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9.5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9-01 22:01
조회
94
이번 시간에 읽은 괘는 산천대축, 산택손, 산화비괘였습니다. 이번 시간부터 간(艮)괘가 상괘인 괘들을 읽기 시작하네요. 산은 모든 것을 품고 있는 터전을 가리키기도 하고, 멈춤[止]의 의미도 있습니다. 괘들도 주로 어딘가에(주로 올바른 곳, 도(道)에) 멈추라는 괘들이 많지요. 산의 육중한 무게감과 풍요로움을 느끼면서 괘들을 읽어나가면 되겠습니다.

이번에 읽은 괘 중 비(賁)는 세 개의 괘 중 가장 해석하기 어려운 괘였습니다. 이건 좋은 괘인가? 아닌가? 갈팡질팡 하게 되는 괘였거든요. 비괘는 '꾸밈'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리(離)괘가 있는 괘는 문명을 상징하지요. 그중에서도 비괘는 문명이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괘입니다. 온갖 것이 모여있는 산 아래로 불이 비추고 있습니다. 이 불은 머리 위에서 모든 것을 비추는 태양과 달리 산 하나를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어서 그곳의 다종다양한 문물을 보여줍니다. 이 이미지는 휘황찬란한 문명이 사실은 어느 한곳에 집중하게 만드는 역할 즉 '꾸밈'의 역할을 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공자가 세상에 나가기 전에 이 괘를 뽑고 실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아무리 화려하다고 한들 궁극적 비전을 펼치기에는 너무도 약한 빛이 바로 산화비괘의 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꾸밈에도 제 나름의 역할은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려면 거대한 원칙뿐만 아니라 그것을 세련되게 다듬고 조율하는 힘도 필요하지요. 문명이라는 상징화 메커니즘이 없었다면 인간은 지금처럼 지구상에서 거대한 세력권을 유지하고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비괘의 괘사도 이를 인정해서 다소 효과적[小利]이라고 하지요. 인간은 천문을 읽고, 원활하게 드러나게 하는 문식을 통해 그것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여 문명을 이룩한 것입니다. 물론 핵심은 꾸밈보다는 바탕이지만,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비괘를 보며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꾸밈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지만 바탕을 벗어나는 순간 허식이 된다는 거겠죠. 문명의 빛은 결국 이치를 이미지와 상징으로 파악한 것일 뿐 그 이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문명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이 비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역> 산뢰이, 산풍고, 산수몽 읽고 공통과제 써 옵니다.

<주역 강의> "변화 속의 불변" 읽어옵니다.


이번 시간 후기는 은정샘.

다음 시간 간식은 소정샘, 지산샘.


그럼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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