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차탁마Q 3학기 에세이 후기 및 4학기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10-03 03:30
조회
167
안녕하세요. 추석들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우여곡절이 많았던 3학기도 끝났네요. 사람들도 적어져서 에세이도 빠르게(?) 10시쯤 끝났네요. 근데 에세이 발표가 일찍 끝난 것보다, 어째 학기가 지날수록 글들이 좋아지십니까. 특히 이번 에세이의 주인공은 봉선쌤과 길례쌤. 모두 놀랐습니다. 2학기 에세이에 비해 놀랄 정도로 글이 좋아지셨습니다. 질투납니다! ㅋㅋㅋ 4학기 땐 지지 않을 겁니다!

 

그날의 사진을 올리기 전에, 강의 도중 채운쌤이 설명해주신 것 중 몇 가지만 정리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헷갈렸던 건 ‘힘의지’(‘힘에의 의지’, ‘권력의지’)였습니다. (‘힘에 의지’가 아닙니다. ㅎㅎ) 도대체 주체 이전에 ‘힘 의지’만 있다는 게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감이 잘 잡힌 건 아닙니다. ㅠㅜ 그래선지 힘의지를 주체의 관점에서 발휘하는 것으로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니체에 따르면, 힘의지가 먼저입니다. 우리가 자아 혹은 주체라고 생각하는 선택들은 무수히 많은 힘의지가 투쟁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오직 힘의지만이 전부이기 때문에 힘의지의 전환이 일어나면 나를 둘러싼 관계의 장, 힘들의 투쟁이 모두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변하게 됩니다. 여기서 스피노자의 철학과도 연결됩니다. 스피노자의 신은 우주 밖에 있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수시변역하는 자연 그 자체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생성하는 우주인 거죠. 초월론적 관점에서 보면, 우주는 시작과 끝이 있고, 시작을 가능케 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성의 관점에서 보면, 만물은 시작과 끝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기존의 것들이 으스러지고, 그것은 또 다른 생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생멸이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닌 거죠.

생성이 계속 일어난다는 건 차이가 계속 일어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무엇도 동일한 상태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건 곧 우주가 끊임없이 운동한다는 것이고, 매번의 생성은 항상 그 이전에 일어났던 모든 것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따라서 세계는 항상 동일해 보여도 그것들은 아주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채운쌤은 들뢰즈의 ‘열린회로’라는 말을 설명하시면서, 존재가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외부의 것을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점에서 힘의지가 개체의 본질(혹은 본성)이라 한다면, 힘의지에는 같은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관계 맺음이 가능한 잠재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는 개체가 자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동일한 방식으로만 맺어지던 힘의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능동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연민’입니다. 연민의 핵심은 부정적 힘의지로 서로를 촉발시킨다는 것입니다. 흔히 연민을 가지게 되는 건 아픔에 공감하면서 위로해주는 게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상대방이 아픔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주려면 같이 아픔을 나누는 데서 쾌를 느꼈던 자신의 힘의지부터 전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니까 부정적 힘의지는 특정 상태에 안정을 느끼고 고착하려 하지만 긍정적 힘의지는 우리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습니다. 오직 긍정적 힘의지를 사용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을 깨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채운쌤은 보살은 언제나 가장 먼저 진흙탕에서 나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여러 선생님들이 연민을 주제로 에세이를 썼는데, 던져야 할 질문은 ‘난 고통을 나누는 데서 존재를 위로받고 쾌를 느끼는 건 아닌가?’였습니다. 겉보기에는 긍정적인 것 같아도 실상 소화하지 못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낙타(나귀)와 같은 식의 긍정은 아닌지 살펴봐야 했던 것이죠.

기초생활수급제도와 같이 현실적 조건이 여의치 않아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 얘기가 기억에 남는데, 만약 정말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냥 도와주면 되지, 뭘 굳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규정하냐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속에 어떤 힘의지가 있는지,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자신의 마음이 연민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그들을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면, 그건 곧 자신이 도와주는 이들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약자적 삶의 방식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니체에게는 시시각각 변하는 힘들의 배치만 있을 뿐 도움을 주는 주체와 도움을 받는 타자가 따로 개별적으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타자를 규정하고 연민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첫 타자인 정수쌤, 현숙쌤, 현정쌤의 에세이 발표입니다.(역광이라 사진이 잘 안 보이네요. ^^;;)
꼼꼼한 정리와 노력이 고스란히 보이는 정성 가득한 에세이죠. 덕분에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게 뭔지 배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툭툭 아무렇게나 던지는 게 아니라 텍스트에 대한 꼼꼼한 이해와 그걸 깜냥만큼 쓰는 게 중요한 거였죠.
이렇게 써야만 하고 싶은 말도 나중에 전달되더군요. 에세이 발표가 있을 때마다 느끼지만, 정작 에세이 쓸 때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말짱 도루묵이네요. ㅠㅜ
하지만 4학기에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 당일날 '벽파' 금란쌤과 이림쌤, 미영쌤.




첫 순서 때 채운쌤이 다시 니체의 '힘의지'와 '영원회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현숙쌤 말씀대로, 신기하게도 설명을 들을 때는 뭔 소린지 알 것 같다가도, 문을 나서면 다 까먹어요.ㅋㅋㅋ정말 뼈저리게 동감합니다.



두 번째는 금란쌤과 길례쌤, 이림쌤, 소영쌤입니다. '힘의지'를 주제로 에세이를 쓰셨습니다.



'힘의지'에 대해 또 다시 설명해주시는 채운쌤.
열심히 적고 계시는 호정쌤이 보이네요. ㅋㅋ



현숙쌤도 열심히 필기하고 계시네요. 컨디션도 안 좋으실 텐데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정신과 신체는 분리된 게 아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건 공부가 약이 되도록 신체가 반응하는 걸까요?
1학기 플라톤 에세이 발표 때도 점점 컨디션이 좋아지셨던 게 생각나네요. 공부를 정말 즐긴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네요. 저도 그런 몸이 되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벽파는 다 에세이 발표하러 가고 혼자 남아 계시는 미영쌤.
좌우가 허전해 보이십니다~



마지막 발표는 영님쌤, 호정쌤, 저, 미영쌤, 봉선쌤입니다. '연민'을 주제로 에세이를 썼습니다.



저녁이 되자 날이 조금씩 추워지면서 모두 겉옷을 입으시는 군요. 하지만 에세이 발표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갔습니다.



연민을 정말 꼼꼼하게 정리하신 영님쌤. '감람산'이 너무 시적인 묘사가 많아서 감동적이었다고 하신 게 생각나네요.
글 내용을 떠나서 꼼꼼히 정리하신 게 감동이었습니다. 전 항상 뭘 하나 잡고 늘어지는 게 안 되는데, 절탁Q 선생님들은 모두 성실하게 정리하시더군요.
존재만으로도 긴장이 됩니다. 야전침상 같은 분들..!



길례쌤과 소영쌤이 웃고 계시는 게 보이네요.


1학기 에세이 발표와 2학기 에세이 발표는 좀 달랐죠. 1학기는 약간 뜨거운 논쟁(?)이었다면, 2학기는 1학기의 뜨거움에 웃음과 화목함(?) 같은 게 있었습니다. 이번 에세이 발표도 그 이전들과는 또 달랐는데, 뭐랄까.... 전 진지+엄숙+편안함 같은 게 있었습니다. 잘 표현이 안 되네요. ㅋㅋㅋ 아마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공부가 달라지면서 저도 같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만하면 안 되겠어요. 이번 에세이 때 아무래도 스스로 자만한 마음이 있었고, 그게 허세 가득한 글로 드러난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부끄럽네요. 어쨌든 선생님들의 공부가 달라질수록 에세이 발표 때의 공기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에세이 발표가 무섭고, 싫기만 했는데 선생님들 덕분에 다음 점점 에세이 발표가 기다려지네요. 4학기 푸코와의 만남도 파란만장하게 달려봅시다. ^_^

다음 시간에는 가볍게 몸과 새롭게 출발하는 마음만 가져오시면 됩니다. 교재는 나남 출판사의 <감시와 처벌>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추석 보내시고 10월 11일에 봬요~
전체 2

  • 2017-10-09 21:07
    오~ 사진에 후기까지!! 규창 수고그득그득~ 긴 긴 추석 연휴 후 사진을 보고 힘의지를 읽으니 느므느므 반갑다는~ 다시 한 학기를 새롭게 게다가 가볍게 시작하니 다시 한 번 시작해봅시다!!

  • 2017-10-09 21:13
    4학기 규창쌤의 에세이 기대만발! (압박 아닌 격려와 응원 뿜뿜)긴긴 추석연휴 며느리놀이와 함께 니체의 힘의지와 영혼회귀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렸지만! 가볍게 새롭게 푸코님께 갑니다!
    아! 제 이름 이림으로 불러주셔서 감사! 제 용신이랍니다! 크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