸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를 발전시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는 복사해드린 <동의보감> 가져오시고요,

<건강의 배신> (돌베개) 한권 전부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전체 1

  • 2019-11-11 17:12
    의학책이 이렇게 자비로울 줄이야..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동의보감의 기획 의도 자체가 너무 감동스러웠습니다. 동의보감에서 만나게 될 우주관은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