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4학기 1주차 수업후기

작성자
현정
작성일
2017-10-14 03:54
조회
149
플라톤, 스피노자, 니체에 이어 매학기 인트로 강의 후기를 쓰게 되는 우연의 필연성 속에서 올해 마지막 철학자가 될 푸코를 만났습니다. 그의 책을 통해서라기보다는 들뢰즈의 <앙띠> 서문에서 만났던 푸코는 강렬함으로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서문을 열심히 외웠던 저로서는 그의 문장과 문체가 주는 힘에 매료되었었지요. 샘은 학구열을 불러일으키는 섹시한 철학자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이번 학기를 통과하면 우리도 푸코 덕분에 공부에 대한 욕망이 마구 샘솟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푸코에 대해선 잘 아는 것도, 그렇다고 모르는 것도 아닌 애매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요. 저번 시간 강의를 들으며 좀 더 푸코의 매력을 개인적으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니체와의 관련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던 것은 역사성입니다. 이상하게도 니체의 계보학을 공부할 때는 역사라는 말이 뭐랄까 진짜 역사적인 뉘앙스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니체의 사유가 역사적인 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푸코의 계보학으로서의 역사를 들으면서 (설명하기 좀 애매하네요) 역사성이 확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요. 마치 그동안 철학만 생각했지 역사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저야말로 철학과 역사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소비하는 방식으로만 역사를 사유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푸코는 철학자는 역사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철학자들은 역사가들이 연구해놓은 것을 그냥 가지고 와서 소비하는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료를 직접 읽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사유가 형성되고 지식이 배치되는지를 봐야 한다고요.

푸코의 역사적 방법론인 계보학은 니체의 계보학에서 비롯되었지요. 기원의 순수성을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래 그러하다’라는 생각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보기 위해 기원을 탐색하다보면 먼지 자욱한 잿빛으로 가득한 기원을 발견하게 된다고 니체는 말합니다. 원래 그러했던 방식이 아니라 발생한 것으로서의 기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푸코에게 역사란 연속체가 아니고 시대와 시대 사이에는 근본적인 단절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반시대적 고찰>에서 보여주는 니체의 비역사성, 초역사성이 생각났습니다. 아마 이러한 니체의 역사적 사유를 푸코가 적극적으로 가지고 왔겠지요.

푸코의 초기 저작에서부터 계속 제기되는 문제가 ‘인간’에 대한 주체의 문제입니다. 서양 형이상학이 본질이라고 간주되는 세계의 진실을 파악하고 도달할 수 있는 특권적인 존재로서 ‘인간’이라는 주체를 상정하는 것에 비해, 니체의 계보학적 작업은 대상세계의 본질성을 거부하는 동시에 그런 세계를 인식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부정성을 담고 있죠. 푸코도 이런 계보학적 작업의 바탕에서 인간의 해체와 죽음에 대해 사유합니다.

푸코의 관심사는 언제나 인간을 넘어가는 경험들 즉 한계경험들입니다. 인간은 모든 것을 모든 시대에 다 사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의 배제와 분할의 질서 안에서 사유하도록 되어 있는 것만 사유할 수 있습니다. 그의 관심사는 우리가 사유하고 그것을 담론화하도록 만들어주는 그 가능성의 조건이죠. 어떤 철학자도 이 가능성의 조건을 벗어나서 사유할 수 없지만 그 가능성의 조건의 한계지점까지는 갈 수 있는 자가 바로 철학자입니다. 누구도 자기 시대 바깥에 설 순 없다는 점에서 모든 철학은 역사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근대라는 자신의 가능성의 조건을 벗어나서 조망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를 보기 위해 역사를 필요로 합니다. 현재를 조망하기 위해서, 현재의 자명성을 의심하기 위한 이런 역사적 작업은 지금의 우리를 낯설게 보게 해줍니다. 이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자명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죠. 우리가 자명하게 생각한 것이 자명하지 않다는 것은 어떤 힘관계 속에서 갑자기 우발적인 사건들과 더불어서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런 힘관계가 변화하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현재의 자명성을 의심한다는 건 어떤 사유, 지식, 힘관계들이 끊임없이 구성중이고 투쟁중인 과정에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푸코는 역사의 우발성을 중시하죠.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배치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거대 담론이나 어떤 법칙이 아니라 우발적 사건입니다. 1800년대 초에 일어났던 유아 살인 사건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던 정신의학이 사법권력에 의해 과학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던 계기가 된 것처럼요. 이런 우발성에 의해 어떤 특정한 앎이 권력과 연관이 되면서 보편적 앎이 되거나 중요했던 앎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고 사라지게 됩니다. 푸코는 이런 우발성의 시기를 찾아내고 그것이 어떻게 배치를 바꾸어내며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에 주목합니다. 힘관계의 원인이 아니라 그것의 효과를 중시하죠. 그 효과가 어떻게 인간을 새롭게 생산해내는지, 어떤 새로운 앎의 대상을 출현시키는지를 연구합니다.

샘께서는 푸코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뜨거움은 그의 연구를 추동해나가는 힘이 현실의 투쟁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공감이 됩니다. 철학이란 어떤 사유에 그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뭔가를 사유하는 것이라고 푸코는 말합니다. 철학은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니라 문제를 다르게 보는 시선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요. 푸코도 욕을 많이 먹은 것 같은데요. 대안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대해 “무엇을 해야 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수많은 방식들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이 멋있더군요. 왜 우린 철학자가 꼭 대안이나 올바른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정당정치나 미디어의 단순함에 경악을 하면서도 쉽게 타인에게서 답을 구하고 의지처를 만들지요.

푸코는 문제들을 효과적이고 현실적으로 설명해서 아무나 쉽게 가져가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엄격하고 복잡하고 어렵게 제기합니다. 하나의 문제를 정교하고 복잡하게 제기함으로써 그 문제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도주하게 만드는 거죠.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도 그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다양화하느냐에 따라서 연관된 문제로 인식할 수 있고 그럴 때만 그 문제를 기반으로 해서 우리의 문제와 접속해서 탈주할 수 있다고 푸코는 생각합니다.

샘은 우리가 공부하는 개념을 일상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겪는 문제 속에서 그 개념을 작동시킬 수 있어야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요. 푸코는 이론적인 문제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미끼로 기능한다고, 이론을 기능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철학적 개념은 도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철학책은 연장통과 같다고 했던 그의 말이 더 이해가 됩니다.

푸코는 지식인의 역할을 다르게 규정하는데요. 지식인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비지식인과의 연대를 주장합니다. 지식인은 대중들의 일상적인 문제와 접속하는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다양하게 변주시키고, 비지식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지식인이라는 확성기를 통해 알립니다. 68혁명의 환원불가능한 분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던 푸코는 익명의 웅얼거림을 언어화해서 전달해주는 게 지식인이 비지식인과 연대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하죠. 누구도 대신 말해줄 순 없지만 지식인이 그들의 확성기가 되어줄 순 있다고요. 그들의 웅얼거림을 언어화하는 작업에서 자기의 문제를 벼려내고, 비지식인들은 그런 이론적인 작업들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좀 더 촘촘하고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연대의 일환을 ‘감옥정보그룹’ 운동에서 실험합니다.

샘은 푸코가 장면구성에 능하고 문학적이라고 말씀하셨죠. <감시와 처벌> 첫 장면도 역시나 강렬합니다. <감시와 처벌>을 관통하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일상 속에서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입니다. 어떻게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새로운 힘관계 속에서 길들여지는지를 통해서 우리가 믿고 있는 근대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얘기하고, 그 속에서 우린 어떻게 인간을 벗어날 것인가라는 탈인간주의적 전망을 모색하고 있다고요. 이런 사전 지식을 가지고 <감시와 처벌>을 꼼꼼하게 읽어나가야겠습니다. 현재의 역사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계속 고민해보면서 말입니다.
전체 2

  • 2017-10-15 13:05
    이미 공부에 대한 열정이 마구 샘솟고 계신 것 같은데요~ ㅋㅋㅋ 전 이번에 무엇보다 문제를 사유하는 푸코의 시선이 너무재밌었습니다. 감옥, 성 같은 이야기로 권력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참 신기하더군요. 그리고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무엇으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게 만드는 게 자신의 작업이라는 것도 생각나네요. 국지적인 이야기를 사회보편 담론으로까지 끌어올리는 그의 시선을 이번에 배워봐야 겠습니다...!

  • 2017-10-15 13:16
    새로운 텍스트를 만나신 샘의 설렘(?)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지난시간에 같이 읽었던 인터뷰에서도 나타나지만 지식인으로서 푸코가 보여준 태도도 그의 텍스트 만큼이나 섹시한 것 같습니다ㅋㅋ. "무엇을 해야한다"고 말하는 대신 "문제들을 가능한 엄격하게 그리고 최대한 복잡하고 어렵게" 제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